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산다는 것
오동명 지음 / 두리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한창 예민하던 사춘기시절, 엄마와 다툼 끝에 엄마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다음에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난 아들을 낳았다. 허나 아들이든 딸이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출생의 순간부터 현재진행형의 육아까지 '부모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과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부모라는 이름은 아무나 달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끝없는 고통을 감수하고 인내로 버텨내야 하는 이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감회가 남달랐다. 오십줄에 들어선 저자의 감정이 제대로 이입이 된 것일까? 저자는 한 아이의 아빠로 살아가는 동안의 행복함과 반성, 지난날 자신의 부모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 세월 속에서 나이 먹어가는 자신의 모습과 세상의 모습을 담담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가족 이야기 이외에도 세상에 알려진, 혹은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담배 겉봉에 아들에게 남기는 유언을 쓴 아버지, 심약한 아들을 위해 솔선수범을 보이겠노라고 아들과 함께 전국 도보 행군을 떠난 아버지, 사고로 오른팔을 잃고 방황하는 서예가 아들에게 천만 원을 주고 그 돈만큼만 술을 마시고 끊어달라며 아들의 재기를 기다려준 아버지, 화투로 세월을 보내다가 퀼트를 익힌 후 시집갈 딸에게 이불을 만들어주는 어머니 등. 때로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하고, 때로는 코끝이 찡하게 가슴을 울리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내 부모님을 이해하게 해주고, 내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를 가르쳐주기 때문이리라.

생각해 보면 우리 부모님은 애정 표현에 서툴렀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뽀뽀와 포옹 등의 행동 같이 살가운 표현을 받아보지 못했다. 물론 기억나지도 않는 어린시절에는 분명 엄마아빠의 등에 업히고 뽀뽀도 받고 귀여움도 받았을 것이나 불행히도 내 기억이 유효한 이후부터는 우리 부모님의 애정 담긴 행동이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나 무뚝뚝하고 칭찬에 인색하고 나무라기만 하셨다. 그래서 저자와 아들간의 관계를 보며 바람직한 가족은 이런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한달에 한번 ‘핸드폰과 인터넷이 없는 날’을 정해 그 날만큼은 가족들이 대화하는 날을 만들고, 아들에게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하기 위해 앉은뱅이책상을 손수 설계하고 만들고, 아들과 일본 자전거 역사기행을 떠나기 위해 체력 단련에 힘을 쏟는다. 이런 아버지가 있기에 아들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자전거에 태워서 학교에 데려다 준 일을 가장 기뻤다고 기억하고, 과외 석 달 만에 혼자서 공부해 보겠노라며 등교 두 시간 전에 일어나 공부를 하기 시작하고, 스스로 괌의 중학교에서 입학허가서를 받아 유학을 떠나면서 아버지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편지도 건네는 의젓함을 보인다. 이런 아들 덕에 아버지는 살아갈 힘을 얻고, 아들도 인생의 스승인 아버지에게서 길을 찾게 된다.

책을 덮으며 내게 물어본다. 부모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대답한다. 끊임없이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오늘도 내 아들에게 말해줘야겠다. 태어나줘서 고맙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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