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엄밀히 말해 편식가는 아니다. 이것저것 주는대로는 아닐지언정 반찬투정은 할지언정-뭔소리냐-대단히 심각하게 편식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것은 음식에만 해당되는 사실이니.

내가 심각히 편식하는 부분은 책이다. 아무리 고치려 고치려 고치려 해도 도~저히 고쳐지질 않는 이 승질머리를 어쩌질 못하겠다.- 그래서 올해는 아예 '편식은 나쁘다'라는 주제하에 골고루 책고르기 운동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패한지 오래-내 생각에는 편식의 이유는 호기심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얼마전 <한옥이 돌아왔다>를 보고 보다 역사적으로 한옥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것저것 뒤지다 보니 당초 계획했던 까만책-도서관에서 문학서적은 800번대. 그러니까 까만띠로 분류되어 있다-10권 도전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드라마 '마왕'에서 소개(?)됐던 <거짓의 사람들>이라는 책을 보니까 이거이거 심리학이 재밌어 지고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굿바이,게으름>이란 책이 눈에 보이니 봐야하고..... 대략 이런 식이다.

내가 편식하는 증세를 보이는 쪽은 주로 건축,전통건축, 역사, 디자인, 인문 분야 쪽인데 그 중에서 건축분야는 아주 심각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것도 책이 무지 많은 서양 건축보다는 지지리도 가뭄인 한옥만 파고드니 이러다가 나중에 다른분야결핍독서행태로 인해 뇌에 골다공증 걸리는 거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도 가만 생각해 보면 오기가 난다. "왜? 편식이 왜 나쁜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책은 경제,경영 분야의 책이고 내가 서점 알바할 때 가장 많이 판 책이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순 없다>였는데. 이것또한 심각한 편식이 아닌가.내가 편식해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고전을 안 봐서, 세계명작들을 안 봐서, 현재 완적대박 소설에 털끝만치도 관심이 없어서 생기는 부작용은 ....아마도 밑천의 부재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또 심각하네.

밑천의 부재라. 우쒸. 오기로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그렇다고 난 밑천이 없다라는 생각엔 은근분노다...

아마도 이건 평생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신경써야겠어 곰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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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몽롱하게 그들의 세계에 빠져들다.
    from 2007-07-02 12:54 
    오랜만에 만화책에 집중해봤다. 땀, 비누, 디디 땀이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개성적인 얼굴, 귀여운 단발머리, 살짝 올라간 눈꼬리. 인상착의가 딱 눈에 들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