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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 제3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최정원 지음 / 비룡소 / 2023년 2월
평점 :
제목을 봤을 때는 어떤 이유로든 지구를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맞다. 그들은 지구를 떠난다. 그들은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다. 지구에 이주해 온 '무지개'라 불리는 외계인들은 정부에서 지정한 거주지에 살면서 지구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지구인의 모습을 모방하지 않은 원래의 모습을 밝히고 싶어 하고, 보석을 만든다는 놀라운 능력을 탐내는 지구인들은 그들을 가만 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들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했다. 그래서 무지개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이 행성을 떠난다.
그렇다고 외계인의 일상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아니다. 중학생 원호와 나래가 우연히 길 잃은 외계인 아기 보보의 집을 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나절의 모험이 주 내용이라 흥미진진하다. 앞에서 말한, 흥미를 좆아 카메라를 들이대는 지구인들의 눈을 피해 숨어 다니고 쫓겨 다니는 과정에 몰입하게 된다.
원호와 나래는 평범한 아이는 아니다. 무리에서 외계인으로 취급받는 '찐따'의 모습을 띤, 스스로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괴롭고 고민도 많다. 전혀 친하지 않은 두 사람은 쫓겨 다니다가 서로의 찐 모습을 발견하고 격려해 주게 된다. 그리고 믿음을 가지게 된다. 조금 늦더라도, 이런 우리라도, 기다려 주는 누군가는 있을 거라고.
모두의 속도가 같지 않다. 아이들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기에 느린 사람은 늘 주목 받는다. 나의 둘째 아들의 경우 미술 시간이 2시간이면 고민하다가 1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1시간 동안 끝을 내지 못해 미완성으로 제출하는 일이 많았다. 지금도 딱히 나아지진 않았다. 대화 중에도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아 나도 모르게 "빨리 좀!"을 외치기도 한다. (하지만 '싫어'라는 말은 어떻게 0.5초 만에 나오는지) 이런 아이의 마음을 나래를 통해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범우주적 공간에서 보면 보잘 것 없는 지구 행성에 살면서 왜 이리 편을 나누고 무시하고 외면하는지 원. 찐따, 외계인이 별건가. 책 속 '무지개'들이 행복을 찾아 이 행성을 떠났듯 누구든 진짜 행복을 찾아 떠날 수 있다. 어딘가에는 정착할 수 있는 나만의 행성이 있다. 그들이 꿈꾸는 행성을 만들기 위해, 조금 늦더라도 손 내밀어 함께 가자고 말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언제나 시끌벅적한 교실은 항상 즐거운 이야기, 웃음, 악의 없는 타박과 과장된 환호성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것은 모두 ‘그 친구들‘의 것이었다. 그들과 나래 사이에는 8차선 도로가 가로놓여 있었고, 그 도로 위로는 늘 넌 다르다, 좀 그렇다,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 시속 180킬로로 달렸다. 그 도로를 건너 보려다가, 몇 번을 다쳤던가. - P149
느리더라도, 늦더라도 결국 우리는 늘 해내긴 했다.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기다렸던 것보다도 더, 아주 오랜 시간을 먼길로 돌아서 오더라도 결국 우리는 목적지에서 만나지 않았던가.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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