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 잠들기 전에 아주 잠깐 동안 그날에 있었던 일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매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피곤할 때는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기 때문에 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돌아보는 내용은 오늘 하루 무엇을 건네주고 무엇을 받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전화 통화를 하고, 편지와 메일을 주고받고. 하루 동안 타인과 접하게 되는 상황은 여러 곳에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 타인과 있었던 접점을 떠올리며, 상대방과 나 사이에 어떤 주고받음이 있었는지를 떠올립니다. 나는 되도록 무언가를 건네주고 싶습니다. 나 자신이 이해한 것, 깨달은 것, 아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잠들기 전에 생각하는 시간은 겨우 몇 분. 하루를 어떤 식으로 보냈는지, 그 속에서 무엇을 했고 하지 못한 일은 무엇이었는지를 침대에 누워 떠올리는 것입니다. 단 몇 분 동안 떠올려보는 것뿐이지만 그 짧은 시간이 다음날의 자신을 조금은 변하게 해주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그날에 있었던 자신의 행동과 말을 떠올려봅니다. 그 하나하나는 내게서 시작된 모든 것, 내 자신 그 자체입니다. 내 말과 행동으로 옆에 있던 사람이 힘을 얻었거나, 한발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면 그것은 무언가를 건네준 것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도 무언가를 건네준 것입니다. 반대로 받을 때도 있습니다. 친구의 말이 격려가 되었다면 무언가를 받은 것이 됩니다. 메일이나 편지를 받고 마음이 따뜻해졌다면 그것도 받은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나는,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건네고 무언가를 받고 있습니다. 




건네는 것, 받는 것을 의식하게 되면 좀 더 좋은 것을 건네고 싶어집니다. 내가 받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나도 다른 사람에가 건네주고 싶어집니다. 그 순환이 분명 사람을 성장시켜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늘 우리가 건네주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더욱 멋진 무언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를 돌이켜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감사의 마음으로 잠드는 날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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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의 시간을 소중하게 살아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던 때, 어떤 단어가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기분 좋게’라는 말이었습니다. 


기분 좋게라는 말은 특별한 말이 아닙니다.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요. 하지만 내게는 처음 듣는 말처럼 신선한 느낌으로 가슴속에 울렸습니다.



‘기분 좋게’는 내가 마음속에 그리는 삶, 하루하루의 시간을 표현하는 데에 딱 맞는 말이었습니다. 인간관계, 일, 매끼의 식사, 자신이 생활하는 장소 등. 나와 관계된 모든 것을 되도록 기분 좋게 만들어가는 것이 나다운 생활 방식과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하나하나를 기분 좋게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기분 좋게 일을 하고, 기분 좋게 사람을 만나고, 기분 좋게 밥을 먹는 것.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나 스스로의 기분 좋음을 생각하고, 느끼고, 기분 좋게 지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기분 좋게’를 계속 해나가다 보면 다양한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기분 좋게’와 ‘편하게’는 결코 같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기분 좋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나름의 결심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내 기준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것도 ‘기분 좋게’ 살기 위함의 하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과 마주해야 할 때도 있고, 시간을 들여 틀을 만들어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 지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도 있고, 그로 인해 무언가를 놓아야 할 때도 있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게 되거나 파란이 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상상하는 기분 좋은 곳은 늘 바람이 지나는 길이 있을 듯한 곳입니다. 산들바람이 아닌 조금 강한 바람. 그곳은 시원하게 뚫려 있어서 축축한 공기나 탁한 공기가 머물지 않습니다. 바람은 늘 멈추지 않고 불고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행복의 정의가 다르듯이 ‘기분 좋게’의 정의도 다를 것입니다. 내게는 나의 기분 좋음이 있고, 그 바람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기분 좋게라는 말을 만나면서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이 확실해졌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선택해야 할 길이 보였습니다. 


지금도 나는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기분 좋게 지내고 싶다면 그렇게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자. 아주 단순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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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심란하다. 그렇게 느낄 때는 천천히 움직입니다. 의식적으로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녹차를 내립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천천히 이야기합니다. 그것만으로 마음의 심란함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누구에게나 마음이 심란할 때가 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마음속이 수런대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그럴 때는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도 신경에 거슬립니다. 사소한 한마디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자기 혼자만 바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 봐야 좋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마음속 심란함을 없애려고 합니다.




