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죠.

책과 서점이 멸종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브라이언 올디스(Brian Aldiss)

1925년생인 브라이언 올디스는 SF와 단편소설로 유명하다. 2000, 미국 SF 작가 협회에서 그랜드 마스터칭호를 얻었다. 휴고 상(2), 네불라 상, 존 캠벨 기념 상 등을 수상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데번 주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곧 다시 기차를 타고 옥스퍼드로 갔습니다. 당연히 일자리가 필요했는데 마침 근처에 있던 샌더스라는 서점에 자리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프랭크 샌더스가 사장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우리는 죽이 아주 잘 맞았어요. 프랭크에게서 아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옥스퍼드에 있는 샌더스 서점(출처 www.sandersofoxford.com)

 

책을 팔면서 상반된 두 가지와 금세 사랑에 빠졌어요. 하나는 토마스 하디의 시들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 소설입니다. 저는 러시아 작가들을 존경했어요. 데번에서도 어찌어찌해서 마리 바시키르체프의 일기(The Diary of Marie Bashkirtseff)를 구했습니다. 누구나 알 만한 이름은 아니지만, 저한테는 깨우침을 준 책이에요. 마리 바시키르체프는 부유한 러시아 집안 출신으로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는 러시아에 남고 어 머니는 마리를 데리고 니스에서 살았어요. 마리의 뛰어난 일기는 여러 차례 번역됐습니다. 제가 그 어떤 책보다 좋아하는 책입니다. 여덟 살 때 미친 듯이 읽었어요. 지금도 책장에 꽂혀 있죠. 바시키르체프를 읽다가 도스토옙스키를 알게 됐고 톨스토이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이제 늙은이라서 톨스토이만 읽습니다. 그중에서도 부활(Resurrection)만 읽지요. 이 책에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가 아주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죠. 제 인생의 요소도 아주 많이 들어 있어요.

 

 

    

 

서점에 대해서 말하자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책에 대한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저는 부지런히 책을 읽어왔지만 옥스퍼드 대학생들이 읽는 책들은 저한테 낯선 것이 많았어요. 그런 책들을 읽는 것이 즐거움이었죠.

 

손님들도 서점의 중요한 요소죠. 점원인 저희가 종종 손님들을 비웃은 것도 사실입니다. 서점에 오는 어떤 옥스퍼드 학자는 자기가 항상 떠들던 말을 적어서 시집을 내더군요. 여러 권 냈어요. 따분하죠. 유명한 작가들도 많이 왔어요. 아주 친절한 작가들도 있었죠. 존 메이스필드가 그랬어요. 화가 존 파이퍼는 조수들한테 늘 아주 거만했습니다. 에벌린 워는 항상 아주 우울했고요.

 

    

 샌더스 서점(출처 https://www.facebook.com/sandersofoxford/)

 

 

그다지 즐겁지 않았던 것은 월급이었어요. 정말 박봉이었죠. 그래서 잠시 일하다가 떠났어요. 삼사 년쯤 샌더스에서 일했습니다. 거기서 나와 파커스로 갔어요. 브로드스트리트에 있는 서점으로 블랙웰스가 운영하는 곳이었죠. 거기서 일하며 옥스퍼드의 서점계가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북셀러지의 편집자에게 매주 옥스퍼드 서점들에 대해서 코믹한 글을 쓰겠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제가 아직 발표한 작품이 없다는 말은 적지 않았어요. 그렇게 해서 그래서 브라이트파운트 일기를 연재했습니다.

 

브라이트파운트블랙웰을 모델로 한 거죠. 제 글은 인기를 꽤 끌었어요. 2년 뒤에 파버 앤드 파버 출판사 편집자가 그 연재 칼럼을 책으로 내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생각했죠. ‘독자들이 웃지 않으면, 다시 안 하면 되지.’ 어쨌든 독자들은 좋아했고, 저는 작가로서 이름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서점을 연다면, 옥스퍼드 안에 열 겁니다. 이곳에 아주 큰 빚을 졌어요. 뉴욕에서 처음으로 단편소설들을 여기저기 투고할 때 저는 늘 옥스퍼드가 들어 있는 제 주소를 적었죠. 저는 옥스퍼드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것이 아주 자랑스러웠어요. 옥스퍼드에서 서점을 열면 신간과 중고 서적을 모두 팔겠죠. 그 밖의 영업에는 아주 신중을 기할 겁니다. 이제 모든 게 변하고 있으니까요.

