미래를 바꾼 선택 - 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시리즈 2
에마뉘엘 드 생 샤마.브누아 드 생 샤마 지음, 에렉 퓌바레 그림, 김영신 옮김 / 큰북작은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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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은하계를 만들고 있던 하느님께 천사 가브리엘이 인간세상의 주식이 폭락하고 있다는 다급한 보고를 한다. “모든 주식이 폭락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도덕주 상황이 가장 심각합니다. 친절주와 예절주, 존중주와 배려주 또한 거의 바닥입니다. 다른 우량주들도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보고를 받은 하느님은 천사 자벨을 지상에 내려보내 상황을 살피고 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천사 자벨이 지상에 내려왔을 때, 거리를 달리는 소년과 중년의 남자를 발견했다. 소년은 쫓기는 듯 보였고 중년의 남자는 그 뒤를 쫓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커다란 금고 얘기를 하며 울화통을 터뜨리는 부인과 마주친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어두워진 천사는 세상을 모두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하느님께 보고한다. 하느님은 좀 더 세상을 살펴보라며 천사를 다시 지상으로 내려 보낸다. 천사 앞에 친절한 엘리베이터 안내원의 모습이 보이고, 연약해 보이는 부인의 편지를 대신 부쳐주겠다는 남자도 보인다. 천사는 다시 마음이 환해져서 하느님께 인간들이 천사만큼 선하더라고 보고했다. 천사의 보고를 들은 하느님은 그가 볼 수 없었던 진실을 들려준다.

때때로 나는 천사 자벨처럼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른다. 팔레트의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는 수많은 색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검은색과 흰색으로 모든 것을 양분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었던 때문이다. 『미래를 바꾼 선택』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호기심 많은 소녀 베아트리스가 금고의 비밀을 풀기 위하여 매일 밤 금고의 숫자판을 돌리는 것은 ‘미지未知의 세계에 대한 희망’ 때문이다. 외로운 빌라 관리인 마리 역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믿음’이 있었으므로 루브르 박물관 명화 속 주인공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었다. 여기서 ‘미지의 세계’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꿈’ 혹은 ‘상상력’일 것이다. 무채색無彩色의 현실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꿈 - 혹은 상상력’이다. 이것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힘’이 아닐까.

자크 쥐스팽 장관이 브룩 박사의 이상한 약국을 찾은 이유는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꿈이 없는 그의 세계는 무채색이다. 독특한 치료법으로 병을 고치는 브록 박사는 그에게 유쾌한 치료법을 제시한다. 놀이공원에서 총 쏘기 게임을 해서 오리인형 받기, 회전목마 타기, 막대사탕 쪽쪽 빨아먹기, 종이배를 만들어 강물에 띄우고, 갈 수 있는 데까지 따라가기, 도서관 바닥에 앉아 동화책 읽기, 거리에서 술래놀이 하기 등이 그것이다. 브록 박사는 길에서 마주친 소년을 보고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한다. 장관은 그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꿈을 잡으러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하느님!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 동상은 값진 황금과 루비, 그리고 하찮은 흙과 단추로 만들어졌습니다. 인간도 이 동상과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고귀하고 숭고하지만, 때로는 비열하고 치사합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창조물인 인간 역시 이 동상처럼 진정한 걸작품입니다. 하느님, 이 동상에 흙과 단추가 섞였다고 송두리째 파괴하시겠습니까?
자벨천사의 변론을 되새기면 하느님의 분노도 기적처럼 사그라진다.

그와 함께 꿈을 잡으러 달리다 보면 우리는 광대 트레불리와 엘리베이터 안내원 라울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화려한 삶에 현혹되어 자신의 세계를 검은색으로 물들였다. 때때로 우리들도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눈멀어 검은색의 세계로 추락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다시 유채색의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광대 트레불리가 만든 동상의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광대 트레불리가 만든 사람 동상. 그것은 값진 황금과 루비뿐 아니라 하찮은 흙과 단추와 더불어 이루어졌지만, 아버지의 추악함에 상처 입고 병에 걸린 르네를 치유해주었다. 트레불리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고, 그 뉘우치는 마음이 동상의 추한 부분까지도 덮어주었기 때문이다. 뉘우치는 마음. 그것이 사람 동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눈앞의 어떤 것이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보일 때에 트레불리의 동상을 기억할 것이다. '심각한 심신 의학 이성주의 증후군'에 걸린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겨진 색들을 떠올릴 것이다.

에마뉘엘과 브누아는 어린이들을 위한 글을 쓰는 부부 작가이다.미래를 바꾼 선택은 2007년 프랑스작가협회상 수상작이다. 프랑스 작가협회상은 1926년 전세계 프랑스어권 작가들이 모여 만든 프랑스작가협회에서, 그해에 가장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여 주는 상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이 책에는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꿈’이 들어있다.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참 좋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 누구보다도 어른들이 먼저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채색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에게 이 책은 브룩 박사의 이상한 약국이 되어줄 것이다.

마리가 루브르 박물관 명화 속 주인공들에게 편지를 쓴다고 했을 때, 나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설마 마리가 답장을 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마리는 답장을 받았다. 꿈 같은 일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브록 박사의 ‘생각의 열쇠’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생각의 열쇠로 방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근심 걱정은 밖에 놓아둔 채 멀리 떠났던 꿈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꿈속에서 나는 루브르 박물관 명화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축제를 즐길 것이다. 자크 쥐스팽 장관과 함께 강물에 띄운 종이배를 따라 강이 끝나는 곳까지 가볼 것이다. 깃털, 개구리, 황금이란 단어에 공포증을 느끼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내원 라울을 구하러 갈 것이다. 지하감옥에 갇힌 왕을 풀어줄 것이다.

짤깍, 짤깍... 나는 베아트리스가 떠난 등나무 의자에 앉아 금고의 숫자판을 돌린다. 금고의 비밀을 풀기 위해 매일 밤 잠들기 전 숫자판을 돌릴 것이다. 어느 때인가는 하느님의 음성도 들려오겠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네. 그러면 나는 또 힘을 내어 숫자판을 돌릴 것이다. 짤깍, 짤깍, 짤깍... 때로는 너무 지쳐 금고를 부숴버리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브록 박사의 이상한 약국으로 달려가 시간을 견디게 해줄 인내와 지혜, 상상력, 그리고 아빠에게 드릴 사랑과 친구들에게 선물할 커다란 웃음을 주문할 것이다. 그리고 또 밤이 찾아오면 등나무 의자에 앉아 금고의 숫자판을 돌릴 것이다.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색들을 찾기 위해. 짤깍, 짤깍, 짤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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