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보름 전이던가.잘 놀던 우리 강아지가 쓰러졌다. 소파 위에서 나뒹그라지며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냈다.다리가 굳어지고 입은 굳게 다물었으며 눈은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쓰러진 것이 아니라 발작을 한 거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다문 입을 억지로 열어 퍼렇게 질려가던 혀를 꺼냈다. 숨이 트이고 다시 몰아쉬기 시작한다. 동시에 내 다리는 풀리고 호흡이 가빠진다.
"가는 구나."
한 순간이나마 체념하고 이런 생각을 했다. 녀석이 지린 오줌이 흥건했다.그 후로 4번이나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었다. 지금은 병원에 다니고 있다. 간과 신장에 이상이 있다 했다. 이 아이는 평소의 건강관리가 중요하단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에 가까워진 듯도 하다.
어젠 중복이었다. 무지 더웠다. 강아지도 더워했다. 선풍기 앞을 떠날 새가 없다.
어젠 중복이었다. 무지 더웠으니 무지 많은 개들이 도살되었으리라. 씁쓸하다. 개 응급처치를 위해 개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우리가족도 있지만 동시에 개를 먹는 이도 많다.
이것저것 생각하자면 끝이 없다. 내가 옳다고 하고 싶지만 그들의 논리는 어떨지. 개를 식용으로 먹는 나라는 많다. 난 다만 조금. 애통할 뿐. 하루 두번 먹이는 약을 오늘도 열심히 통조림에 슥슥 비빈다. 냄새가 자뭇 향기롭다. 10년동안 단 한번도 통조림 맛을 본 적 없는 녀석은 자알 먹는다.
내가 죽음을 떠올린 건 이게 처음이다. 다른 생명이 죽었을 수도 있는 상황을 겪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주위의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생명이 다시 숨쉬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을 말이다. 아주 절실히. 복날이고 뭐고 생명은 중요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