 

   

 

 

책이 멸종될까요? 그럴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책은 중요해요. 아주 중요합니다. 책은 가르침을 줍니다. 세상에 대한 다른 관점을 열어주죠. 누구라도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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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 소녀의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사랑한 책과 서점 이야기

 

게으른 서점들은 스스로를 망치고 있는 거예요.”

 

 

 트레이시 슈발리에(Tracy Chevalier)

워싱턴에서 태어나서 지금은 영국에서 살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라스트 런어웨이(The Last Runaway)를 비롯해 일곱 권의 소설을 썼다. 두 번째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는 세계 각국에서 4백만 부가 팔렸으며, 콜린 퍼스와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영화로 만들어졌다.

 

    

 

 

 

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에는 서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서관에서 책을 구했어요. 미국에서는 도서관에 가는 게 생활의 큰 부분이에요. 저도 매주 갔죠. 동네에 있는 도서관의 어린이 도서 담당 사서 선생님과 친했어요. 도서관에 갈 때마다 선생님이 제 옆에 추천하는 책을 밀어 놓으셨죠. 선생님은 제 손에 책을 올려놓고 말했어요. ‘이제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된 것 같구나.’  

 

 

작가가 된 뒤로는 미국에서 아주 많은 서점에 가 봤어요. 신간 홍보 행사 덕분이죠. 요즘 매출 부진으로 힘들어하는 것은 독립 서점보다 큰 체인 서점인 듯해요. 대형 체인 서점들은 변하고 있어요. 전에 대형 서점은 책으로 차 있는 넓은 공간이었는데, 이제 게임이나 과자 같은 상품으로 채워진 넓은 공간이 됐죠.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독립 서점은 온라인 서점의 위협에도 살아남을 겁니다. 대형 체인 서점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가격이 아닙니다. 질이죠. 대형 체인이 살아남으려면 지금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마존 모방을 그만두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 ‘서점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사람들은 책을, 좋은 서점을 더 많이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이 실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전자책 단말기는 저도 갖고 있어요. 가끔 씁니다. 그렇지만 전자책 단말기로 책을 읽을 때에는 모든 게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종이책을 볼 때에는 시간과 장소를 책과 연결시킬 수 있는데 전자책은 그렇게 안 돼요. 우리 삶은 더 편리해지고 있지만 점점 더 실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서점은 그런 변화에 희생되고 있어요

 

 런던 리뷰 북숍(출처 www.londonreviewbookshop.co.uk)

    

스스로에게 희생되는 서점도 있어요. 게으른 서점들을 말하는 겁니다. 가만히 앉아서 책이 팔리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서점들이죠. 노력하는 서점, 애쓰는 서점에 들어가면 정신이 번쩍 들고 귀가 쫑긋 섭니다. ‘미스터 비스’, 배스에 있는 토핑 & 컴퍼니’, 킹스크로스에 있는 워터마크북스같은 서점들은 아주 훌륭하죠. ‘런던 리뷰 북숍도 훌륭해요. 게으르지 않은 곳들입니다. ‘돈트 북스포일스는 좋은 서점 되는 법의 견본이죠.

