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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손톱
아사노 아쓰코 지음, 김난주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아사노 아츠코'의 세계에 빠질 준비를 시작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배터리'를 읽을 생각이다. 아사노 아츠코를 분홍빛 손톱으로 처음 만나게 된 것이 좋은 일인지, 그렇지 않은 일인지는 배터리를 읽고 생각해 볼 일이다.
p62 말이든 눈길이든 생각이든, 상대가 똑같은 한결같음으로 받아주는 일이란 흔치 않다. 오히려 미처 다 받아들이지 못한 것을 무거운 짐이라 생각하고, 귀찮게 여기고, 당혹감의 원인으로 삼는다. 그러면서 상대가 다 받아들여 주지 않으면 상처를 입는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눈길을 외면한다. 마음을 몰라준다고 하면서.
이 글의 내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은 성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겪는 17살의 소녀가 한 소녀를 만나 내적으로 성숙하게 되고, 앞으로 한발 다가가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돈만 주면 어떤 남자에게든 몸을 준다는 소문 속의 그녀와 마녀라는 소문이 있는 소녀가 만나, 세상속에서 고립되지 않고, 조금씩 성장해 간다.
학교라는 둘레 안에서 나는 그다지도 속수무책이었다. 둘레 안에서 나는 내 자존심조차 지킬 수 없는, 형편없는 소녀였다. 사람은 시간이 흘러,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런 말들을 하며, 과거를 추억하지만, 난, 다시 돌아가, 그때의 그 마음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그게, 누구의 잘못이기보다는, 10대의 내가 그저 그랬던 것이다. 10대가 지나고, 나는 10대를 향한 책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어쩌면 무의식 속에서, 10대의 나를 밀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서, 차츰, 서른의 문턱에서야, 10대라는 마음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