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유가영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4월. 벌써 세월호 참사 9주기가 되었습니다.

가끔 그 아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를 생각했습니다.

쉽게 부를 수 없고 말을 건네기도 어려워 늘 생각만 하던 그 아이들. 살아줘서 고마운 그 아이들은 이제 청년이 되었습니다. 청년이 된 그들 중 한 친구가 당당하게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살아 남은 이상 일어나야만 했다고., 삶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고요. 18세 여고생 유가영이 청년 유가영이 되기까지 9년의 기록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입니다.

작은 판형에 널널한 편집으로 앉은 자리에서 금방 볼 수 있을 정도록 작은 책이지만, 책장을 넘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두 아들이 등교한 후 책을 펼쳐들었는데, 아침부터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습니다. 저자가 사고 당시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거나 슬픈 감정을 토해내듯 쓴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당시의 기억, 사고 이후 살아낸 날들을 너무나 담담하게 읊조리듯 말해주는데, 제 눈물샘은 고장 난 듯 폭발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담담함 뒤에 숨겨진 마음이 느껴져서 그랬나 봅니다.


이 책은 저자가 단원고에 입학하고 세월호 참사를 겪고, 그 이후 살아온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를 비롯한 살아남은 아이들은 참사 이후 엄청난 상실감에 시달립니다. 동정과 관심, 부정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악플에 상처받으며 자기 몸을 해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여러 차례의 위기를 만나고 이겨내며 지금은 세상 앞에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자신처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더 힘차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는 한 개인이 겪은 트라우마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안고 가야 할 마음의 빚이기에 이 책은 한 개인의 이야기로 끝날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우리 아이들에게 떳떳한 어른이 되어야지 다짐하게 해줍니다.

친구들의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네 친구들은 다 죽었을 거야"라는 말을 던지던 어른, 엄마와 부둥켜 안는 생존자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고, 생존자 모습을 찍기 위해 병원에 위장 잠입한 기자들 같은 어른 말고. 택시비를 받지 않고 해줄 수 있는 게 차 태워주는 것밖에 없다던 택시기사와 같은, 아이들이 맘껏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는 어른이 되렵니다.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자유롭게 훨훨,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바람처럼 살아내 주길 바랍니다.

"단원고 학생이지? 내가 택시기사라 너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렇게 태워주는 것밖에 없어서 그래. 힘내고 학교 잘 다녀라." - P59

죽음이라는 파도가 우리를 갈라놓았고 저는 뭍으로 멀리 밀려 나왔습니다. 그렇게 된 이상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저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 P71

지금의 저에게는 비록 그 괴로움을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닫고 일어날 힘이 있습니다... 이 힘을 만든 건 제가 여태까지 살기 위해 쳐온 발버둥, 그리고 그걸 알아보고 저를 끌어 올려 준 사람들의 마음이에요. 그날 제 손을 잡고 갑판 위로 이끌어 준 친구부터, 지금까지 만난 많은 사람 모두의 마음이요.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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