 

책과 연관된 최고의 행사는 진주 귀고리 소녀순회 홍보를 할 때 있었어요. 진주 귀고리 소녀페이퍼백이 나왔을 때고, 제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어쨌든 밀워키에 있는 해리 W. 슈워츠라는 서점(안타깝게도 지금은 폐점했어요)에서 가진 행사가 최고였어요. 그곳 주인인 낸시는 아주 멋지고 다정했는데, 청중을 300명이나 모았어요. 서점에서 정말 노력했고, 아주 들뜬 분위기였죠. 이틀 뒤에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체인 서점에서 행사가 열렸어요. 여섯 명이 왔고, 저는 커피 머신 소음과 경쟁하며 말해야 했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파리 Shadowgate from Novara, ITALY - Pantheon

 

 

세계에서 가장 좋은 서점의 표본으로는 파리에 있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꼽겠어요. 몇 주 전에 친구와 거기 다녀왔어요. 제가 친구를 데려갔는데, 친구는 그저 감탄하느라 정신없었어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중고 서적과 새 책이 조화를 잘 이루며 갖춰져 있죠. 책을 고르는 안목도 높고, 역사도 살아 있어요. 저는 그 서점에서 앞쪽 이층에 있는 공간을 특히 좋아합니다. 그 공간 밖으로 책을 내가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오래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서점 뒤쪽 계단 벽에는 사람들이 남긴 쪽지들이 붙어 있어요. 쪽지에 적힌 언어도 갖가지예요. 모두 이 서점을 방문한 사람들이 이곳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적은 것들이죠. 진짜 공동체의 느낌이 나요.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무엇의 일부가 된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서점은 그래야 해요. 영감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죠. 서점에 가면 주눅 든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뭘 사야 할지 모른 채 와인 상점에 들어가서 진열된 와인들과 거만한 주인만 보고 있는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손님한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면 안 됩니다. 좋은 서점들은 절대로 그런 기분을 안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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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의 작가

빌 브라이슨이 사랑한 책과 서점 이야기

 

특별한 장소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알아챌 수 있습니다. 생각이 비슷한 영혼들에 둘러싸여 마음이 편안해지죠.”

 

 

 빌 브라이슨(Bill Bryson)

여행, 영어, 과학 등에 관한 유머러스한 책들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미국 작가다. 나를 부르는 숲( A Walk in the woods)》《빌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Neither here nor there)등의 저서가 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Notes from a Small Island)로 아벤티스 상과 데카르트 상을 수상했고 이 책은 영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비소설 서적으로는 가장 많이 팔렸다.

    

 

 

저는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자랐는데, 그곳에는 북스토어(Bookstore)’라는 이름의 서점이 있었습니다. 하드커버를 팔았죠. 손님이 훨씬 더 많은 서점은 리더스월드(Readers’ World)로 페이퍼백만 팔았습니다. 저는 주로 거기서 놀고는 했어요. 리더스월드는 대학교 근처에 있었고, 저와 제 친구들은 그곳에 한번 가면 몇 시간씩 있었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당시 제일 용감한 곳은 보더스(Borders,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에 본사를 둔 국제적인 서점 체인이었으나 2011년에 파산했다)였어요. 1970년대에 보더스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보더스가 아니었다면 서점이 없었을 동네에도 크고 멋진 서점이 문을 열었죠.

 

 

보더스 서점(출처: www.timeout.com)

 

 

좋은 책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책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죠.”

 

어릴 때 저는 형이 읽은 책을 많이 물려받았습니다. 부모님 두 분 다 언론인이었는데 저희 집은 책을 많이 읽는 분위기였어요. 어린 제 눈에는 아버지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보였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실에 책장 2개가 놓여 있었을 뿐이었는데 말이지요.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건 열세 살 때쯤입니다. 거실에 있는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 읽었어요. 유머 작가 P.G. 우드하우스의 책부터 혼블러워 함장(영국 소설가 C.S. 포레스터의 해양 소설 주인공-옮긴이) 소설까지 모든 걸 발견했죠. 독서가 오락 수단으로도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것도 깨달았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좋은 책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책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죠.

  

요즘 서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포틀랜드에 있는 파월스(Powell’s)를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새 책과 헌책을 섞어 진열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요. 새 책과 헌책을 같이 파는 서점은 다 좋아합니다. 좋은 서점은 분위기가 엄청나죠. 특별한 장소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알아챌 수 있습니다. 생각이 비슷한 영혼들에 둘러싸여 마음이 편안해지죠.

