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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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지음/문항심 옮김

 

아는 말인데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모르는 단어가 있는 것도 아닌데, 글로 읽히지 않는다는 게, 분량이 적은데도 쉬이 나아가지 않는다는 게, 그것이 사색을 하게 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라는 것에 씁쓸함이 남은 책이었다. 왜 짧고 어렵지 않은 문장들이 이해되지 않고 눈으로만 읽힐까. 그럼에도 집중해서 읽고 밑줄 긋고 그렇지. 그렇지 하기도 한다. 그런데 뒤돌아서서 내가 방금 뭘 봤나 싶은. 생각나는 게 없다. 그래서 정리도 안된다.

 

왜 그런지 알았다. 아무리 읽어도, 부분이 좋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자기 결정, 자기 인식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어떤 부분에는 꽂혀서 읽었지만, 그것이 정작 자기 결정이나 인식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냥 그 문장으로서 생각해볼 만한 것이었다. 그래서 과연 자기 결정이나 자기 인식은 무엇인가.

 

자기 인식: 인정하기: 자신에 대한 이해

 

만일 우리 자신 속으로 계속 깊게 파 들어가서 사고와 감정의 정체가 누워 있는 바닥에 닿는다고 해요. 이러한 생각은 자기 인식이라는 것이 표면과 심층을 분리하여 우리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는 것에 있다는 사고방식입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허수아비로 만들거나 조종함으로써 존엄성을 빼앗는다면 존엄성의 상실은 자기 결정의 상실과도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자기기만은 이익이 동기가 된, 자기 자신에 대한 착각이지요. 자아상의 인물처럼 생각하고 바라고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에요. 그러면서 자신을 그런 사람으로 그려놓습니다. 특히 도덕적으로 의미 있는 사고와 소망과 감정이 관여할 때 더욱 중요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만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앞에서도 거짓말을 하며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폭로하지 못하도록 이를 악물고 지켜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덕: 잔인함과의 싸움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이유가 만일 외부 권위와 그것이 주는 징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면 우리는 자기 결정의 상실을 경험할 것입니다. 도덕적 친밀성이 부재하면 타인을 나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단이자 도구로만 보는 것이지요. 살아가는 동안 타인의 시선을 받음과 동시에 그들과 다양한 교류를 나눈다는 사실은 그들의 이익이 나의 이익과 상반될 경우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하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자기 자신이 하는 행동의 동기에 대한 이해가 적을수록 잔인함으로 치우칠 위험은 높아집니다. 반대로 나에 대한 타인들의 투사를 알아차리고 그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진실하고 교류 가능한 감정들을 가지고 우리 자신을 대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과는 다른 인간관계를 맺습니다. 이들의 만남은 좀 더 살아있고 세심하며 재미가 있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념적 분화입니다. 내게 파고드는 이 불편한 감정은 두려움인가, 아니면 짜증과 분노인가? 사람들 앞에서 나서려 할 때 느끼는 이 감정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인가, 아니면 억눌려 있다가 급기야 폭발할지 모르는 다른 감정에 대한 두려움인가? 그리고 그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짜증이나 분노라고 했을 때 정확히 누구 또는 무엇에 대한 분노인가? 몇 년 전부터 줄곧 나를 따라다니며 삶을 힘들게 하는 이 충동, 이것은 화려함을 향한 갈망인가 아니면 단순히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욕구인가, 혹은 인정받고 싶은 더 깊은 차원의 갈망인가? 자신의 거짓과 사기가 실패하거나 까발려지는 것을 미리 막아내고자 하는 과열되고 부단한 열망은 아닐까? 우리의 삶과 감정이 더 이상 서로 맞지 않을 때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럴 때에 위기를 극복하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새로이 보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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