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리브레리 파피용(Librairie Papillon)

울란바토르, 몽골

 

    

 리브레리 파피용(출처 /www.facebook.com/librairie.papillon)

 

 

결혼 선물로 서점을 받는다니, 내가 여태 들어 본 가운데 최고의 선물이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리브레리 파피용의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서점은 독자와 독자의 호기심으로 살아갑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들어오세요!

호기심에, 촉각에 힘을 주세요. 인생은 짧고, 책에서 발견할 것은 많습니다.

책은 맛있고 배부르고 달콤하고 진귀합니다.

 

우리는 책의 죽음이 임박했다고 오래전부터 단언해왔지만, 그런 단언이야말로 웃음거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이 책을 쓰기 위한 자료를 조사하며 깨달은 바다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깨달은 것이 또 있다. 서점에는 사랑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의 배경은 리브레리 파피용이며 그래서 이 서점 이야기를 마지막에 하려고 아껴두었다.

세바스티앙 마르네는 1998년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왔다. 울란바토르라는 도시 이름을 말뜻 그대로 해석하면 붉은 영웅이다. 이 도시의 역사는 특이하다. 1639년에 처음 불교 절을 중심으로 세워진 도시는 이후 스물여덟 번이나 자리를 옮긴 뒤 몽골 스텝 지대의 남북을 가르는 경계인 복드칸 산 옆에 뿌리를 내렸다. 복드칸 산은 1700년대부터 법으로 보호를 받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존림이다.

세바스티앙은 울란바토르 생활에 아주 만족했지만 프랑스 책을 구하기는 아주 힘들었다. 프랑스에 갈 때마다 여행 가방 하나 가득 책을 가져왔지만 한 달이면 읽을거리가 떨어졌다(세바스티앙은 다독가다). 그래서 세바스티앙은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 프랑스 책들을 갖춘 서점을 내면 좋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세바스티앙이 말한다.

 

돈을 충분히 모았을 때 약혼녀한테 같이 서점을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봤어요. 약혼녀는 고맙게도 좋다고 답했어요. 약혼녀와 결혼식을 올릴 때 서점을 선물하겠다고 마음먹었죠. 몽골 사람인 약혼녀는 반년 안에 프랑스어를 익혔고 우리는 2006년에 서점 문을 열었습니다.”

 

결혼 선물로 서점을 받는다니, 내가 여태 들어 본 가운데 최고의 선물이다! 세바스티앙 부부는 몽골어,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등 여러 언어로 된 책들을 구비하고 손님들에게 커피와 차를 무료로 서비스했다. 세바스티앙은 파리 라틴 지구에 자기 서점의 분위기를 비교한다. 창작의 은신처로 삼기에 아주 좋은, 몽골 스텝 지대 심장부에 있으니 세계 곳곳에서 작가들이 찾아온다.

    

 

 

   

 

도시가 끝나는 곳 너머 지평선에는 고비 사막이 펼쳐진다. 여름에는 40도까지 오르고,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거친 날씨. 사막을 지나면 알타이 산맥이다. 한때 털북숭이 매머드가 포효했던 곳. 이제 사막과 산맥은 목동들의 집이다. 고비 사막에서는 캐시미어 산양을 키워서 부드러운 털을 얻는다. 알타이 산맥의 카자흐 인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검독수리를 길들여서 사냥에 이용한다. 새끼 때부터 키우고 훈련시켜 함께 사냥하고, 몇 년이 지난 뒤에는 야생으로 돌려보낸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일 년에 한 번, 목부들이 산이나 사막에서 울란바토르로 온다. 그곳에서 그들은 다음 일 년 동안 사용할 것들을 구입한다. 음식과 옷만 사지 않는다. 책도 산다. 가장 놀라운 이야기가 담긴 삶을 직접 살고 있는 목부들은 세바스티앙을 찾아오고, 어쩌다가 아시아 한가운데에서 책을 팔게 된 특이한 프랑스 남자 세바스티앙은 목부들에게 사막과 산에 가져가서 읽을 소설을 추천한다.

