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말하다 김혜리가 만난 사람 1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인터뷰 하나하나가 인생이고

어떤 때는 철학이다(만화가 김진의 인터뷰!)

역시나. 사람만이 희망이지.

 

책을 읽기 전 씨네21에서 김혜리의 장한나 인터뷰를 봤다. 그녀의 모든 인터뷰가 그렇듯 인터뷰이에 한껏 몰입되어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 말미에 적힌 추신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주는 것 같아 덧붙여 본다.

追伸 장한나를 만나기 열여덟 시간 전. 헐레벌떡 뛰어오른 퇴근길 지하철 칸에서, 우두커니 선 청록색 첼로 케이스에 코를 부딪힐 뻔했다. 맙소사! 이것이 21세기에도 미신이 건재한 이유야! 짐짓 첼로 임자인 소녀가 앉은 좌석 앞에 섰다. 그녀의 신경은 열차 문이 열릴 때마다 화드득 깨어나 온통 첼로의 안위에 쏠렸다. 이윽고 편히 졸기를 포기한 그녀는 MP3를 귀에 꽂고, 고교 입시용 학습지를 꺼내 들었다. 소녀의 왼손은 노트 위에서 보이지 않는 네줄의 현을 누르며 춤추었다. 현악기 주자들이 그렇듯 소녀의 굳은살 박힌 왼손 끄트머리는 개구리의 그것처럼 둥글게 부풀어 있었다. “민주사회의 기본 이념”과 운지법 사이에서 번민하던 소녀는 펜을 놓았다. 그리고 척 보기에도 짝짝이인 양손을 들어 한 마디 한 마디씩 포갰다. 짧은 오른손과 긴 왼손의 차이. 1cm도 안 되는 그 허공이 해독할 암호라도 되는 듯 소녀는 골똘히 시선을 못박았다. 그리고 양손을 책장처럼 펼쳐 물끄러미 읽더니 털썩 무릎에 내렸다. 들릴 듯 말 듯 한숨이 새나왔다. 스무 시간 뒤 장한나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나는 전날의 여학생이 뜬금없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무슨 곡을 듣고 있었나요? 몇 시간 연습하면 안심하나요? 첼로를 미워한 적 있나요? 오직 그녀만이 내 미진한 인터뷰를 완성시켜줄 것 같았다. (출처 씨네21)

 

내가 보기엔 그녀는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다. 인터뷰 하기 전 인터뷰이의 대해 아주 자세히 알고 시작하는 것-인터뷰어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특히-과 인터뷰이의 말을 꼼꼼하게 잘 짚어내는 솜씨,말을 하게 만드는(?) 솜씨가 여간한게 아니다.

 특히 나문희와 만화가 김진의 인터뷰가 좋았다. 김진의 인터뷰에서 어떤 철학의 냄새를 맡아버렸고 나문희의 인터뷰에서는 인생의 향기를 맡아버렸다.나문희 인터뷰 말미엔 살짝 코끝이 시렸다. 짧은 인터뷰 속엔 인생이 있었다. 그 사람이 정치인이건,배우건,사진가건,만화가건... 각각의 말 중엔 인생에 대한 통찰이 들어있다. 인터뷰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보따리 끌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그녀의 힘은 무엇일까. 아마도 '친절한 혜리씨'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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