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전 한국을 걷다 - 을사조약 전야 대한제국 여행기
아손 그렙스트 지음, 김상열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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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12일 씨네21블로그에 쓴 리뷰.불행히도 이젠 제목이 가물거리는 이 책은 당시 한국인으로서만 한국역사를 보던 내 시선에 돌(?)을 던진 책으로 기억된다.

1. 100년 전, 그리고 그 때는 을사조약 전야.

사람들은 누구나 아픈 과거는 잊고 싶어하는 법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자신, 또는 자신의 가족을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을 좋아할 이도 없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처음 느꼈던 것은 "니가 게맛을 알아?" 이상수준의 "니들이 대한제국을 알아?" 의 감정이었다.
생판 모르는 북유럽의 코쟁이의 글에 (이방인으로서 당연히 그랬겠지만) 아주 약간 울화통, 아니 심통이 났던 거다.
하지만... 이 북유럽코쟁이씨는 우리가 나라를 (정식으로) 빼앗기기 한 해 전의 소중한,아주 중요한 일상을 전해준다.

2. 일하기 싫어하는 민족? 기차를 보고 달아나는 사람들.

이 기자양반은 상인 행세를 하고서 일본에서 부산으로 건너온다. 그리고 막 개통된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가게 된다.
철저히 관찰자의 시각의 이 기행기를 보면 내가 봐도 그랬을까 싶을 대한제국의 일상이 드러난다.

밥 짓는 연기에 질식하게 생겼고, 성벽에 즐비한 시체들하며,처음 기차를 보고는 달아나는 사람들,목숨보다 수염을 더 소중히 하는 양반들, 콧물질질 아이들...
그러다 차츰 익숙해질라치면, 30분 타작하고 한나절 쉰다면서 일하기를 굉장히 싫어하는 민족이라고도 하고,
여인들은 하나같이 박색이라 한다.(그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아, 사진도 곁들여 있어서 뭐라 할 수 없꾸나. 티브이씨 사극에서 보던 것보다 심하구나.그런 마음이었다.


3. 그럼에도.

그럼에도. 상당부분 일본에서 얻어들은 나쁜 말들이 들어있긴 해도. 기자양반이 외국인이였기 때문에 그날의 대한제국을 이렇게 볼 수 있었던 거다. 침략자는 침략자로, 패배자는 패배자로써 역사를 기억할 뿐이다.
그리고 제3자는 이것을 관찰자로써 기억할 뿐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만 같던 현장성(?). 암울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대한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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