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해부 - 뇌의 발견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나
칼 지머 지음, 조성숙 옮김 / 해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영혼 靈魂 soul, spirit

[명사]

1 죽은 사람의 넋. ≒영()·유혼(幽魂)·혼령·혼신(魂神).

2 육체에 깃들어 마음의 작용을 맡고 생명을 부여한다고 여겨지는 비물질적 실체. ≒음영령·형상령.

3<가톨릭>신령하여 불사불멸하는 정신. ≒영신(靈神).

4<불교>육체 밖에 따로 있다고 생각되는 정신적 실체. ≒영가(靈駕)·영각(靈覺).


붉은 심장 모양은 여전히 사람들 마음(또는 영혼)의 표징이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슬플 때에 사람들은 심장 부근의 가슴을 친다. 연인들은 심장과 심장이 맞닿을 수 있도록 껴안으며 사랑을 표현한다. Heart. 이 단어는 심장,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뜻한다. 이러한 관습과 언어 형식은 고대 과학의 유물에 불과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심장이 인간 영혼의 중심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들의 감정과 사고, 의지 등 인간 행동 전반의 핵심에는 뇌의 메커니즘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고대의 사람들은 ‘물컹한 살덩어리’에 불과한 ‘뇌’에 인간의  ‘고귀한 영혼’ 이 있다는 것은 영혼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다. 뇌의 존재를 하찮게 여겼다기보다는 영혼을 신과 동일시하는 영혼숭배의 정신이 크게 작용하였다. 수많은 철학자와 연금술사, 약제사, 신비주의자들은 우주에도 영혼이 있으며, 이 영혼은 자신들의 의지를 실행하기 위해 행성과 별을 통해 정기를 전달해준다고 믿었다.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장이 열기와 지성의 중심이라고 생각했고, 그의 영혼 사상은 누대에 걸쳐 신봉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뿐 아니라 플라톤, 데카르트, 갈레노스 등 수많은 학자들이 인간 영혼에 대한 학설을 정립했다. 그 이론들은 지극히 종교적으로 치우친 것도 있고, 엉뚱함에 실소가 터지는 것도 있다. 그러나 그 이론들은 거듭된 연구와 실패 속에서 꾸준히 발전했고, 마침내 사람들의 관심은 심장에서 뇌로 옮겨졌다. 뇌를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철학, 과학, 종교적 격변기 속에서 인간 영혼에 대한 연구는 수많은 위험을 안고 있었다. 17세기 영국 역시 수많은 학설과 이념의 대립으로 대혼란을 맞고 있었다. 의회파와 왕당파의 대립에서 비롯한 청교도 혁명과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열병 등. 이 혼란의 한가운데에서 토머스 윌리스와 그의 동료들 - 윌리엄 하비, 로버트 보일, 훅 등 -은 인간 영혼의 해부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토머스 윌리스를 위시한 과학자들의 뇌 연구는 현대과학의 시초가 되었다. 토머스 윌리스. 현대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빛나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은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바로 제자 로크의 사회적 명성에 가려져 그의 업적은 그늘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의 구조와 작용을 통해 이성과 정신의 작용을 이해하려던 윌리스에 반해, 로크는 정신작용의 결과인 관념을 중시하였다. 인간의 정신을 물질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웃으면서, 정신의 작용은 불가해한 것이고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토머스 윌리스가 뇌과학 발전에 끼친 지대한 영향을 인정하면서 그에 대한 연구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혼의 해부』는 인체의 연구, 그중에서도 인간 영혼 연구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신경생리학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그 흐름에 토머스 윌리스의 연구과정과 성과, 그리고 그의 삶을 싣고 있다. 

 

『영혼의 해부』는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토머스 윌리스는 4장에서부터 등장하며, 5장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그 이전의 장들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연금술에서부터 심장과 뇌를 두고 영혼의 거주지를 논쟁하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하고 있는데, 수많은 학자들의 이름과 이론들의 방대함 때문인지 다소 지리멸렬하게 느껴진다. 끝없는 인내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5장부터 토머스 윌리스의 삶과 연구과정, 이론 등을 다루고 있지만, 토머스 윌리스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토머스 윌리스를 중심으로 두고 있기는 하지만, 그 곁가지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동료들, 그 시대의 학자들과 이론들이 1~4장의 형식과 마찬가지로 서술된다. 한 학자와 이론의 형성에는 그 이전의 학설과 동시대의 학설의 영향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서술양식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끝없이 뻗어나가는 곁가지들이 독서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곁가지라는 것도 지엽적인 것이 아니라 토머스 윌리스와 현대의학의 형성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므로 가볍게 읽어 넘길 수가 없다. 그 중요성만큼이나 내용도 굉장히 난삽하다. 의학용어나 철학용어들이 예사롭게 등장하는데, 간단한 주석조차 달아놓지 않고 있다. 주석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400페이지가 넘어가는 방대한 분량을 읽는 동안 열 개 남짓.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뇌는 혹사당했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과학의 역사와 근대의학의 성과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바로 생명의 존엄성이다. 육체적, 정신적 생명의 존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주 이 중요한 사실을 잊고 육체와 정신을 함부로 다룬다. 잊지 말아야 하겠다. 토머스 윌리스를 비롯한 지난 시대 수많은 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실패를.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을 유지하고 연장하기 위해 ‘머리를 감싸고’ 연구 중인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고를.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 호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고, 듣고, 느끼고, 사유하고, 판단할 수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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