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 김현의 詩 처방전 시요일
김현 지음 / 미디어창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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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김현의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만난 환자들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반 저서들을 지양한다. 정신과적인 사례를 통한 전공서적은 지향한다. 왜 그럴까? 먼저 전공공부도 아닌데 왜 일반 서적에서까지 이런 내용을 접해야 하는 가에 대한 거부감이 든다. 그리고 읽어보면 내용도 후지고 뻔하다. 이 후지고 뻔한 내용으로 무엇을 이이갸하려는 걸까. 그래서 소재는 소재일 뿐이고 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옳다구나. 이 사례 쓸만하겠네하고 열거하는 것만으로 글을 완성하려고 하기 전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왜 환자들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야만 했는지에 대한 저자의 마음이 들어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 류는 안보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처박아 두었던 것도 이러한 편견 때문이었다. 글을 다 읽고 나니, 참 우습다. ‘처방전이라는 단어에 대한 나의 편협한 사고가 우습다. 좋은 의사 만나본 적이 없는(나쁜 의사는 여럿 만나고 있다) 내가 가진 그들을 향한 적대감이 나를 오히려 갉아먹고 있었다.

 

그러다 책 정리를 하다가 손에 집혀 휘리릭 넘기게 되었는데, 시는 읽을만 했다. 이 글도 그런 사례들이 판을 치고 있을거라 생각해서 시만 읽었다. 읽어보지도 않고 무슨 개소리냐는 반문과 속는 셈 치고 사례를 폈다. 첫사랑, 고양이를 보낸 사람,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적응 등 제목이 다 인 것 같이 짧은 내용들이 줄을 이었다. 읽어보지도 않고 개소리했네. 그냥 짧은, 아주 짧은 내용(사연도 아니고 사례도 아니고)과 거기에 어울릴 것이라 여긴 시가 있는 형식이었다. 1시간 정도면 책 한 권 볼 분량이라는 것과 내가 가진 의사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해준 나만의 교훈을 준 책이었다.

 

좀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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