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32
칼릴 지브란 지음, 황유원 옮김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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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8일 목요일

The April Bookclub

 

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황유원 옮김

 

이 글에 대한 소회는 번역한 황유원의 [작별 전에 하는 말] 중 일부로 대신한다.

 

예언자는 오르팔리스 성이 있는 한 가상의 섬에서 열두 해 동안아니 자신을 고향으로 데려다줄 배를 기다리던 예언자 알쿠스타파가 자신의 배가 오는 것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곧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굳히지만, 도시 사람들이 모두 그를 찾아와 떠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아무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그에게 또 다른 예언자인 알미트라는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당신의 진리를 말로써 전해 주세요.“ 그러고는 우선 사랑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리하여 총 스물여섯 개에 달하는 인생의 여러 국면들에 대한 시민들의 질문이 차례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칼릴 지브란이 이 책에서 펼치는 논리는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하며 크게 새로운 것도 없다. 진정한 삶이란 각종 흑백논리 너머에 존재하며, 우리가 곧 신은 아니지만, 신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몸과 행동을 빌려 이 세상에 도래한다는 것. 그럴 때 우리는 신과 하나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어찌 보면 매우 교조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이러한 주장은, 그러나 칼릴 지브란이 오래도록 갈고 닦은 문장들, 쉽게 공감을 이끌어낼 법한 지혜를 품은 문장들로 인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다만 번역 내내 나를 좀 괴롭히던 것은 초반의 망설임과는 상반되게 거침없이 자신의 사상을 설파하는 예언자 알무스타파의 자아도취적인 어조, 그리고 이 글이 질문과 답변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도 거기서 어떤 토론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번역의 끝에 이르러 나는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 그가 한 답변에 대한 반론과 토론은 온전히 독자들의 몫. 나는 그것이 예언자에서 아무런 토론도 벌어지지 않았던 진짜 이유라고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본다. 그리고 곁에 있는 당신에게 묻는다. 과연 당신이라면 이 질문들에 어떻게 대답하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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