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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기억 (2disc)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 와타나베 켄 외 출연 / 팬텀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영화의 울림보다 더 좋았던 것은
영화가 소재를 대하는 태도였어요(어찌나 울었는지..훌쩍)
자신을 잃어가면서 동시에 그 사실조차 자각할 수 없다면... 알츠하이머가 지닌 병으로서의 무게는 자신은 물론 그 가족에게 지속적으로,그리고 따끔따끔하게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 같다. 병상에 누워있지도 수술이 가능하지도 않아 평소모습 그대로라고 생각하여 방심하는 순간마다 따끔따끔하게 깨닫게 되니까.
알츠하이머 선고를 받고 그 충격에 몸부림 쳐도 결국 일상은 계속된다. 삶은 계속된다. -드라마라면 암 선고를 받고 한강다리를 거닐 수도 있겠지만.- 잘 나가는 셀러리맨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은 그래서 담담하지만 고통스럽다.
그렇지만. 사유키와 에미코가 처음 만났을 때 나눴던 대화를 되풀이하곤 건너는 현수교 장면은 마치 모두 잊은 것이 마냥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니라고, 잊었으면 그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극 전반을 거쳐 나오는 도자기, 특히 극 후반에 깨진 도자기를 보며 이 영화에서 이것이 갖는 의미가 남다름을 알았다. 아름답게 완성된 도자기만 있는게 아니라 깨지고 모자란 도자기도 있다.깨진 도자기로도 술을 마시는 데엔 지장이 없는 것처럼 사유키의 삶도 병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그 존재의 본질을 잃지 않는다는 것. 그런 의미 아닐까. 그것이 희망의 '내일의 기억'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