 

세바스티앙의 역할은 중요하다. 목부들이 돌아갈 곳에서는 반경 수백 킬로미터까지 다른 서점이 없기 때문이다. 유목 생활에서 함께해야 할 책들이므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동화집을 고른 소녀는 눈에 둘러싸여 백설공주를 읽을 것이다. 소녀의 오빠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고르고, 자기 옆에는 벌써 올빼미가 있다는 사실에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좋은 이야기와 함께한다는 것은

온 세상과 함께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들려줄 때에 늘 이야기를 이용한다. 우리의 이해를 넘어선 것들을 설명할 때에 이야기를 이용한다. 우리 주위의 어떤 것과 연결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에 이야기를 이용한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로 탈출할 때에도 도움을 얻는다.

 

세상 곳곳의 서점에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동 서점과 비밀 서점부터 한시적으로 열리는 노점, 주민 센터 서점까지, 좋은 서점에 들어가는 것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타임머신, 우주선, 이야기를 만드는 곳, 비밀을 저장하는 곳이다. 용을 길들이는 곳, 꿈을 잡는 곳, 사실을 캐내는 곳, 안전한 곳이다. 끝없는 가능성, 집에 가져갈 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거나 도시 심장부에 있거나 산꼭대기에 있거나 지하철에 있거나, 좋은 이야기와 함께하는 것은 온 세상과 함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은 짧고, 책에서 발견할 것은 많습니다.

책은 맛있고 배부르고 달콤하고 진귀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잃어버린 것들의 책의 작가

존 코널리가 사랑한 책과 서점 이야기

 

깊이 몰두하는 것과 훑고 지나가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어요. 독서는 깊이 몰두해야 하는 일이죠.

 

 

존 코널리(John Connolly)

1968년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기자, 바텐더, 지방 공무원, 웨이터, 런던 해롯 백화점 잡역부 등 갖가지 직업에 종사했다. 찰리 파커 시리즈, 새뮤얼 존슨 시리즈, 잃어버린 것들의 책(The Book of Lost Things)》 《죽이는 책(Books to die for)등을 썼으며, 제니퍼 리드야드와 함께 침략자 연대기(The Chronicles of the Invaders)를 썼다.

    

 

 

 

 

 

 

 

 

유치원에 다닐 때에 폴리 선생님이 집에 가져가서 읽으라며 톰과 노라(Tom and Nora)강아지 스팟(Spot the Dog)을 숙제로 주셨어요. 그걸 받아 든 순간부터 저는 책에 빠졌습니다. 읽으면서 금방 이해했어요. 혼자서 처음 읽은 책이 무엇인지도 기억하고 있어요. 에니드 블라이튼의 시크릿 세븐(Secret Seven)’ 시리즈 중 한 권이었지요. 거실 탁자에서 책을 보던 제 모습이 지금도 머릿속에 떠올라요. 모르는 긴 단어가 나와도 포기하지 않고 알파벳 하나하나 맞춰서 읽으려고 애썼죠. 철자 그대로 읽던 게 머리에 박혀서 ‘p’가 묵음인 ‘cupboard[커버드]’를 몇 년 동안 ‘Cup-board[컵보드]’라고 읽기도 했어요. 저희 어머니는 아들이 아니라 소공자(Little Lord Fauntleroy)주인공이랑 사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제가 어머니, ‘컵보드에서 뭘 좀 꺼내도 될까요?” 했으니까요.

