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연애할 때 (리커버 특별판) - 작가 임경선의 엄마-딸-나의 이야기
임경선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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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연애할 때

임경선 지음

 

책을 읽다가 재미있음에도 그만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멈추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어느새 흥미를 잃는다. 딸아이는 재미있으면 책을 끝까지 다 읽는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무언가를 하면서도 하기 싫은 마음을 가지고 갈팡질팡하게 됐을까.

 

가족 이야기. 안 좋아한다. 일부러 피한다. 요즘은 예전에 비하면 적대감이 좀 나아졌다.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이 나는 만큼의 시간이 쌓여서 녹고 있나 보다.

 

임경선의 자아도취적인 성향, 안 좋아한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반기에 반기를 든다. 그러면서도 여러 권 샀다. 자아도취적인 성향으로 써내려가는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그러면서도 소재가 여성, 엄마, 아내라 나를 생각하게 한다. ‘나도 육아 일기 썼었지. 아이들이 커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게 정리해야 하는데.’ 뭐 이런 류의 생각이다.

 

임경선의 심리구조가 첫 장부터 잘 나타나 있다. 자신의 비뚤어진 심리를 아닌냥 하고 살고 있지만 결국엔 다듬어지지 않은 글들이 말해주고 있다. 유독 왜 센 척에 연연할까? 왜 자신의 인생에 가면을 뒤집어쓰고 센 척하면서 살까? 그녀와 친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처음이 매끄럽지 못하지만 정성을 녹여 갈수록 매끄러워진다. 임경선은 잘 쓰는 척하는 초보자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불필요한 말이 들어가고 도치되고 수정해야 할 첫 장이었다. 너무 잘 써야 겠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가서 무너진 글들이 도사리고 있다.

 

[서른일곱 살에 엄마로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서 줄곧 내 안에서는 이기심과 죄의식이 맞부딪치며 갈등을 일으켰다. 나는 그 둘 다에서 약간 멀리 서 있기로 했다.] 왠지 서른 일곱,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 경우를 보면 간절할 거라 짐작한다. 그러나 그건 물어보지 않은 오판일 수 있다.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자신이 글을 쓰기 위해, 방송 라디오에 연애코치를 하기 위해 어린이집에 맡긴다는 건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면 무턱대고 들이대는 엄마의 헌신을 모든 아이가 달가워할까? 그것도 또한 의문이 된다. 엄마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 살아가는 일은 이처럼 아이러니를 남긴다.

 

[본능적으로 거슬리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피해 다녔다. 의지가 아니라 어느새 자연스럽게 내가 피하고 있었다.] 글들이 마치 나에게 고백하는 것 같았다. 임경선만 모르고 있다. 자신이 병들었다는 것을. 오히려 자신이 대단하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하며 옹호해 달라고 한다. 그런데 도무지 그럴 수가 없다.

 

자신의 엄마가 이대 나온 여자여서 너무 좋은가보다. 국졸인 엄마를 둔 나는 부끄러워해야 하나. 이대 나와서 서울대 남자와 결혼하지 않은 것이 큰일 인냥 이야기해서 이질감은커녕 욕이 나왔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작가는 정말 나르시스트야. 인격이 덜 됐어가 반복됐다. 거기에 이상한 애착. 항문기 고착, 안되는 걸 못하는 걸 만회하는 것도 정도 것이지. 아이가 기저귀와 이별하는데 무슨 슬프고 허전하고 또 앞으로 아이와 내가 그런 신체 접촉을 유지하지 못 할까봐 두려웠단다. 무서웠다.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데 은근 흐뭇해 했다니. 변태냐.

 

샌드위치가 되어 잔다. 그래도 아이를 옆으로 옮길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내 아이의 수면을 방해하면 안되지. 내 수면의 질을 생각하려면 왜 낳았어. 적응하고 사는 거지. 그런데 임경선은 아이가 배에 발을 올렸다고 찬다고? ...

 

타인의 변화를 바라봄으로써 우리에게 일어난 변화를 거꾸로 실감할 때가 있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난 뒤에 더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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