마음과 몸은 이어져있습니다. 마음이 어수선할 때 몸의 움직임을 천천히 하면 그 리듬에 이끌려 마음도 느긋해집니다. 차를 내리는 일도 평상시보다 느긋하게 합니다. 청소를 할 때는 천천히 꼼꼼하게 합니다. 이제 막 설거지를 끝낸 그릇을 린넨 소재의 행주로 느릿느릿 닦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직장에 있다면 메일을 평상시보다 시간을 들여 정성껏 써보거나, 차근차근 서류를 정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혼자서 조용히 차를 마시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한동안 그런 식으로 천천히 움직이다보면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슴 언저리에 있던 어수선한 무언가가 아래로 쓰윽 내려가고 어느새 신경 쓰이지 않게 됩니다. 그럴 때는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저절로 깊은 호흡을 하게 됩니다. 사람의 몸속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평상시와 뭔가 다른 것 같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 그렇게 느끼는 날에는 자신을 위해, 그리고 주변 사람을 위해 천천히 움직여봅니다. 온화하고 고요해지는 마음이 느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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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레리 파피용(Librairie Papillon)

울란바토르, 몽골

 

    

 리브레리 파피용(출처 /www.facebook.com/librairie.papillon)

 

 

결혼 선물로 서점을 받는다니, 내가 여태 들어 본 가운데 최고의 선물이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리브레리 파피용의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서점은 독자와 독자의 호기심으로 살아갑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들어오세요!

호기심에, 촉각에 힘을 주세요. 인생은 짧고, 책에서 발견할 것은 많습니다.

책은 맛있고 배부르고 달콤하고 진귀합니다.

 

우리는 책의 죽음이 임박했다고 오래전부터 단언해왔지만, 그런 단언이야말로 웃음거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이 책을 쓰기 위한 자료를 조사하며 깨달은 바다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깨달은 것이 또 있다. 서점에는 사랑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의 배경은 리브레리 파피용이며 그래서 이 서점 이야기를 마지막에 하려고 아껴두었다.

세바스티앙 마르네는 1998년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왔다. 울란바토르라는 도시 이름을 말뜻 그대로 해석하면 붉은 영웅이다. 이 도시의 역사는 특이하다. 1639년에 처음 불교 절을 중심으로 세워진 도시는 이후 스물여덟 번이나 자리를 옮긴 뒤 몽골 스텝 지대의 남북을 가르는 경계인 복드칸 산 옆에 뿌리를 내렸다. 복드칸 산은 1700년대부터 법으로 보호를 받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존림이다.

세바스티앙은 울란바토르 생활에 아주 만족했지만 프랑스 책을 구하기는 아주 힘들었다. 프랑스에 갈 때마다 여행 가방 하나 가득 책을 가져왔지만 한 달이면 읽을거리가 떨어졌다(세바스티앙은 다독가다). 그래서 세바스티앙은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 프랑스 책들을 갖춘 서점을 내면 좋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세바스티앙이 말한다.

 

돈을 충분히 모았을 때 약혼녀한테 같이 서점을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봤어요. 약혼녀는 고맙게도 좋다고 답했어요. 약혼녀와 결혼식을 올릴 때 서점을 선물하겠다고 마음먹었죠. 몽골 사람인 약혼녀는 반년 안에 프랑스어를 익혔고 우리는 2006년에 서점 문을 열었습니다.”

 

결혼 선물로 서점을 받는다니, 내가 여태 들어 본 가운데 최고의 선물이다! 세바스티앙 부부는 몽골어,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등 여러 언어로 된 책들을 구비하고 손님들에게 커피와 차를 무료로 서비스했다. 세바스티앙은 파리 라틴 지구에 자기 서점의 분위기를 비교한다. 창작의 은신처로 삼기에 아주 좋은, 몽골 스텝 지대 심장부에 있으니 세계 곳곳에서 작가들이 찾아온다.

    

 

 

   

 

도시가 끝나는 곳 너머 지평선에는 고비 사막이 펼쳐진다. 여름에는 40도까지 오르고,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거친 날씨. 사막을 지나면 알타이 산맥이다. 한때 털북숭이 매머드가 포효했던 곳. 이제 사막과 산맥은 목동들의 집이다. 고비 사막에서는 캐시미어 산양을 키워서 부드러운 털을 얻는다. 알타이 산맥의 카자흐 인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검독수리를 길들여서 사냥에 이용한다. 새끼 때부터 키우고 훈련시켜 함께 사냥하고, 몇 년이 지난 뒤에는 야생으로 돌려보낸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일 년에 한 번, 목부들이 산이나 사막에서 울란바토르로 온다. 그곳에서 그들은 다음 일 년 동안 사용할 것들을 구입한다. 음식과 옷만 사지 않는다. 책도 산다. 가장 놀라운 이야기가 담긴 삶을 직접 살고 있는 목부들은 세바스티앙을 찾아오고, 어쩌다가 아시아 한가운데에서 책을 팔게 된 특이한 프랑스 남자 세바스티앙은 목부들에게 사막과 산에 가져가서 읽을 소설을 추천한다.

