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의 키워드로 읽는 한국문화의 지형도
김기봉 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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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기 전,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하면서 어떤 정의를 얻으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인터넷 국어사전 검색창에 ‘문화’라고 적어 넣었다. 

문화(文化) 


1.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문화. ‘사회적 공동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의 몸을 매개로 하여 사회적 관계의 망을 이루는 것’, 이 책의 서문에서는 문화의 정의를 이렇게 규정해 놓고 있다. 이러한 정의들을 두고 볼 때 ‘문화’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에게는 ‘삶의 가치와 보람’에 밀접하게 잇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이런 딱딱한 정의에서 벗어나 생각해 보더라도 이 시대, 우리들의 일상은 다양한 문화의 물결 속에서 흘러가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현재를 살피고 아울러 미래를 바라보려면, 우리가 형성하고 우리를 형성시키는 문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마땅하겠다

 

 

이 책은 29개의 열쇳말(key word)에서 과거의 문화적 성취와 오늘의 문화를 짚어보고 나아가 10년 후 한국 문화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비언어 퍼포먼스 / 미술품 쇼핑 / 마니아 문화 / 신화 / 독립영화 / 현대사진 / 인터넷 만화 / 공공디자인 / 놀이 / 탈민족 /  종교 / 노장 / 양성평등문화 / 미래의 가족 / 드라마 /  익스트림 스포츠 / 먹거리 / 잘 죽음 / 미래의 문학 / 집 / 행복산업 / 뇌 / 1인 미디어 / UCC / 탈학교 / 외국어 권력 / 미디어 컨버전스 / 학교도서관 / 저작권

29개의 열쇳말은 이와 같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비전문가인 독자를 위해 일반인들의 시각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상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디’라는 지시어가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인디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열거 가능한 용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추상명사다. 저항, 비주류, 간섭받지 않는 창작에의 의지, 하위문화, 자율, 독립, 자발적 가난 등등. 인디라는 지시어는 특정 사물이나 명확한 디테일 또는 구체적 상황을 가리킨다기보다 앞서 열거했듯이 주류 문화와 대척되는 어떤 일련의 태도를 지칭하는 개념어로 보는 게 타당하다. 명확하게 하나의 의미로 조율해서 쓸 수는 없지만, 당대 사회의 ‘주류적인 것’ ‘지배적인 것’과 대척하는 어떤 문화적 경향과 태도, 세계관을 통칭한다.

 

                                                   - <독립영화> 중에서




그래서 이 책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재미있다. 풍부하게 실린 사진들은 눈을 즐겁게 하는 동시에 독서의 이해와 깊이를 더해주며, 다양한 예시들은 우리들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하나의 열쇳말마다 대여섯 페이지의 분량으로 엮어진 구성이 아쉬운 독자들은 장의 마지막에 실린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상업전략, 개인의 욕망 추구, 다양성, 자유, 변화. 이 책에서 내가 읽어낸 한국문화의 열쇳말이다. 미래의 문학을 전망한 장에서 순수문학과 활자문학의 퇴락과 종말을 예고하는 것을 읽으면서는 새삼스럽게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으나, 시대가 바뀌면 문학도 바뀌어야 하고 모든 것이 변하면 문학도 변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문화는 ‘정체(停滯)’가 아니라 ‘흐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H07082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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