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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 칼국수
눈이 우르렁거리는 사나운 날엔 국수를 해 먹는다. 애 곤지 알이 명태머리 꼬리가 처박는 폭설. 된장을 푼 멸
치 국물이 가스불에 설설 맴도는, 까닭없이 궁핍한 서울. 엉덩이 들고 홍두깨로 민 반죽을 칼질하고 밀가루
뿌려놓은 긴 국숫발. 바다 모래불 가 눈발을 그리는 20년 객기, 하며 창밖에 펄펄날리는 하는 눈사태 바라보
는 나는 이런다,
이러 날은 이 조태 칼국수만이
저 을씨년하고 어두운 날씨를 이길 수 있다.
*조태(釣太): 주낙으로 잡은 명태
조태 칼국수가 어떤 맛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음식이미지 하나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저 을씨년하고 어두운 날씨를 이길 수 있게'하는 이 근원적 힘은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토속적 미각을 잃어버린 시대, 문득 그 始原을 찾아 먼 과거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