 

세바스티앙의 역할은 중요하다. 목부들이 돌아갈 곳에서는 반경 수백 킬로미터까지 다른 서점이 없기 때문이다. 유목 생활에서 함께해야 할 책들이므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동화집을 고른 소녀는 눈에 둘러싸여 백설공주를 읽을 것이다. 소녀의 오빠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고르고, 자기 옆에는 벌써 올빼미가 있다는 사실에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좋은 이야기와 함께한다는 것은

온 세상과 함께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들려줄 때에 늘 이야기를 이용한다. 우리의 이해를 넘어선 것들을 설명할 때에 이야기를 이용한다. 우리 주위의 어떤 것과 연결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에 이야기를 이용한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로 탈출할 때에도 도움을 얻는다.

 

세상 곳곳의 서점에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동 서점과 비밀 서점부터 한시적으로 열리는 노점, 주민 센터 서점까지, 좋은 서점에 들어가는 것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타임머신, 우주선, 이야기를 만드는 곳, 비밀을 저장하는 곳이다. 용을 길들이는 곳, 꿈을 잡는 곳, 사실을 캐내는 곳, 안전한 곳이다. 끝없는 가능성, 집에 가져갈 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거나 도시 심장부에 있거나 산꼭대기에 있거나 지하철에 있거나, 좋은 이야기와 함께하는 것은 온 세상과 함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은 짧고, 책에서 발견할 것은 많습니다.

책은 맛있고 배부르고 달콤하고 진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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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책의 작가

존 코널리가 사랑한 책과 서점 이야기

 

깊이 몰두하는 것과 훑고 지나가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어요. 독서는 깊이 몰두해야 하는 일이죠.

 

 

존 코널리(John Connolly)

1968년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기자, 바텐더, 지방 공무원, 웨이터, 런던 해롯 백화점 잡역부 등 갖가지 직업에 종사했다. 찰리 파커 시리즈, 새뮤얼 존슨 시리즈, 잃어버린 것들의 책(The Book of Lost Things)》 《죽이는 책(Books to die for)등을 썼으며, 제니퍼 리드야드와 함께 침략자 연대기(The Chronicles of the Invaders)를 썼다.

    

 

 

 

 

 

 

 

 

유치원에 다닐 때에 폴리 선생님이 집에 가져가서 읽으라며 톰과 노라(Tom and Nora)강아지 스팟(Spot the Dog)을 숙제로 주셨어요. 그걸 받아 든 순간부터 저는 책에 빠졌습니다. 읽으면서 금방 이해했어요. 혼자서 처음 읽은 책이 무엇인지도 기억하고 있어요. 에니드 블라이튼의 시크릿 세븐(Secret Seven)’ 시리즈 중 한 권이었지요. 거실 탁자에서 책을 보던 제 모습이 지금도 머릿속에 떠올라요. 모르는 긴 단어가 나와도 포기하지 않고 알파벳 하나하나 맞춰서 읽으려고 애썼죠. 철자 그대로 읽던 게 머리에 박혀서 ‘p’가 묵음인 ‘cupboard[커버드]’를 몇 년 동안 ‘Cup-board[컵보드]’라고 읽기도 했어요. 저희 어머니는 아들이 아니라 소공자(Little Lord Fauntleroy)주인공이랑 사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제가 어머니, ‘컵보드에서 뭘 좀 꺼내도 될까요?” 했으니까요.

 

  

 

책 읽는 데 흥미를 갖게 된 직후 저는 타잔 이야기를 써서 폴리 선생님한테 보여줬어요. 선생님은 상금으로 저한테 5펜스를 주셨죠. 당시 5펜스면 팝콘 두 봉지와 껌 두 통을 살 수 있었어요. 그래서 주말 하굣길에 친구 브라이언 캐롤과 군것질을 했어요. 타잔 이야기 분량은 네댓 장밖에 안 됐지만, 여섯 살 아이한테는 꽤 길었죠. 저는 더 긴 대작을 준비했어요. 토요일 아침에 텔레비전에서 서부 증기 기관차 기관사 케이시 존스의 모험을 보았는데, 그 인물을 주인공으로 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죠. 아주 방대한 분량이었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스무 쪽이나 서른 쪽쯤이었다는 뜻이죠. 그걸 써서 폴리 선생님한테 50펜스쯤 받았던 것 같아요. 결론을 말하면,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폴리 선생님 덕분입니다.

 

 

첫 월급을 몽땅 책 사는 데 썼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지요!”

