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려 써야 할 우리말 사전
고정욱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와 함께 유입된 서양문화에 물들어 있는 지금의 시대. 햄버거에 물린 입맛이 쌀밥을 찾듯 우리말(고유어/토박이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방송사와 출판사 등의 우리말 살려 쓰기 운동에 힘입어 우리 겨레의 얼을 일깨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이젯말에 익숙해진 대부분의 반응은 ‘우리말은 어렵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남의 나랏말은 아등바등 기를 쓰고 교육하면서 우리말 교육에는 소홀한 것이 우리 언어교육의 현주소가 아닌가 말이다. 우리말을 주제로 만들어진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한창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은 차치하고 정규교육과정을 마친 성인들의 우리말 실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이 앞서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말 공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그것은 나 자신의 본바탕을 아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은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용함으로써 만들어지기도 한다. 유행어니 외계어니 하는 것들이 올바른 언어생활을 오염시키고, 아울러 문화의 틀로 굳혀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문화현상이 자리잡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라는 것이 옛것과의 단절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말에는 한겨레의 역사와 얼이 나이테처럼 새겨져 있다. 말밑을 살펴보면 지난 시대의 문화와 관습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언어와 문화, 언어와 국민성은 뿌리 깊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활용되지 못하고 잊혀져가는 우리말이 얼마나 많은가. 애석한 일이다. 고정욱 씨는 십여 년간 문학공부를 한 문학박사다. 그는 문학작품들 속에서 생소한 낱말을 접할 때마다 사전을 찾아가며 정리해 왔고, 그것을 엮어 펴낸 것이 『다시 살려 써야 할 우리말 사전』이다. 이 책은 참 자상하다. 생소한 우리말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하는 엮은이의 배려가 돋보인다. 우선 공통의 개념을 가지는 것들끼리 묶어놓은 구성이 그렇다. (예: 사람과 관계되는 말 - 나쁜 사람/일거리, 직업과 관계되는 사람/어리석은 사람/질병을 가진 사람/그 밖의 사람) 이러한 구성은 관심 가는 유형의 낱말들을 찾아보기에 용이하다. 그저 책의 흐름에 따라 읽어 나가거나 막연히 페이지를 들추지 않고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활용과 이해의 목적에서 함께 싣고 있는 예문이다.  (새롱거리다/새롱대다 ①경솔하고 방정맞게 야불야불 계속해서 지껄이다. ②남녀가 점잖지 못한 말이나 행동으로 서로 희롱하다. 예) 영감, 영숙이 쟤가 남자만 보면 새롱거리니 바람나기 전에 시집이나 보내 버려야겠어요.) 쉽고 재미있는 예문은 낱말의 생소함을 상쇄시키고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간혹 익숙한 문학작품의 구절도 만날 수 있다.  ‘문학 작품 속의 우리말’(작가별 - 김주영/이문구/천승세/김원일/홍명희 - 로 정리해놓고 있다)과 ‘북한에서 쓰는 말 중 살려 쓸 우리말’, ‘순화 대상 일본어 및 일본식 어휘’를 소개해 놓은 부록은 이 책을 더욱 알차게 하고 있다. 

 

언어활동은 문화를 축적하는 동시에 문화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어떤 말을 사용하는가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에 앞서 자신이 사용하는 말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어야만 하겠다. 자신이 사용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허다한 것 같다. 말을 하면서도 정작 그 말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적절한 때에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말을 죽이는 행위가 아닐까.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 올바른 언어의 사용은 그러므로 내가 대하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 예의이기도 할 것이다. 『다시 살려 써야 할 우리말 사전』은 소통을 목적하기보다는 우리 겨레의 얼을 마음에 새기자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실린 우리말들을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다시 살려 써야 할 우리말’이 얼마나 많은가 알 수 있다. (노메이크업, 쌩얼 - 민낯/바리톤 - 위낮은청/리듬(을) 타다 - 반춤(을) 추다/과장誇張 - 흥감) 예시한 바와 같이 들온말과 한자어는 적절한 우리말로 순화해서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얘기한 대로 말은 자꾸 사용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재미있고 좋은 우리말을 일상의 언어에 잘 적용해서 사용한다면, 언어생활이 윤택해짐은 물론 잊혀져가는 우리말의 보전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우리말 살리기,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민족적 긍지를 넘어 자애自愛의 길로 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말에 실린 얼에서 자긍심을 갖고 우리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죽어가는 우리말이 조금씩 되살아나기를 바란다. 『다시 살려 써야 할 우리말 사전』은 그 바탕을 이루는 데 보탬이 되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