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 1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역사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탓에 역사에 관한 지식과 이해가 얕다. 그래서 더욱 역사를 다룬 책은 다음에 읽자, 하고 미루게 된다. 그런데 ‘역사 속 인물’ <논개>가 나의 흥미를 끌었던 것은 지극히 단순한 이유였다. 바로 그녀의 죽음이다. 열 손가락에 반지를 낀 두 손으로 일본의 장수를 포박한 채 남강 절벽에 몸을 던진 그녀의 죽음은 얼마나 소설적인가. 만 열아홉, 꽃다운 나이의 그녀를 죽음으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역사는 논개를 순국열사라 한다. 그러나 김별아 작가의 말처럼 역사에는 정답이 없다. 역사는 사실보다는 관념에 가깝다. 왜냐하면, ‘역사’는 ‘뒤돌아보기’이기 때문이다. ‘그림자 쫓기’이기 때문이다. 이 관념은 시대의 현실과, 각기 다른 관점을 취하는 사람들 속에서 조금씩 변모한다. 그래서 역사를 시대의 그림자라고도 한다. 김별아 작가는 바로 지금의 시대 위에 논개라는 역사 속 여성의 죽음을 놓고 재조명한 것인데, 나라를 향한 사랑보다는 ‘지아비를 향한 사랑’에 초점을 맞춰 논개의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묻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소설을 읽고 나라를 위해 몸 바친 훌륭한 논개의 정신을 손상시켰다고 흠을 잡을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산홍’이 비웃었듯,  ‘그깟 사랑 타령’하는 여인으로 전락시켜 놓았다고. 그런 사람은 ‘소설’을 읽을 자격이 없다. ‘소설’은 상상하는 자들의 놀이터니까. 아울러, 앞서 내가 말한 ‘역사’에 대한 개념에 비춰 보면 역사 또한 상상의 산물이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역사 또한 그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수정되고 변형된다. 소설, <논개>에서 ‘순국열사 논개’를 만났다면 나는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책을 읽은 거니까. 지금의 시대에 ‘애국’ 운운하는 소설을 누가 흥미있게 읽겠는가. 하지만 ‘사랑’은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이의 공감을 자아내는 주제다. 요즘 시대에 사랑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논개의 그 순정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 것이다. 그리고 (소설 속) 논개의 죽음은 고통스러웠던 생에 대한 보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녀의 죽음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축복해주고 싶다. 그녀의 죽음을!

 김별아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풍부한 어휘 사용에 감탄했다. 문장 곳곳에서 반짝이는 화려한 수식어의 남용에는 다소 요란스럽다고 느껴져 읽는 감동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이러한 문체는 김별아 작가만의 개성이 아닌가 한다.

 

                                                                                                 .  H07082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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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2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 놓고도 읽지 못한 책인데, 님의 친절한 리뷰에 대략 이해하고 갑니다.
'소설은 상상하는 자들의 놀이터'라는 말~~~~ 아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