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의 작가
빌 브라이슨이 사랑한 책과 서점 이야기
“특별한 장소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알아챌 수 있습니다. 생각이 비슷한 영혼들에 둘러싸여 마음이 편안해지죠.”

빌 브라이슨(Bill Bryson)
여행, 영어, 과학 등에 관한 유머러스한 책들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미국 작가다. 《나를 부르는 숲( A Walk in the woods)》《빌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Neither here nor there)》 등의 저서가 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Notes from a Small Island)》로 아벤티스 상과 데카르트 상을 수상했고 이 책은 영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비소설 서적으로는 가장 많이 팔렸다.
“저는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자랐는데, 그곳에는 ‘북스토어(Bookstore)’라는 이름의 서점이 있었습니다. 하드커버를 팔았죠. 손님이 훨씬 더 많은 서점은 리더스월드(Readers’ World)로 페이퍼백만 팔았습니다. 저는 주로 거기서 놀고는 했어요. 리더스월드는 대학교 근처에 있었고, 저와 제 친구들은 그곳에 한번 가면 몇 시간씩 있었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당시 제일 용감한 곳은 보더스(Borders,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에 본사를 둔 국제적인 서점 체인이었으나 2011년에 파산했다)였어요. 1970년대에 보더스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보더스가 아니었다면 서점이 없었을 동네에도 크고 멋진 서점이 문을 열었죠.
보더스 서점(출처: www.timeout.com)
“좋은 책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책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죠.”
어릴 때 저는 형이 읽은 책을 많이 물려받았습니다. 부모님 두 분 다 언론인이었는데 저희 집은 책을 많이 읽는 분위기였어요. 어린 제 눈에는 아버지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보였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실에 책장 2개가 놓여 있었을 뿐이었는데 말이지요.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건 열세 살 때쯤입니다. 거실에 있는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 읽었어요. 유머 작가 P.G. 우드하우스의 책부터 혼블러워 함장(영국 소설가 C.S. 포레스터의 해양 소설 주인공-옮긴이) 소설까지 모든 걸 발견했죠. 독서가 오락 수단으로도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것도 깨달았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좋은 책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책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죠.
요즘 서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포틀랜드에 있는 ‘파월스(Powell’s)’를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새 책과 헌책을 섞어 진열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요. 새 책과 헌책을 같이 파는 서점은 다 좋아합니다. 좋은 서점은 분위기가 엄청나죠. 특별한 장소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알아챌 수 있습니다. 생각이 비슷한 영혼들에 둘러싸여 마음이 편안해지죠.

블랙웰스(Blackwell’s)
저는 방대한 책을 갖춘 곳도 좋아합니다. 일주일 전쯤, 한동안 잊고 있던 서점에 들렀습니다. 제가 그 서점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기억이 금방 되살아나더군요. 옥스퍼드에 있는 블랙웰스(Blackwell’s)입니다. 그 안에 들어서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죠. 그리고 언제 가도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런던 그레이스 인 로드에 있는 ‘센트럴북스(Central Books)’도 제가 좋아하는 곳입니다. 〈타임스〉에서 일할 때 출근길에 항상 지나다니던 서점입니다. 좌익 서적을 주로 취급하는 사회주의 서점이기도 하죠. 급진적인 정치 서적이 많고,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희귀한 책도 많았습니다. 핵탄두, 전쟁 포로에 대한 책들. 서점 전체에 특별한 발견의 느낌이 가득했습니다.
“좋은 서점에는 발견하지 못한 보석들이 가득해요.”

‘발견’은 도서 산업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으로는 《럼두들 등반기( The Ascent of Rum Doodle)》가 있습니다. 몇 해 전에 우연히 보게 됐어요. 그 책을 재발간하도록 출판사를 설득할 때 제가 한몫했고 서문도 썼습니다. 좋은 서점에는 그런 보석이 가득합니다. 사람들이 잊어버린 고전들이나 제대로 발견되지 않아서 고전이 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책들이죠. 상상 속에서 제가 서점을 연다면 존재하는지 몰랐지만 발견하면 아주 행복할 책들로 가득 채우겠습니다.
영국에 처음 왔을 때 정말 감명을 받았습니다. 작은 도시에 가더라도 변변한 상점은 없어도 서점은 거의 다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서점인 머치 어두(Much Ado)는 아직 살아 있으니 다행이죠. 이런 상황이니 제가 직접 서점을 운영하는 용기를 낼 것 같지는 않지만, 작은 도시에 큰 서점을 차리면 세금을 환급받게 해주는 것 같은 다양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는 언제든 도움을 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