 

  

 

책 읽는 데 흥미를 갖게 된 직후 저는 타잔 이야기를 써서 폴리 선생님한테 보여줬어요. 선생님은 상금으로 저한테 5펜스를 주셨죠. 당시 5펜스면 팝콘 두 봉지와 껌 두 통을 살 수 있었어요. 그래서 주말 하굣길에 친구 브라이언 캐롤과 군것질을 했어요. 타잔 이야기 분량은 네댓 장밖에 안 됐지만, 여섯 살 아이한테는 꽤 길었죠. 저는 더 긴 대작을 준비했어요. 토요일 아침에 텔레비전에서 서부 증기 기관차 기관사 케이시 존스의 모험을 보았는데, 그 인물을 주인공으로 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죠. 아주 방대한 분량이었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스무 쪽이나 서른 쪽쯤이었다는 뜻이죠. 그걸 써서 폴리 선생님한테 50펜스쯤 받았던 것 같아요. 결론을 말하면,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폴리 선생님 덕분입니다.

 

 

첫 월급을 몽땅 책 사는 데 썼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지요!”

 

어머니는 책을 아주 많이 읽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책에 관심을 보이자마자 제게도 도서관 이용권을 끊어 주셨지요. 생각해보니, 제가 요즘은 책을 모두 구입하고 있잖아요? 새삼 놀랍네요. 그때는 돈이 없었으니까 거의 전적으로 도서관에 의지했고, 할인 서점을 찾아다녔죠. 열일곱 살이었나, 더블린 시청에서 처음으로 정식 직업을 얻었는데 첫 월급을 더블린에 있는 펭귄 북숍에서 다 썼어요. 몇 주 전부터 사고 싶은 책들을 정해 두고, 월급을 받은 금요일에 그 책들을 다 사버렸지요. 그때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지금까지도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헌터 S. 톰슨의 거대한 상어 사냥(The Great Shark Hunt), 사무라이 정신을 다룬 미시마의 책,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옥스퍼드 영영 사전과 동의어 사전 등이 포함된 옥스퍼드 페이퍼백 사전 전집을 샀습니다. 책을 사는 데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쓴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그 전까지는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었거든요.

 

 

    

세상에는 저를 깜짝 놀라게 하는 멋진 서점들이 정말 많아요!”

 

저는 뉴욕 스트랜드 북스토어(Strand Bookstore)’에 있는 희귀 서적코너를 좋아합니다. 그곳에는 정말 신기한 게 많아요. 저자 서명이 들어 있는 책도 많은데, 그런 것은 값을 매길 수도 없죠. 벨파스트 보태닉 대로에 있는 미스터리 전문 서점 노 알리바이(No Alibis)’도 아주 좋아합니다. 그 서점에서는 손님이 들어오면 곧장 홍차와 비스킷을 서비스로 내줘요. 저한테 신탁 기금이 무한정 들어온다면,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서점 미스터리 피어(Mystery Pier Books)’에 자주 갈 겁니다. 제가 가본 서점 중에서 놀랄 만한 중고 서적이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서점입니다.

 

최근에 발견한 사랑스러운 서점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에 있는 배터리 파크 북 익스체인지 앤드 샴페인 바(Battery Park Book Exchange & Champagne Bar)’를 꼽을 수 있어요. 새 책과 오래된 책을 모두 다 갖춘 큰 서점에 멋진 와인 바까지 있어요. 술집이 붙어 있는 서점만큼 멋진 것을 우리 인생에서 과연 만날 수 있을까요? 그 서점을 정말 좋아해서 제 소설 겨울의 늑대(The Wolf in Winter)에도 넣었습니다.

 

 

배터리 파크 북 익스체인지 앤드 샴페인 바(출처 www.tripadvisor.co.kr)

 

 

 

오늘날 우리 삶의 씨줄과 날줄에서 서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한 만큼

미래 세대에게도 서점은 중요할 겁니다.”

 

나중에는 결국 독립 서점들이 살아남을 겁니다. 체인 서점들 중에서도 소규모 체인이 이길 겁니다. 그 서점이 전문으로 삼는 분야에 대한 지식, 서점 사람들의 취향이 담긴 추천 도서들 같은 작은 서점들만 줄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가 결국 책 판매로 이어질 겁니다. 서점 대부분이 커피숍을 겸하겠죠. 그리고 전자책 다운로드도 제공할 겁니다. 전통적인 책은 전자책이 줄 수 없는 것을 제공해야죠. 저자의 사인이 들어 있거나 부록이 있거나 하는 식으로요.

