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계속 둥글어지고

그대는 수박을 먹고 있었네

그대의 가지런한 이가 수박의 연한 속살을 파고들었네

마치 내 뺨의 한 부분이 그대의 이에 물린 듯하여

나는 잠시 눈을 감았네

 

밤은 얼마나 무르익어야 향기를 뿜어내는 것일까

어둠 속에서 잎사귀들 살랑거리는 소리 들으며

나는 잠자코 수박 씨앗을 발라내었네

입 속에서 수박의 살이 녹는 동안 달은 계속 둥글어지고

길 잃은 바람 한 줄기 그대와 나 사이를 헤매다녔네

 

그대는 수박을 먹고 있었네

그대가 베어문 자리가 아프도록 너무 아름다워

나는 잠시 먼 하늘만 바라보았네


 시를 읽는 내 가슴은 아리다. 잠시 먼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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