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배처럼 텅 비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485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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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처럼 텅 비어

최승자

 

[세상이 따뜻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면 시를 못 쓰게 되지요. 그건 보통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시인의 삶을 바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정신과 육체의 일반적인 선 너머, 그녀는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봤다.

 

[책상 앞에서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천국이었음을 깨닫는다]는 시인의 마음을 나도 느낄 수 있는 날이 가끔 있다. 지금이 그렇다.

 

[너는 묻는다

 

너는 묻는다. 언제냐고

나는 대답한다 모른다고

확실한가 안 확실한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른다

내일이 올지 안 올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른다

너는 눈을 떨군다

 

수 세기의 바람이 그냥 불어간다

수 세기의 눈이 그냥 잠잠하다]

 

모든 시가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시는 몇 번을 소리 내어 대뇌였는지 모르겠다. 철학적이고 사유적이고, 비참하다. 인생이 이리 비참한 것이라는 걸, 의미를 찾아 헤매지만 나도, 그리고 너도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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