 

어머니는 책을 아주 많이 읽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책에 관심을 보이자마자 제게도 도서관 이용권을 끊어 주셨지요. 생각해보니, 제가 요즘은 책을 모두 구입하고 있잖아요? 새삼 놀랍네요. 그때는 돈이 없었으니까 거의 전적으로 도서관에 의지했고, 할인 서점을 찾아다녔죠. 열일곱 살이었나, 더블린 시청에서 처음으로 정식 직업을 얻었는데 첫 월급을 더블린에 있는 펭귄 북숍에서 다 썼어요. 몇 주 전부터 사고 싶은 책들을 정해 두고, 월급을 받은 금요일에 그 책들을 다 사버렸지요. 그때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지금까지도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헌터 S. 톰슨의 거대한 상어 사냥(The Great Shark Hunt), 사무라이 정신을 다룬 미시마의 책,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옥스퍼드 영영 사전과 동의어 사전 등이 포함된 옥스퍼드 페이퍼백 사전 전집을 샀습니다. 책을 사는 데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쓴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그 전까지는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었거든요.

 

 

    

세상에는 저를 깜짝 놀라게 하는 멋진 서점들이 정말 많아요!”

 

저는 뉴욕 스트랜드 북스토어(Strand Bookstore)’에 있는 희귀 서적코너를 좋아합니다. 그곳에는 정말 신기한 게 많아요. 저자 서명이 들어 있는 책도 많은데, 그런 것은 값을 매길 수도 없죠. 벨파스트 보태닉 대로에 있는 미스터리 전문 서점 노 알리바이(No Alibis)’도 아주 좋아합니다. 그 서점에서는 손님이 들어오면 곧장 홍차와 비스킷을 서비스로 내줘요. 저한테 신탁 기금이 무한정 들어온다면,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서점 미스터리 피어(Mystery Pier Books)’에 자주 갈 겁니다. 제가 가본 서점 중에서 놀랄 만한 중고 서적이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서점입니다.

 

최근에 발견한 사랑스러운 서점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에 있는 배터리 파크 북 익스체인지 앤드 샴페인 바(Battery Park Book Exchange & Champagne Bar)’를 꼽을 수 있어요. 새 책과 오래된 책을 모두 다 갖춘 큰 서점에 멋진 와인 바까지 있어요. 술집이 붙어 있는 서점만큼 멋진 것을 우리 인생에서 과연 만날 수 있을까요? 그 서점을 정말 좋아해서 제 소설 겨울의 늑대(The Wolf in Winter)에도 넣었습니다.

 

 

배터리 파크 북 익스체인지 앤드 샴페인 바(출처 www.tripadvisor.co.kr)

 

 

 

오늘날 우리 삶의 씨줄과 날줄에서 서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한 만큼

미래 세대에게도 서점은 중요할 겁니다.”

 

나중에는 결국 독립 서점들이 살아남을 겁니다. 체인 서점들 중에서도 소규모 체인이 이길 겁니다. 그 서점이 전문으로 삼는 분야에 대한 지식, 서점 사람들의 취향이 담긴 추천 도서들 같은 작은 서점들만 줄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가 결국 책 판매로 이어질 겁니다. 서점 대부분이 커피숍을 겸하겠죠. 그리고 전자책 다운로드도 제공할 겁니다. 전통적인 책은 전자책이 줄 수 없는 것을 제공해야죠. 저자의 사인이 들어 있거나 부록이 있거나 하는 식으로요.

 

요점은 서점이 도서관과 함께 계속 살아남으리라는 겁니다. 벽돌 건물처럼 살아남을 겁니다. 오늘날 우리 삶의 씨줄과 날줄에서 서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한 만큼 미래 세대에게도 서점은 중요할 겁니다. 우리는 주위 것들에서 배움을 얻고 또 호기심도 느낍니다. 그렇지 않다면 책은 그저 컴퓨터 게임, 다운로드한 영화, 트위터나 페이스북(혹은 그 다음에 나올 무엇), 사람들이 자빠지는 인터넷 동영상 등의 일부가 되고 말겠죠. 그런 것들은 모두 표면만 스치고 지나가며 반짝이는 다음 싸구려 보석을 찾아서 빨리 흘러가죠.

   

  

  

 

독서는 그 반대입니다. 독서는 깊이 몰두해야 하는 일이죠. 제가 염려하는 것은 깊이 몰두하는 것과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의 출현입니다. 현재는 태블릿이 그런 테크놀로지라고 할 수 있고 이런 테크놀로지를 경험하다 보면 결국 그냥 훑고 지나가는 것이 승리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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