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죠.

책과 서점이 멸종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브라이언 올디스(Brian Aldiss)

1925년생인 브라이언 올디스는 SF와 단편소설로 유명하다. 2000, 미국 SF 작가 협회에서 그랜드 마스터칭호를 얻었다. 휴고 상(2), 네불라 상, 존 캠벨 기념 상 등을 수상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데번 주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곧 다시 기차를 타고 옥스퍼드로 갔습니다. 당연히 일자리가 필요했는데 마침 근처에 있던 샌더스라는 서점에 자리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프랭크 샌더스가 사장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우리는 죽이 아주 잘 맞았어요. 프랭크에게서 아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옥스퍼드에 있는 샌더스 서점(출처 www.sandersofoxford.com)

 

책을 팔면서 상반된 두 가지와 금세 사랑에 빠졌어요. 하나는 토마스 하디의 시들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 소설입니다. 저는 러시아 작가들을 존경했어요. 데번에서도 어찌어찌해서 마리 바시키르체프의 일기(The Diary of Marie Bashkirtseff)를 구했습니다. 누구나 알 만한 이름은 아니지만, 저한테는 깨우침을 준 책이에요. 마리 바시키르체프는 부유한 러시아 집안 출신으로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는 러시아에 남고 어 머니는 마리를 데리고 니스에서 살았어요. 마리의 뛰어난 일기는 여러 차례 번역됐습니다. 제가 그 어떤 책보다 좋아하는 책입니다. 여덟 살 때 미친 듯이 읽었어요. 지금도 책장에 꽂혀 있죠. 바시키르체프를 읽다가 도스토옙스키를 알게 됐고 톨스토이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이제 늙은이라서 톨스토이만 읽습니다. 그중에서도 부활(Resurrection)만 읽지요. 이 책에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가 아주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죠. 제 인생의 요소도 아주 많이 들어 있어요.

 

 

    

 

서점에 대해서 말하자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책에 대한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저는 부지런히 책을 읽어왔지만 옥스퍼드 대학생들이 읽는 책들은 저한테 낯선 것이 많았어요. 그런 책들을 읽는 것이 즐거움이었죠.

 

손님들도 서점의 중요한 요소죠. 점원인 저희가 종종 손님들을 비웃은 것도 사실입니다. 서점에 오는 어떤 옥스퍼드 학자는 자기가 항상 떠들던 말을 적어서 시집을 내더군요. 여러 권 냈어요. 따분하죠. 유명한 작가들도 많이 왔어요. 아주 친절한 작가들도 있었죠. 존 메이스필드가 그랬어요. 화가 존 파이퍼는 조수들한테 늘 아주 거만했습니다. 에벌린 워는 항상 아주 우울했고요.

 

    

 샌더스 서점(출처 https://www.facebook.com/sandersofoxford/)

 

 

그다지 즐겁지 않았던 것은 월급이었어요. 정말 박봉이었죠. 그래서 잠시 일하다가 떠났어요. 삼사 년쯤 샌더스에서 일했습니다. 거기서 나와 파커스로 갔어요. 브로드스트리트에 있는 서점으로 블랙웰스가 운영하는 곳이었죠. 거기서 일하며 옥스퍼드의 서점계가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북셀러지의 편집자에게 매주 옥스퍼드 서점들에 대해서 코믹한 글을 쓰겠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제가 아직 발표한 작품이 없다는 말은 적지 않았어요. 그렇게 해서 그래서 브라이트파운트 일기를 연재했습니다.

 

브라이트파운트블랙웰을 모델로 한 거죠. 제 글은 인기를 꽤 끌었어요. 2년 뒤에 파버 앤드 파버 출판사 편집자가 그 연재 칼럼을 책으로 내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생각했죠. ‘독자들이 웃지 않으면, 다시 안 하면 되지.’ 어쨌든 독자들은 좋아했고, 저는 작가로서 이름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서점을 연다면, 옥스퍼드 안에 열 겁니다. 이곳에 아주 큰 빚을 졌어요. 뉴욕에서 처음으로 단편소설들을 여기저기 투고할 때 저는 늘 옥스퍼드가 들어 있는 제 주소를 적었죠. 저는 옥스퍼드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것이 아주 자랑스러웠어요. 옥스퍼드에서 서점을 열면 신간과 중고 서적을 모두 팔겠죠. 그 밖의 영업에는 아주 신중을 기할 겁니다. 이제 모든 게 변하고 있으니까요.

 

   

 

 

책이 멸종될까요? 그럴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책은 중요해요. 아주 중요합니다. 책은 가르침을 줍니다. 세상에 대한 다른 관점을 열어주죠. 누구라도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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