 

요점은 서점이 도서관과 함께 계속 살아남으리라는 겁니다. 벽돌 건물처럼 살아남을 겁니다. 오늘날 우리 삶의 씨줄과 날줄에서 서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한 만큼 미래 세대에게도 서점은 중요할 겁니다. 우리는 주위 것들에서 배움을 얻고 또 호기심도 느낍니다. 그렇지 않다면 책은 그저 컴퓨터 게임, 다운로드한 영화, 트위터나 페이스북(혹은 그 다음에 나올 무엇), 사람들이 자빠지는 인터넷 동영상 등의 일부가 되고 말겠죠. 그런 것들은 모두 표면만 스치고 지나가며 반짝이는 다음 싸구려 보석을 찾아서 빨리 흘러가죠.

   

  

  

 

독서는 그 반대입니다. 독서는 깊이 몰두해야 하는 일이죠. 제가 염려하는 것은 깊이 몰두하는 것과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의 출현입니다. 현재는 태블릿이 그런 테크놀로지라고 할 수 있고 이런 테크놀로지를 경험하다 보면 결국 그냥 훑고 지나가는 것이 승리하게 될 테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은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죠.

책과 서점이 멸종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브라이언 올디스(Brian Aldiss)

1925년생인 브라이언 올디스는 SF와 단편소설로 유명하다. 2000, 미국 SF 작가 협회에서 그랜드 마스터칭호를 얻었다. 휴고 상(2), 네불라 상, 존 캠벨 기념 상 등을 수상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데번 주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곧 다시 기차를 타고 옥스퍼드로 갔습니다. 당연히 일자리가 필요했는데 마침 근처에 있던 샌더스라는 서점에 자리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프랭크 샌더스가 사장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우리는 죽이 아주 잘 맞았어요. 프랭크에게서 아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옥스퍼드에 있는 샌더스 서점(출처 www.sandersofoxford.com)

 

책을 팔면서 상반된 두 가지와 금세 사랑에 빠졌어요. 하나는 토마스 하디의 시들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 소설입니다. 저는 러시아 작가들을 존경했어요. 데번에서도 어찌어찌해서 마리 바시키르체프의 일기(The Diary of Marie Bashkirtseff)를 구했습니다. 누구나 알 만한 이름은 아니지만, 저한테는 깨우침을 준 책이에요. 마리 바시키르체프는 부유한 러시아 집안 출신으로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는 러시아에 남고 어 머니는 마리를 데리고 니스에서 살았어요. 마리의 뛰어난 일기는 여러 차례 번역됐습니다. 제가 그 어떤 책보다 좋아하는 책입니다. 여덟 살 때 미친 듯이 읽었어요. 지금도 책장에 꽂혀 있죠. 바시키르체프를 읽다가 도스토옙스키를 알게 됐고 톨스토이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이제 늙은이라서 톨스토이만 읽습니다. 그중에서도 부활(Resurrection)만 읽지요. 이 책에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가 아주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죠. 제 인생의 요소도 아주 많이 들어 있어요.

 

 

    

 

서점에 대해서 말하자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책에 대한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저는 부지런히 책을 읽어왔지만 옥스퍼드 대학생들이 읽는 책들은 저한테 낯선 것이 많았어요. 그런 책들을 읽는 것이 즐거움이었죠.

 

손님들도 서점의 중요한 요소죠. 점원인 저희가 종종 손님들을 비웃은 것도 사실입니다. 서점에 오는 어떤 옥스퍼드 학자는 자기가 항상 떠들던 말을 적어서 시집을 내더군요. 여러 권 냈어요. 따분하죠. 유명한 작가들도 많이 왔어요. 아주 친절한 작가들도 있었죠. 존 메이스필드가 그랬어요. 화가 존 파이퍼는 조수들한테 늘 아주 거만했습니다. 에벌린 워는 항상 아주 우울했고요.

