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헌장 - 사교육틀 밖에서 내아이 다르게 키우기
권영숙 지음 / 이미지박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여섯 살 난 큰아이는 아직 한글을 잘 모른다. 제 이름 석 자와 몇몇 낱글자를 더듬더듬 읽는 수준이다. 혼자서 학습만화도 보는 아랫집 아이와 비교하면 기가 찰 노릇이다. 답답하던 차에 학습지 교사의 말에 홀딱 넘어가 한글 학습지를 시작하게 됐다. 방문학습지는 절대 안 시키겠다고 다짐했건만 벌써 영어에 한글 두 과목이나 한다. 앉혀놓고 가르치다가 고성이 나오고 아이를 주눅 들게 만들 바에야 전문가의 손에 맡기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지만 겨우 6살인데, 정말 이래도 되나 계속 주춤주춤하게 된다. 

'엄마 헌장'은 요즈음 같이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나에게 많은 길을 제시해주었다. '사교육 틀 밖에서 내 아이 다르게 키우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정말 남들과는 다르게 키우는 저자의 아이 키우기 방식이 나온다. 여느 육아서처럼 딱딱한 이론 위주가 아니라 킥킥 웃으며 부담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어서 금방 책 한 권을 뚝딱 봐버렸다. 두 딸과 함께한 일상들을 읽다보면 큭큭 웃다가 깔깔 웃음도 나온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에서 내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아이의 반항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그래, 엄마는 저래야 하는 거야 하며 우상을 발견한 듯 감탄하며 배우기도 한다.  

저자의 아이들은 딱히 공부와 친해 보이진 않는다. 둘째 해주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다 못 뗐다. 첫째 한길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도 100곱하기100은 200이라며 천연덕스럽게 말할 정도다. 이쯤되면 어느 부모가  그래, 공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을 격려할 수 있을까. 난 정말 자신 없다. 지금도 초조한데 말이다. 물론 두 아이 모두 대안학교에 다녔기에 가능한 일일 수 있다. 일반 학교에 보냈더라면,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학교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밝게 자랄 수 없는 것은 물론 선생님과 친구들의 멸시에 부모가 그래, 괜찮아, 공부는 못해도 돼, 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도 아이가 입학 후 힘들어한다면, 학교가 성적 순으로 줄 세우기를 계속해서 강요한다면 대안학교를 보낼 생각이 있다. 하지만, 정말이지 지금의 바람으로는 공교육이 일찍부터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몰아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사교육 시장은 공교육이 키운다는 걸 관계자들은 정말 몰라서 계속해서 아이들을 경쟁구도로 내모는 건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대안학교가 필요 없는, 학교가 아이들이 밝게 자랄 수 있는 울타리가 되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무모한 바람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책은 저자가 말하는 엄마 헌장 10가지를 중심으로 나누었고, 각 부분이 끝날 때마다 대안학교 졸업생 6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대안학교에 진학하게 된 계기, 생활, 진로 등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대안학교의 모든것을 인터뷰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어쩜 하나같이 똑똑하고 자기 삶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차 있으며, 밝은지! 대안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 모두 적어도 우리 사회의 대안이 되기에는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돈 잘 버는 직업, 남들이 우러러보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모두 자기 삶에 당당한 주인공이니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엄마 헌장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나는 아이에게 바다를 비추는 등대로 남을 것이다. 나는 사회가 규정한 틀 속에 아이를 가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이를 성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아이를 '엄친아'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왜 그것밖에 못하니?"가 아니라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아이의 '자아독립'을 인정해줄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최고'라는 말보다 '배려'와 '당당함'을 가르칠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누가 뭐라 해도 내 아이를 믿을 것이다. 나는 절대 아이의 아빠 엄마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아이를 속박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모두 실천하기는 어려우나 노력할 것이다. 모두 내것으로 만들어 아이에게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엄마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좋은 엄마라고, 아이가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 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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