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출판 및 인쇄진흥법’ 발효에 따라 새롭게 시행된 도서정가제의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도서정가제’ 법규의 각종 조문에 ‘1년’을 기준으로 한 규정이 많아 시행 1주년을 몇 개월 앞두고 이런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서련), 한국출판연구소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사간동 출협 대강당에서 개최한 ‘도서정가제 관련법 개정을 위한 대토론회’도 이러한 논의를 진행했다.

도서정가제는 쉽게 말하면 출판사가 책을 발행하면서 정한 값대로 독자에게 도서를 판매하게 한다는 제도다. 서적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독서문화를 진작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도서정가제는 2002년 8월에 ‘출판 및 인쇄진흥법’에 포함돼 법률로 확정됐고, 지난 2월 대통령령으로 시행령이 제정돼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법은 간행 1년 이내의 책은 할인을 일절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은 정가의 10% 범위 내에서 할인판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누적점수제 할인을 10% 할 수 있고 무료배송도 가능하게 했다. 이처럼 형식적인 면에서 도서정가제는 법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부실할 뿐만 아니라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주장은 특히 서점계와 출판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이창연 서련 회장은 “인터넷 서점들이 마일리지와 경품 제공으로 간접 할인을 하고 있어 도서정가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며 “무분별한 할인경쟁으로 출판사들은 출고가격을 높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점계는 더 나아가 ‘출판 및 인쇄진흥법’의 ‘5년 한시 규정’의 손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 규정을 폐지하고 도서정가제를 항구적으로 법제화하는 한편 출판물은 일반 공산품과는 다른 문화상품으로서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내놓고 있다.

인터넷 서점계와 일반 독자들은 이와는 다른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어차피 출판물도 경쟁 상품일 뿐”이라며 “독자들이 인터넷 서점 이용을 늘리는 것은 단순히 가격 때문이 아니라 편리성 때문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지난해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모했고 국회의 동의까지 받은 법률을 다시 논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동네서점의 폐업 등은 할인경쟁이라기보다도 전체적인 국내시장의 불황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출판전문가들은 서점계의 견해에 대체적인 공감을 보인다. 부길만 동원대학 출판미디어학과 교수는 “인터넷 서점의 할인경쟁으로 동네 서점은 물론 온라인 서점도 경영부실에 직면해 있고, 출판사는 할인을 전제로 책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며 “실제로 올해 간행된 책들은 종잇값 인상분을 제하고도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은 물론 소비자나 출판 유통의 모든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보다 나은 제도를 위한 토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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