 

    

 샌더스 서점(출처 https://www.facebook.com/sandersofoxford/)

 

 

그다지 즐겁지 않았던 것은 월급이었어요. 정말 박봉이었죠. 그래서 잠시 일하다가 떠났어요. 삼사 년쯤 샌더스에서 일했습니다. 거기서 나와 파커스로 갔어요. 브로드스트리트에 있는 서점으로 블랙웰스가 운영하는 곳이었죠. 거기서 일하며 옥스퍼드의 서점계가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북셀러지의 편집자에게 매주 옥스퍼드 서점들에 대해서 코믹한 글을 쓰겠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제가 아직 발표한 작품이 없다는 말은 적지 않았어요. 그렇게 해서 그래서 브라이트파운트 일기를 연재했습니다.

 

브라이트파운트블랙웰을 모델로 한 거죠. 제 글은 인기를 꽤 끌었어요. 2년 뒤에 파버 앤드 파버 출판사 편집자가 그 연재 칼럼을 책으로 내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생각했죠. ‘독자들이 웃지 않으면, 다시 안 하면 되지.’ 어쨌든 독자들은 좋아했고, 저는 작가로서 이름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서점을 연다면, 옥스퍼드 안에 열 겁니다. 이곳에 아주 큰 빚을 졌어요. 뉴욕에서 처음으로 단편소설들을 여기저기 투고할 때 저는 늘 옥스퍼드가 들어 있는 제 주소를 적었죠. 저는 옥스퍼드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것이 아주 자랑스러웠어요. 옥스퍼드에서 서점을 열면 신간과 중고 서적을 모두 팔겠죠. 그 밖의 영업에는 아주 신중을 기할 겁니다. 이제 모든 게 변하고 있으니까요.

 

   

 

 

책이 멸종될까요? 그럴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책은 중요해요. 아주 중요합니다. 책은 가르침을 줍니다. 세상에 대한 다른 관점을 열어주죠. 누구라도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없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주 귀고리 소녀의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사랑한 책과 서점 이야기

 

게으른 서점들은 스스로를 망치고 있는 거예요.”

 

 

 트레이시 슈발리에(Tracy Chevalier)

워싱턴에서 태어나서 지금은 영국에서 살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라스트 런어웨이(The Last Runaway)를 비롯해 일곱 권의 소설을 썼다. 두 번째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는 세계 각국에서 4백만 부가 팔렸으며, 콜린 퍼스와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영화로 만들어졌다.

 

    

 

 

 

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에는 서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서관에서 책을 구했어요. 미국에서는 도서관에 가는 게 생활의 큰 부분이에요. 저도 매주 갔죠. 동네에 있는 도서관의 어린이 도서 담당 사서 선생님과 친했어요. 도서관에 갈 때마다 선생님이 제 옆에 추천하는 책을 밀어 놓으셨죠. 선생님은 제 손에 책을 올려놓고 말했어요. ‘이제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된 것 같구나.’  

 

 

작가가 된 뒤로는 미국에서 아주 많은 서점에 가 봤어요. 신간 홍보 행사 덕분이죠. 요즘 매출 부진으로 힘들어하는 것은 독립 서점보다 큰 체인 서점인 듯해요. 대형 체인 서점들은 변하고 있어요. 전에 대형 서점은 책으로 차 있는 넓은 공간이었는데, 이제 게임이나 과자 같은 상품으로 채워진 넓은 공간이 됐죠.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독립 서점은 온라인 서점의 위협에도 살아남을 겁니다. 대형 체인 서점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가격이 아닙니다. 질이죠. 대형 체인이 살아남으려면 지금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마존 모방을 그만두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 ‘서점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사람들은 책을, 좋은 서점을 더 많이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이 실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전자책 단말기는 저도 갖고 있어요. 가끔 씁니다. 그렇지만 전자책 단말기로 책을 읽을 때에는 모든 게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종이책을 볼 때에는 시간과 장소를 책과 연결시킬 수 있는데 전자책은 그렇게 안 돼요. 우리 삶은 더 편리해지고 있지만 점점 더 실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서점은 그런 변화에 희생되고 있어요