    

블랙웰스(Blackwell’s)

 

저는 방대한 책을 갖춘 곳도 좋아합니다. 일주일 전쯤, 한동안 잊고 있던 서점에 들렀습니다. 제가 그 서점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기억이 금방 되살아나더군요. 옥스퍼드에 있는 블랙웰(Blackwell’s)입니다. 안에 들어서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죠. 그리고 언제 가도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런던 그레이스 인 로드에 있는 센트럴북스(Central Books)’도 제가 좋아하는 곳입니다. 타임스에서 일할 때 출근길에 항상 지나다니던 서점입니다. 좌익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사회주의 서점이기도 하죠. 급진적인 정치 서적이 많고,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희귀한 책도 많았습니다. 핵탄두, 전쟁 포로에 대한 책들. 서점 전체에 특별한 발견의 느낌이 가득했습니다.

 

 

좋은 서점에는 발견하지 못한 보석들이 가득해요.”

 

발견은 도서 산업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으로는 럼두들 등반기( The Ascent of Rum Doodle)가 있습니다. 몇 해 전에 우연히 보게 됐어요. 그 책을 재발간하도록 출판사를 설득할 때 제가 한몫했고 서문도 썼습니다. 좋은 서점에는 그런 보석이 가득합니다. 사람들이 잊어버린 고전들이나 제대로 발견되지 않아서 고전이 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책들이죠. 상상 속에서 제가 서점을 연다면 존재하는지 몰랐지만 발견하면 아주 행복할 책들로 가득 채우겠습니다.

 

   

 

 

 

영국에 처음 왔을 때 정말 감명을 받았습니다. 작은 도시에 가더라도 변변한 상점은 없어도 서점은 거의 다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서점인 머치 어(Much Ado)는 아직 살아 있으니 다행이죠. 이런 상황이니 제가 직접 서점을 운영하는 용기를 낼 것 같지는 않지만, 작은 도시에 큰 서점을 차리면 세금을 환급받게 해주는 것 같은 다양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는 언제든 도움을 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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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일스(Foyles)

런던

 

서점은 계속 변해야 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그것으로 끝이지요.”

 

 

나는 포일스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 없다. 포일스의 역사는 환상적이다. 이 서점은 자기 일을 몹시 사랑하는 게 분명하다. 채링크로스 로드에 새로 문을 연 본점에는 미래의 서점(The Future Bookshop)’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초창기 포일스의 모습(출처 www.foyles.co.uk)

 

출발점으로 거슬러 가보자. 1903, 윌리엄과 길버트 형제는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뒤 시험 교재를 판다는 광고를 신문에 냈다. 갖고 있던 교재가 팔린 뒤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계속 나타나자 형제는 사업성이 있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교재를 구해서 계속 팔았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집 주방에서 책을 팔았고, 1년 뒤에 세실코트로 옮겼으며, 1906년에는 채링크로스 로드로 왔다. 그로부터 30년 뒤 서가의 총 길이는 48킬로미터에 이르고 보유 서적 수는 5백만 권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 포일스의 대표를 맡고 있는 크리스토퍼 포일은 196112월부터 포일스에서 일하기 시작해서 이듬해 8월에 그만두었다. 그러고는 유럽으로 가서 도서 상거래를 더 공부했다. 독일에서는 출판사에서 일했고, 핀란드에서는 등대지기와 함께 살면서 서점에서 일했다. 그다음 파리로 가서 리볼리 가에 있는 갈리그나니에서 일했다. 갈리그나니는 유럽에서 최초로 문을 연 영어 서적 서점이며 1520년 이탈리아에서 책을 판매하기 시작한 서적상 집안의 후손이 운영한다.

 

크리스토퍼는 러시아를 여행한 뒤 영국으로 돌아와서 항공 회사를 차렸고 사업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그러던 중 1999, 그 유명한 여사장 크리스티나 포일이 죽기 엿새 전에 크리스토퍼에게 포일스로 돌아와서 서점을 맡아 달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나가 서점을 운영하는 동안 직원들은 자주 파업했고 포일스의 이색적인 운영에 불평하는 손님도 많았다. 크리스티나가 변화를 싫어했다. 당시까지도 책은 알파벳순이 아니라 출판사 별로 배열돼 있었고 크리스티나가 전화를 싫어해서 서점에 전화기도 설치되지 않았다. 책을 구입한 고객이 계산을 마치려면 계산대를 세 곳이나 거쳐야 했다.

