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2
최미애 지음, 장 루이 볼프 사진 / 자인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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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항상 생각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그러면서 선뜻 떠나지 못하기에 '여행'을 염원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가고, 누구나 누릴 수 없는 특권이 되어버렸다. 예전에 본 어느 광고에서처럼 삐삐와 휴대폰을 수족관에 던져 버리고 용기 있게 훌쩍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이 아닐까? 한비야도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괜찮은 회사를 그만 두고 세계 여행길에 올랐고, 이 책의 주인공 미애와 루이도 방 한 칸 마련할 돈도 남기지 않고 버스를 사서 무작정 파리까지의 여행길에 올랐다. 구름과 릴리 사랑스런 두 아이와 가족 같은 개 꼬꼿을 데리고 말이다. 그래, 여행은 무작정 떠나고 보는 거라니깐.

그들의 여행은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버스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니 중국으로 버스를 가져가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고, 중앙아시아로 넘어가기 위해 중국 대륙을 여행하는 것도 그렇게 자유롭지 않았으니 말이다. 안내원이 따라붙어서 지정해 준 도로로만 다녀야 하는 것이 여행이라니...중앙아시아를 거치면서 일어났던 많은 일들.

빈곤한 가운데서도 외지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식량을 서슴없이 내주는 것이 우리네 촌의 인심과 닮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약탈하고 술 취해 덤비는 무리들과도 맞서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한다는 건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고생을 고쳐 파리에 도착한 후, 다시 버스로 서울까지 돌아가자는 미애의 용기와 맞장구 치는 루이는 무모한 건지, 용기 있는 건지...그래서 이 책이 두 권으로 나왔지만 말이다. ^^

미애와 루이는 여행길 내내 싸움과 화해를 반복한다. 막판에는 미애가 이혼까지 결심할 정도로 심하게 다툰다. 처음에는 한국 여자와 프랑스 남자간의 문화적 갈등이려니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화적 차이라기보다 세계 어느 여자와 남자, 부부가 겪을 수 있는 남녀간의 갈등이라고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은 힘든 일을 겪어 봐야 그 사람의 본성을 안다고 했다. 이들 부부도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화도 내고 의지하면서 사랑을 키워 나간다. 아마 318일간 길 위에서 쌓았던 신뢰와 사랑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남편은 이 책에 푹 빠져 지냈지만 읽을수록 갑갑해진다고 했다. 미애의 시선에서 쓰여진 글이고, 그때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읽기가 힘들다고. 중앙아시아를 통과할 때는 불안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유럽권인 터키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점이 못마땅하단다. 그 나라의 분위기는 빈곤의 무게와 비례하는 듯하다. 하지만 가난할수록 사람들의 따뜻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애의 가족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힘들게 한 건 중앙아시아 사람들이지만 따뜻한 환대와 인정을 보여준 이들도 중앙 아시아 사람들이니. 그들을 바라보는 미애의 안쓰러움과 따뜻함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온다.

나는 아직까지 미애와 루이처럼 무대포로 여행을 떠날 용기는 없다. 그저 그들의 용기를 부러워하는 수밖에...그래도 책을 통해 자유로움의 공기를 느낄 수 있으니 이 정도로도 행복한 거라고 위로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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