 

 런던 리뷰 북숍(출처 www.londonreviewbookshop.co.uk)

    

스스로에게 희생되는 서점도 있어요. 게으른 서점들을 말하는 겁니다. 가만히 앉아서 책이 팔리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서점들이죠. 노력하는 서점, 애쓰는 서점에 들어가면 정신이 번쩍 들고 귀가 쫑긋 섭니다. ‘미스터 비스’, 배스에 있는 토핑 & 컴퍼니’, 킹스크로스에 있는 워터마크북스같은 서점들은 아주 훌륭하죠. ‘런던 리뷰 북숍도 훌륭해요. 게으르지 않은 곳들입니다. ‘돈트 북스포일스는 좋은 서점 되는 법의 견본이죠.

 

책과 연관된 최고의 행사는 진주 귀고리 소녀순회 홍보를 할 때 있었어요. 진주 귀고리 소녀페이퍼백이 나왔을 때고, 제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어쨌든 밀워키에 있는 해리 W. 슈워츠라는 서점(안타깝게도 지금은 폐점했어요)에서 가진 행사가 최고였어요. 그곳 주인인 낸시는 아주 멋지고 다정했는데, 청중을 300명이나 모았어요. 서점에서 정말 노력했고, 아주 들뜬 분위기였죠. 이틀 뒤에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체인 서점에서 행사가 열렸어요. 여섯 명이 왔고, 저는 커피 머신 소음과 경쟁하며 말해야 했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파리 Shadowgate from Novara, ITALY - Pantheon

 

 

세계에서 가장 좋은 서점의 표본으로는 파리에 있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꼽겠어요. 몇 주 전에 친구와 거기 다녀왔어요. 제가 친구를 데려갔는데, 친구는 그저 감탄하느라 정신없었어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중고 서적과 새 책이 조화를 잘 이루며 갖춰져 있죠. 책을 고르는 안목도 높고, 역사도 살아 있어요. 저는 그 서점에서 앞쪽 이층에 있는 공간을 특히 좋아합니다. 그 공간 밖으로 책을 내가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오래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서점 뒤쪽 계단 벽에는 사람들이 남긴 쪽지들이 붙어 있어요. 쪽지에 적힌 언어도 갖가지예요. 모두 이 서점을 방문한 사람들이 이곳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적은 것들이죠. 진짜 공동체의 느낌이 나요.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무엇의 일부가 된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서점은 그래야 해요. 영감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죠. 서점에 가면 주눅 든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뭘 사야 할지 모른 채 와인 상점에 들어가서 진열된 와인들과 거만한 주인만 보고 있는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손님한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면 안 됩니다. 좋은 서점들은 절대로 그런 기분을 안기지 않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를 부르는 숲의 작가

빌 브라이슨이 사랑한 책과 서점 이야기

 

특별한 장소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알아챌 수 있습니다. 생각이 비슷한 영혼들에 둘러싸여 마음이 편안해지죠.”

 

 

 빌 브라이슨(Bill Bryson)

여행, 영어, 과학 등에 관한 유머러스한 책들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미국 작가다. 나를 부르는 숲( A Walk in the woods)》《빌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Neither here nor there)등의 저서가 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Notes from a Small Island)로 아벤티스 상과 데카르트 상을 수상했고 이 책은 영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비소설 서적으로는 가장 많이 팔렸다.

