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이음문고 11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강민경 옮김 / 디자인이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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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강민경 옮김

 

[맑게 갠 첫 순간 친애하는 당신에게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

 

어쩌면 당신은 내면에 특별히 행복하고 순수한 삶을 만들고 다듬을 기회를 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당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세요. 그러는 와중에 무언가를 마주하면 깊은 믿음으로 받아들이십시오. 당신이 글을 쓰도록 만드는 근본이 무엇인지 살펴보세요. 그 근본이 당신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그 길이 편안하고 풍요롭고 드넓기를 이루 말할 수 없이 바랄 뿐입니다.

 

당신의 성장을 조용히, 그리고 진중하게 이어나가야 합니다. 자꾸만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내면의 감정과 차분한 시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답을 바깥에서 찾으려 하는 것은 당신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당신의 내면에서 인내를 찾으십시오. 우직하게 당신을 믿으십시오. 어려운 것을 더욱더 신뢰하고 타인들 사이에서 당신의 고독에 기대십시오. 그 외에는 삶이 흘러가는 대로 두십시오. 나를 믿으세요. 어떤 경우에도 삶은 옳습니다. 눈이 멀어 서로 끌어안은 채 머물기만 하더라도 미래는 다가오고 새로운 인간은 태어납니다. 존재의 외면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불안이 빛과 구름의 그림자처럼 당신 손 위에, 당신이 하는 모든 일 위에 드리우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조용함과 고독 그리고 너무 익숙하지 않은 시간입니다. 낯선 것들이 고향 없는 우리 마음에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당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점, 삶이 당신을 잊지 않았으며 당신을 손에 꼭 쥐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야 합니다. 삶은 당신이 추락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내면에 사랑을 쏟는 일에만 집중하고, 타인에게 당신을 변명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그래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의 직업이 힘들고 당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일이라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습니다. 모든 직업이 그렇지 않은가 생각해보십시오. 모든 직업이 개인을 향한 요구와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은지, 무미건조한 의무 때문에 볼멘소리를 하는 자들의 혐오로 절어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불만은 저 멀리 떨쳐내십시오. 모든 무서운 것은 사실 깊은 근본에서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무력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한적함이 유용하고 재능 있는 시간이라는 선물을 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늘 즐겁고 행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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