   

 

크리스티나 포일스(출처 www.foyles.co.uk)

    

 

모든 게 완전히 바뀌어야 했어요. 재정 상태는 좋지 않았고 직원들의 윤리 의식도 떨어져 있었죠.”

 

크리스토퍼가 대표로 취임하며 포일스는 다시 성장을 준비했다. 페미니즘 서점으로 유럽을 선도하던 실버문이 가겟세 때문에 문을 닫게 됐을 때 포일스는 실버문을 매입하고 본연의 페미니즘 서점으로 계속 영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큰 사랑을 받던 음반 가게 레이스재즈가 똑같은 이유로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포일스는 레이스재즈를 인수하고 서점 안에 음반 숍과 카페를 만들게 했다. 최근에는 작가들이 안내하는 런던 문학 탐방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초 워털루 역에 새 지점을 열었고 같은 해에 본점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채링크로스 로드에 원래 있던 본점의 옆 건물로 이전에 세인트마틴스 미술대학이 있던 자리다.

 

 

 

새 포일스 본점이 과연 미래의 서점으로 불릴 만한가? 대체 어쩠기에 화제가 됐을까? 우주선 같은 열람실이 있고, 작가들을 위한 비밀 방이 있고, 책이 날아다닌다는 소문도 돌았다. 포일스는 직원들과 고객들은 물론이고 출판계 사람들에게도 널리 의견을 물어보며 새로운 서점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었다. 그 결과 새 건물에는 여러 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트리움이 있고, 카페, 갤러리, 이벤트 공간도 들어섰다. 각 분야마다 매장이 조금씩 다르게 디자인되어 고객들은 서점 안을 다니면서 다양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개점 축하 행사가 3주 동안 열렸고, 각 분야의 매장마다 각기 다른 작가가 오프닝 행사에 참여했다.

 

포일스 본점은 런던 중심부에서 만남의 장소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혼자 자유롭게 책들을 둘러보고 싶은 사람도, 직원과 책에 대해 상의하고 싶은 사람도, 모두 만족할 공간이 되는 것 역시 포일스의 목표다. 서점 안에서 책을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도 개발해서 배포한다. 이 앱을 활용하여 온라인 서점보다 훨씬 잘 맞는 도서를 고객에게 추천한다. 포일스에서는 앱이 서점 직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포일스 판매 부장 시온 해밀턴이 말한다.

 

서점은 계속 변해야 합니다. 저희도 출판계의 변화에 맞춰 항상 바뀌어야 하고, 사람들의 의견에 계속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참여를 멈추지 않아야 하죠. 저는 아주 역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윌리엄 깁슨의 말이 있죠.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옳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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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트 북스(Daunt Books)

런던

 

 

어릴 때에 독서를 좋아하게 되면 그것이 평생 갑니다.

늘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책 속에 둘러싸이고 싶은 순간,

책이 보여주는 세상 속에 들어가고 싶은 순간이 수시로 찾아오죠.”

 

      

 

가디언 지에서 뽑은 영국 출판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에 들어간 제임스 던트는 금융업에 몸담고 있다가 책을 파는 일을 시작했고, 그것이 사랑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책에 대한 사랑뿐이 아니었다. 당시 던트의 애인은 그가 개인 시간도 없이 일해야 하는 것이 몹시 불만이었고 그래서 던트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독서와 여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던트 북스를 창립해서 1990년에 첫 지점을 열었다.

 

 

던트 북스(출처 www.thetouristin.com)

 

 

던트 북스가 있는 자리는 런던 말리본에 있던 에드워드 7세 시대 건물로, 이전에도 서점이었던 곳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오크 발코니, 윌리엄 모리스 벽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던트 북스는 런던 유수의 여행과 문학 전문 서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런던 곳곳에 6개의 지점이 있다(말리본에 있는 던트 북스에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곳은 지하 매장으로, 번역 소설과 시가 원작 국가별로 진열되어 있다).

