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이 서울에게 - 제2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 일공일삼 108
이현지 지음, 김규택 그림 / 비룡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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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짓고 있는 집, 걷고 있는 도로, 살고 있는 집의 땅 밑에는 얼마나 오랜 역사의 흔적들이 파묻혀 있을까?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도 계속해서 유물이 발견된다고 한다. 바꿔 생각하면, 개발의 광풍 시기에 많은 유적지들이 개발의 논리로 덮여버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유물이 발견되면 공사를 강행하기 어려워지니까.

<한성이 서울에게>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재개발 구역인 동네에서 유물이 발견되자 공사가 중단되는 것을 원치 않는 이들이 유물을 몰래 없애 버리려는 장면.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인 <한성이 서울에게>는 서울이라는 아이가 2000여 년 전에 어린 나이로 죽은 한성이라는 아이의 영혼과 소통하며 주변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다. 한성과 서울은 처음에는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지만 차차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누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은 흥미롭고 따듯하다.


울이의 동네는 재개발 구역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났지만 울이네 집은 이사를 갈 생각이 없다. 이사 비용도 많이 들고 2년 전에 죽은 오빠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사는 엄마가 오빠의 흔적을 버리고 떠날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울이의 오빠는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힘에 세다고 믿었고 늘 봉사하는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오빠를 칭찬하며 울이에게도 오빠처럼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울이는 오빠처럼 살지 않기 위해 늘 오빠와는 반대로 행동하려고 한다.

2000여 년 전에 죽은 백제 아이 한성은 울이네 집 마당에 묻혀 있는 독무덤의 주인으로, 울이의 눈에만 보인다. 자신의 독무덤이 무사히 박물관으로 옮겨지길 바라지만 도시 개발과 도굴꾼들의 활약 때문에 늘 노심초사. 그래서 울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백제의 아이 영혼과 서울 아이가 만나 유물을 지키는 활약상이라니! 역사, 추리, 모험에 가족의 사랑, 성장까지 버무려진 흥미로운 역사 동화다.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도, 백제라는 나라를 몰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고, 읽고 나면 마음 한켠이 뜨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울이는 자식을 잃은 성이 엄마의 사랑을 통해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힘이 세다는 오빠의 말을, 유물들이 단순한 흙덩이나 돈이 아닌 사랑의 흔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도, 우리가 사랑했던 흔적도 역사가 될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시즌1의 주인공이 죽으면 시즌2에서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는 법이다. 내가 끌고 갈 드라마는 전혀 다를 것이다. 내 이야기에는 복지관 봉사활동도, 기후변화 캠페인도, 미숙아를 위한 모자 뜨기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의 이야기보다 더 나을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 P66

"네가 우리 엄마 마음을 알아? 부자도 아니면서 이걸 무덤에 넣어 주는 마음을 아냐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사랑했던 마음까지도 죄다 흙먼지가 되는 줄 아니?" - P83

분명한 건 이 유물들은 단순한한 흙덩이나 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건 한성이 서울에게 전해 주는 사랑의 흔적이었다. - P150

모든 물건은 유품이 되고 사랑받은 유품은 유물이 된다. 먼 미래의 누군가가 그 사랑의 흔적을 통해 역사를 읽을 것이다. 무덤에 묻혀도 마음은 살아 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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