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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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The April Bookclub

20252

 

동네 서점을 지나다가 알게 된 저자인데, 무엇 하나 허투루 보는 게 없겠다. 허투루 보는게 주특기인 내가 허투루 보는 걸 극협하는 내게 쉽게 의미를 찾고 이해했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새기는 사람이 있다. 글을 썼구나 하고 느끼게 했다. 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닌, 책 한 자 한 자 천천히 음미하면서 내 삶에 체화시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산지석. 누군가의 허물도 나에게는 교훈이 될 수 있다. 지나가는 소리 하나에도 내가 더 많은 것을 느끼면 된다.

나의 삶에 실제로 무엇이 중요한지 갈수록 모르겠다. 목표가 없어지는 이 느낌이 잘못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불혹의 나이에 맛볼 수 있는 경지인 것 도 같아서 지금은 지켜보고 있다.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조금은 여유롭게. 조금은 진지하게. 그러면서 나는 오늘도 글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

 

 

[바닥없는 벼랑을 바라보는 막막함. 그러나 모든 파국의 출발은 본래 고요하지 않던가. 진실은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 이제 진실이 무엇인지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지실 자체가 아무런 힘이 없다는 사실이다. 진실로도 설득할 수 없는 것을 무슨 수로 설득할 수 있단 말인가. 타인들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삶에서 이것보다 더 절망적인 결론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네가 누구건, 무엇이 진실이건, 그것은 우리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네가 유죄라는 것이다인간은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소되곤 한다는 것.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그 재판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이것은 시작되는 순간 반드시 질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재판이라는 것.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의 기본 요소를 인물, 사건, 배경이라고들 한다.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특정한 성격이 특정한 상황에 던져졌을 때 어떤 특정한 선택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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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조앤 디디온 지음, 홍한별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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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조앤 디디온 지음

홍한별 옮김

The April Bookclub

202412

 

좋은 역자의 힘으로도 끌어 올릴 수 없는 명작이 있다. 방송인 타일러가 극찬한 뒤로 책을 찾아 헤맸지만 품절된 지 꽤 된 이 책은 중고 도서로도 쉬이 만나볼 수 없었다. 그래서 [푸른 밤]을 먼저 읽었다. 느낌있는 책 표지를 얹고 상실이 새로 나왔다. 바로 샀다. 이제야 서평을 올리지만 디자인을 한 사람이 전종균으로 되어 있는데, 그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 상실과 푸른밤은 열길 물 속 중 한길이다. 무엇이 다른가.

 

홍한별역자는 [푸른 들판을 걷다]를 읽은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언어를 문학으로 가져온다는 것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이라는 것을. 그런데도 상실은 식상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이, 아무 흥미가 없었다.

 

[왜 항상 당신이 옳아야 해.

왜 항상 당신이 이겨야 해.

제발 한 번만 그냥 좀 내버려 둬.

 

비애는 그곳에 다다르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장소였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만, 상상한 죽음 직후 며칠이나 몇 주가 지난 다음의 삶이 어떡할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 며칠이나 몇 주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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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1 - 인류의 탄생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1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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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The April Bookclub

20251

 

만화로 나온 사피엔스. 재미없게 읽고 있었다. 분명 재미없었는데 어라? 왜 내 생각을 자꾸만 비틀어 놓는거지? 이게 철학 만화야 환경만화야? 인류의 진화로 인해 대형동물의 멸종되고 급기야 눈부신 혁명은 인간 스스로를 파멸로 나아가게 하는 행동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사실적으로 논리적으로 한단 말인가.

그런데 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재미있게 본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면서 같이 읽는 것이 맞는가 싶으면서도 재미있어해서 계속 읽어달라 해서 2권도 사달라고 해서 계속 읽고는 있는데, 나의 자아와 충돌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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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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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삶

김영하

 

4월에는 알라딘에서 책을 많이 구매했다. 어디 책 뿐이랴. 소비를 많이 한 달로 단연코 으뜸인데, , 신발을 비롯해 나를 채우는 것들을 많이도 구입했다. 얼마나 구매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아들이 책을 구매해달라고 해서 보다가 보니 어느새 50 만원을 훌쩍 넘어서 있었다. 그렇다고 안 사줄수도 없고, 또 사주기도 애매하다가, 내 것 사는데 아끼지 않고, 가족 것을 사는데 아끼는 내 모습에 질리고 말았다. 그렇게 책을 무분별하게 사들이는 달에 만난 책이 김영하의 에세이다. 나는 김영하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읽어보지도 않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은 나의 주특기이다. 그러고 나서 세월이 흘러 어느 대목에서 펑펑 울고 있는 나를 만날지도 모르겠다만, 초창기 그의 단편소설 여러 편을 읽어본 뒤로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여행의 이유를 통해 글을 잘 쓰는, 말하듯이 쓰는 사람 특유의 문장력에 놀랐다.

 

단 한번의 삶은 에세이를 구상하여 소설처럼 이야기 방식으로 이어나가서 자서전이 소설 같으면서 에세이 같다. 단 한번의 삶을 일회용 삶이라고 말한 그의 글답게 이어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환대보다 적대를, 다정함보다 공격성을 더 오래 마음에 두고 기억한다. 어떤 환대는 무뚝뚝하고, 어떤 적대는 상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게 환대였는지 적대였는지 누구나 알게 된다. 모두가 말한다고 진실은 아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기대와 실망이 뱅글뱅글 돌며 함께 추는 왈츠와 닮았다. 기대가 한 발 앞으로 나오면 실망이 한 발 뒤로 물러나고 실망이 오른쪽으로 돌면 기대로 함께 돈다. 기대의 동작이 크면 실망의 동작도 커지고 기대의 스텝이 작으면 실망의 스텝도 작다. 큰 실망을 피하기 위해 조금만 기대하는 것이 안전하겠지만 과연 그 춤이 보기에도 좋을까?

 

내가 기꺼이 견디고자 할 의미 있는 고통은 어떤 것일까? 낮고 단단해 보이는. 행동도, 마음도, 습관도, 조금씩 달라지다가 그 변화가 누적되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되어버린다. 도시에는 밤새 많은 사람이 쓰러지고, 다치고, 죽는 것 같았다. 그 밤에 꿈을 꾸었다. 내가 어딘가 잘못된 곳에 와 있고,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다시 이탈해야만 할 것 같은 이 익숙한 충동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모두들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나가면 후회할 거라고 했다.떠난 사람은 루저가 아니라 그냥 떠난 사람일 뿐이다. 남아 있는 사람도 위너가 아니라 그냥 남아 있는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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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상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어른을 위한 동화 18
한강 지음, 봄로야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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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상자

한강 글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데, 역시 그런 것도 같다. 제주 구좌읍에 갔다가 서점이 있으면 그냥 못 지나치는 내가, 그렇게 들어간 서점에서 그냥은 못 나오겠는 내가 함께한 책이다.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기 전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는데 그리 재미있지는 않은가 보다. 오히려 사피엔스를 더 재미있어 한다.

 

눈물이 너무 많은 아이가 위축되어 있을 때 누군가를 만나 눈물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마음을 씻어주던 이미지를 남긴 연극 눈물을 보여드릴까요?를 보고 이 글을 쓰게 됐다는 작가는 시각, 청각, 촉각의 감각을 마음에서 글이라는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채식주의자의 한강을 보며 답답하고 애처롭고 어지러웠지만, 그런 사람의 삶도 있다고, 그게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내심 안도하며 인정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또 눈물상자의 한강을 보며 그녀만의 세계가 공고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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