 

금융회사에서 일해본 사람으로서 제임스 던트는 다른 서점들을 보면 잘못하고 있는사람들이 많이 보인다고 말한다. 물론 서점으로 성공을 거두기가 아주 어렵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저는 1980년대 말 버블 경제 시기에 던트 북스 매장 임대 계약을 했습니다. 곧장 1990년대 초반의 불경기가 시작됐죠. 저한테는 큰 실험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남들과는 다르게 할 수 있을지 여러 가지를 시도해봐야 했습니다.

저는 책을 파는 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제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돕고, 상거래에 대해 교육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훌륭한 서점을 만들 수 있죠. 당시에 오태커(Ottaker’s)‘워터스톤즈(Waterstones)‘ 같은 체인 서점들은 단기간 일할 사람들만 구하고 인건비를 최대한 아꼈어요. 저는 그렇게 하기 싫었습니다.”

 

 

던트 북스 내부(출처 www.dauntbooks.co.uk)

 

20115, 제임스 던트는 워터스톤즈의 상임이사 직을 맡았다. 워터스톤즈은 도서 시장의 끝없는 변화와 아마존닷컴의 지배 속에서 회사를 구해달라고 던트에게 간청했고, 던트는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는 워터스톤즈의 운영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보았다. 각각의 지점에 강한 리더십과 더 긴밀한 팀워크를 조성해서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만들었다. 워터스톤즈에는 자체 카페인 카페 W’가 생겼고, 새 지점도 여러 곳 오픈할 예정이다. 조금 모순되지만, 아마존과 손잡고 워터스톤즈 매장에서 킨들을 판매하는 계약도 맺었다. 던트도 모순을 인정한다.

경쟁자의 제품을 우리 매장에서 판매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전에 워터스톤즈는 자체 이북 리더기를 개발하는 데에 투자하지도 않았고, 이북 판매를 위해서 다른 이북 리더기 회사와 계약할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W.H. 스미스는 코보(Kobo), 블랙웰스는 누크(Nook)와 이북 시장을 함께하고 있었죠.

 

워터스톤즈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빠르게 성장하는 전자책 시장에서 설 곳을 완전히 잃게 될 상황이었습니다. 킨들 판매는 나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죠. 킨들을 살 사람이라면 워터스톤즈가 아니라 어디에서든 살 테니, 차라리 워터스톤즈에서 사게 하는 게 낫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이상적인 상황은 분명 아니죠.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던트 북스 내부(출처 www.dauntbooks.co.uk)

 

 

전자책이 종이책의 종말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서점, 아니 소비자에게 책을 파는 공간이라고 할까요, 그런 공간이 차지할 자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서점은 언제까지나 매력적인 공간일 겁니다. 전자책 비중이 종이책 시장을 완전히 잠식할 정도로 확대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즘 출판사들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비율이 7:3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 선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미국의 동향을 봐도 확실하죠. 전자책 판매는 줄어들고, 종이책 판매가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디지털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면 물리적인 것을 또 구입하지 않아요. 한 번 읽은 뒤에 그냥 처분하는 페이퍼백은 전자책으로 대체될 겁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책을 소장하기좋아합니다. 종이책과 아름다운 물건들을 소장하기 좋아하죠. 그래서 좋은 책과 좋은 서점은 계속 살아남을 겁니다. 

 

아이들도 계속 책을 읽습니다. 제 아이들도 책을 사랑합니다. 어릴 때에 독서를 좋아하게 되면 그것이 평생 갑니다. 늘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책 속에 둘러싸이고 싶은 순간, 책이 보여주는 세상 속에 들어가고 싶은 순간이 수시로 찾아오죠.

 

책과 서점의 세계는 아주 흥미롭습니다. 작가, 책 판매원, 에이전시, 출판사, 손님 등 누구라도 재미있고 멋진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좋은 서점은 지역 사회의 중심점이 될 때가 많죠. 저는 서점이 그런 역할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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