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김인순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그 남자는 불행하다. 말다툼 도중 감정이 격해져 난생 처음으로 휘두른 주먹,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렇다. 난생 처음으로 휘두른 주먹이었다. 음식 만들고, 청소하고, 아이 돌보면서 가정의 행복, 여성의 해방을 위해 힘써온 이 남자, “스스로를 가정전선의 참전용사라고 부르는” 이 남자는 그래서 억울하다. 단 한 번 휘두른 주먹이 아내의 얼굴뿐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가정의 행복’에도 멍 자국을 남긴 채 ‘집’을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집’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내집마련.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한평생을 바친다. ‘집을 사고 대부금을 상환하는 것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든 상관없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신봉하는 종교’가 된 것이다. ‘집’은 “콘크리트와 목재와 못과 단열재를 얼기설기 뜯어 맞춘 임시 피난처”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가족’이다. 즐거운 곳에서 오라 하여도 쉴 곳은  내 집뿐인 이유. ‘집’은 장소이기 이전에 “믿음, 희망, 분위기”인 것이다. 한순간에 ‘믿음과 희망’을 잃어버린 ‘그 남자’는 그래서 불행하다. 

그 남자의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다세대 공동주택에 사는 불행한 사람”에 속해 있는데, 집 나간 아내는 단독주택의 단꿈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아내와 딸, ‘가족’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꿈의 ‘내 집’을 마련하는 것뿐이라고 판단한 그 남자는 그래서  ‘집’을 찾아나선다. 

핀란드의 작가 ‘카리 호타카이넨’의 작품『그 남자는 불행하다』는 ‘좌충우돌 내집마련기’이다. 소설은 이 남자의 ‘집 찾는 여정’을 따라가는 동시에 다세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불편과 갈등상황, 호화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허영을 능청스러운 유머로 그려내고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과 집을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집을 수호하려는 사람 간의 갈등구조도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집’의 가치와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콘크리트와 목재와 못과 단열재로 이루어진 집’을 찾아다녔지만, 그의 아내가 원했던 것은 ‘사과나무 아래 그네에 앉아 맨발로 잔디를 스치고, 지하실 화로에 불을 지펴 사우나를 할 수 있는 집’이 아니었다. 그의 아내가 원한 것은 ‘가정의 행복’이었다. 그 단순한 진리를 깨닫지 못한 그 남자는 그래서 불행하다.  불행한 그 남자는 오늘도 꿈을 꾼다. ‘즐거운 나의 집’은 그의 현실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그 남자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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