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에게 희망을 - 엄마와 딸이 행복한 세상
오한숙희 지음 / 가야북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 어머니, 딸이든 아들이든 잘 키우기만 하면 된다더니 둘째가 아들이라니까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그래도 아들이 하나 있긴 있어야지’ 결국 그러시더라.’” 올겨울 둘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에 있는 내 친구의 말에 “아직도 아들이 대세야?” 씁쓸한 웃음을 웃었던 적이 있다. “요즘 세상에는 딸 가진 부모가 외려 큰소리치고 산다더라. 나는 아들 가진 사람들 하나도 안 부럽다.”고 하시던 아빠, 어느 날인가 무심중에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오래전 형편 때문에 아이 하나를 낙태시킨 얘기를 하시며, “내가 그래서 아들이 없는갑다. 죄받아서.” 친구의 시어머니나 우리 아빠가 특별히 딸을 천대하고 아들을 귀히 여기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여성들 세상이 왔다고도 하지만 실상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는 것. 여전히 이 사회는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이 사회의 여성에 대한 부당한 시선과 처우를 인정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는 있지만, 오랜 세월을 걸쳐 굳혀진 남아선호사상은 쉽게 뿌리 뽑히지 않는다. 여성학자 오한숙희 씨는 이러한 세태 속에서 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희망을 퍼뜨려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 나도 남자로 태어날 걸 그랬어.”
“왜 갑자기?”
“나도 말 타고 싶단 말이야.”
“여자도 말 탈 수 있어.”
“여자가 어떻게 말을 타. 난 여자가 말 탄 거 못 봤어.”
“왜, 여자도 말 많이 탄다, 뭐.”
“말 탄 여자가 누가 있는데?”
하마터면 나는 애마부인을 입 밖에 낼 뻔했다. 그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애마부인이라니, 세상에.
“음......”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이런 낭패가 있나. 생각을 쥐어짜는데 만화영화가 생각났다.
“<작은숙녀>라는 만화영화에 보면 여학교에서 말 타는 법을 가르치는 게 나오잖아. 그 중에서 제일 잘 타는 사람을 뽑아서 큰 대회에 나가게도 하는 거, 우리 같이 봤잖니?”
“아, 정말 그랬다. 그렇지만 그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니잖아.”
“외국 여자는 여자 아니야? 다른 나라 여자들이 하는 거면 너도 할 수 있어. 안 그래?”

 

 

오한숙희 씨의 큰딸 희록이와의 대화 중 일부이다. 성장과정에서 주변어른들을 통해 굳어지는 관념은 나중에 성장해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어려서부터 사회의 고정관념으로부터 아이를 자유롭게 키워야 한다는 것. 이것은 다만 딸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아들 가진 부모 역시 마찬가지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사회는 남녀 양성이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한숙희 씨는 이 책에서, 딸들을 키우면서 부닥친 다양한 일상사들을 여성학적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지칭하는 ‘딸’은 오한숙희 씨의 두 딸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딸들, 바로 여성들이다.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여성 자신이 먼저 자신감과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기울어버린 애인을 붙잡고자 애걸하는 젊은 여자가 나왔다.
“준서 씨, 나 버리지 마.”
옆에서 같이 텔레비전을 보던 희록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네가 쓰레기냐? 버리게.”
나는 짐짓 못 알아들은 체하며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자기가 자기를 쓰레기 취급하잖아요. 버리지 말라고.”
오호! 제법인데. 나는 일부러 한번 더 찔러보았다.
“그래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거잖아.”
“하지만 자기가 자기를 쓰레기 취급하는데 누가 사랑해주겠어요?”

 

 

내가 내 딸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고,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에 당당하지 못한다면 대체 누가 우리의 딸들을, 여성인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주겠는가.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딸들이여, 여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신을 사랑하자. 지금의 희망이 행복한 현실로 이어지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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