    

 

 

저는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자랐는데, 그곳에는 북스토어(Bookstore)’라는 이름의 서점이 있었습니다. 하드커버를 팔았죠. 손님이 훨씬 더 많은 서점은 리더스월드(Readers’ World)로 페이퍼백만 팔았습니다. 저는 주로 거기서 놀고는 했어요. 리더스월드는 대학교 근처에 있었고, 저와 제 친구들은 그곳에 한번 가면 몇 시간씩 있었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당시 제일 용감한 곳은 보더스(Borders,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에 본사를 둔 국제적인 서점 체인이었으나 2011년에 파산했다)였어요. 1970년대에 보더스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보더스가 아니었다면 서점이 없었을 동네에도 크고 멋진 서점이 문을 열었죠.

 

 

보더스 서점(출처: www.timeout.com)

 

 

좋은 책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책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죠.”

 

어릴 때 저는 형이 읽은 책을 많이 물려받았습니다. 부모님 두 분 다 언론인이었는데 저희 집은 책을 많이 읽는 분위기였어요. 어린 제 눈에는 아버지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보였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실에 책장 2개가 놓여 있었을 뿐이었는데 말이지요.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건 열세 살 때쯤입니다. 거실에 있는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 읽었어요. 유머 작가 P.G. 우드하우스의 책부터 혼블러워 함장(영국 소설가 C.S. 포레스터의 해양 소설 주인공-옮긴이) 소설까지 모든 걸 발견했죠. 독서가 오락 수단으로도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것도 깨달았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좋은 책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책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죠.

  

요즘 서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포틀랜드에 있는 파월스(Powell’s)를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새 책과 헌책을 섞어 진열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요. 새 책과 헌책을 같이 파는 서점은 다 좋아합니다. 좋은 서점은 분위기가 엄청나죠. 특별한 장소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알아챌 수 있습니다. 생각이 비슷한 영혼들에 둘러싸여 마음이 편안해지죠.

    

블랙웰스(Blackwell’s)

 

저는 방대한 책을 갖춘 곳도 좋아합니다. 일주일 전쯤, 한동안 잊고 있던 서점에 들렀습니다. 제가 그 서점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기억이 금방 되살아나더군요. 옥스퍼드에 있는 블랙웰(Blackwell’s)입니다. 안에 들어서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죠. 그리고 언제 가도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런던 그레이스 인 로드에 있는 센트럴북스(Central Books)’도 제가 좋아하는 곳입니다. 타임스에서 일할 때 출근길에 항상 지나다니던 서점입니다. 좌익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사회주의 서점이기도 하죠. 급진적인 정치 서적이 많고,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희귀한 책도 많았습니다. 핵탄두, 전쟁 포로에 대한 책들. 서점 전체에 특별한 발견의 느낌이 가득했습니다.

 

 

좋은 서점에는 발견하지 못한 보석들이 가득해요.”

 

발견은 도서 산업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으로는 럼두들 등반기( The Ascent of Rum Doodle)가 있습니다. 몇 해 전에 우연히 보게 됐어요. 그 책을 재발간하도록 출판사를 설득할 때 제가 한몫했고 서문도 썼습니다. 좋은 서점에는 그런 보석이 가득합니다. 사람들이 잊어버린 고전들이나 제대로 발견되지 않아서 고전이 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책들이죠. 상상 속에서 제가 서점을 연다면 존재하는지 몰랐지만 발견하면 아주 행복할 책들로 가득 채우겠습니다.

 

   

 

 

 

영국에 처음 왔을 때 정말 감명을 받았습니다. 작은 도시에 가더라도 변변한 상점은 없어도 서점은 거의 다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서점인 머치 어(Much Ado)는 아직 살아 있으니 다행이죠. 이런 상황이니 제가 직접 서점을 운영하는 용기를 낼 것 같지는 않지만, 작은 도시에 큰 서점을 차리면 세금을 환급받게 해주는 것 같은 다양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는 언제든 도움을 주려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