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책의 작가

존 코널리가 사랑한 책과 서점 이야기

 

깊이 몰두하는 것과 훑고 지나가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어요. 독서는 깊이 몰두해야 하는 일이죠.

 

 

존 코널리(John Connolly)

1968년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기자, 바텐더, 지방 공무원, 웨이터, 런던 해롯 백화점 잡역부 등 갖가지 직업에 종사했다. 찰리 파커 시리즈, 새뮤얼 존슨 시리즈, 잃어버린 것들의 책(The Book of Lost Things)》 《죽이는 책(Books to die for)등을 썼으며, 제니퍼 리드야드와 함께 침략자 연대기(The Chronicles of the Invaders)를 썼다.

    

 

 

 

 

 

 

 

 

유치원에 다닐 때에 폴리 선생님이 집에 가져가서 읽으라며 톰과 노라(Tom and Nora)강아지 스팟(Spot the Dog)을 숙제로 주셨어요. 그걸 받아 든 순간부터 저는 책에 빠졌습니다. 읽으면서 금방 이해했어요. 혼자서 처음 읽은 책이 무엇인지도 기억하고 있어요. 에니드 블라이튼의 시크릿 세븐(Secret Seven)’ 시리즈 중 한 권이었지요. 거실 탁자에서 책을 보던 제 모습이 지금도 머릿속에 떠올라요. 모르는 긴 단어가 나와도 포기하지 않고 알파벳 하나하나 맞춰서 읽으려고 애썼죠. 철자 그대로 읽던 게 머리에 박혀서 ‘p’가 묵음인 ‘cupboard[커버드]’를 몇 년 동안 ‘Cup-board[컵보드]’라고 읽기도 했어요. 저희 어머니는 아들이 아니라 소공자(Little Lord Fauntleroy)주인공이랑 사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제가 어머니, ‘컵보드에서 뭘 좀 꺼내도 될까요?” 했으니까요.

 

  

 

책 읽는 데 흥미를 갖게 된 직후 저는 타잔 이야기를 써서 폴리 선생님한테 보여줬어요. 선생님은 상금으로 저한테 5펜스를 주셨죠. 당시 5펜스면 팝콘 두 봉지와 껌 두 통을 살 수 있었어요. 그래서 주말 하굣길에 친구 브라이언 캐롤과 군것질을 했어요. 타잔 이야기 분량은 네댓 장밖에 안 됐지만, 여섯 살 아이한테는 꽤 길었죠. 저는 더 긴 대작을 준비했어요. 토요일 아침에 텔레비전에서 서부 증기 기관차 기관사 케이시 존스의 모험을 보았는데, 그 인물을 주인공으로 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죠. 아주 방대한 분량이었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스무 쪽이나 서른 쪽쯤이었다는 뜻이죠. 그걸 써서 폴리 선생님한테 50펜스쯤 받았던 것 같아요. 결론을 말하면,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폴리 선생님 덕분입니다.

 

 

첫 월급을 몽땅 책 사는 데 썼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지요!”

 

어머니는 책을 아주 많이 읽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책에 관심을 보이자마자 제게도 도서관 이용권을 끊어 주셨지요. 생각해보니, 제가 요즘은 책을 모두 구입하고 있잖아요? 새삼 놀랍네요. 그때는 돈이 없었으니까 거의 전적으로 도서관에 의지했고, 할인 서점을 찾아다녔죠. 열일곱 살이었나, 더블린 시청에서 처음으로 정식 직업을 얻었는데 첫 월급을 더블린에 있는 펭귄 북숍에서 다 썼어요. 몇 주 전부터 사고 싶은 책들을 정해 두고, 월급을 받은 금요일에 그 책들을 다 사버렸지요. 그때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지금까지도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헌터 S. 톰슨의 거대한 상어 사냥(The Great Shark Hunt), 사무라이 정신을 다룬 미시마의 책,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옥스퍼드 영영 사전과 동의어 사전 등이 포함된 옥스퍼드 페이퍼백 사전 전집을 샀습니다. 책을 사는 데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쓴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그 전까지는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었거든요.

 

 

    

세상에는 저를 깜짝 놀라게 하는 멋진 서점들이 정말 많아요!”

 

저는 뉴욕 스트랜드 북스토어(Strand Bookstore)’에 있는 희귀 서적코너를 좋아합니다. 그곳에는 정말 신기한 게 많아요. 저자 서명이 들어 있는 책도 많은데, 그런 것은 값을 매길 수도 없죠. 벨파스트 보태닉 대로에 있는 미스터리 전문 서점 노 알리바이(No Alibis)’도 아주 좋아합니다. 그 서점에서는 손님이 들어오면 곧장 홍차와 비스킷을 서비스로 내줘요. 저한테 신탁 기금이 무한정 들어온다면,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서점 미스터리 피어(Mystery Pier Books)’에 자주 갈 겁니다. 제가 가본 서점 중에서 놀랄 만한 중고 서적이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서점입니다.

 

최근에 발견한 사랑스러운 서점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에 있는 배터리 파크 북 익스체인지 앤드 샴페인 바(Battery Park Book Exchange & Champagne Bar)’를 꼽을 수 있어요. 새 책과 오래된 책을 모두 다 갖춘 큰 서점에 멋진 와인 바까지 있어요. 술집이 붙어 있는 서점만큼 멋진 것을 우리 인생에서 과연 만날 수 있을까요? 그 서점을 정말 좋아해서 제 소설 겨울의 늑대(The Wolf in Winter)에도 넣었습니다.

 

 

배터리 파크 북 익스체인지 앤드 샴페인 바(출처 www.tripadvisor.co.kr)

 

 

 

오늘날 우리 삶의 씨줄과 날줄에서 서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한 만큼

미래 세대에게도 서점은 중요할 겁니다.”

 

나중에는 결국 독립 서점들이 살아남을 겁니다. 체인 서점들 중에서도 소규모 체인이 이길 겁니다. 그 서점이 전문으로 삼는 분야에 대한 지식, 서점 사람들의 취향이 담긴 추천 도서들 같은 작은 서점들만 줄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가 결국 책 판매로 이어질 겁니다. 서점 대부분이 커피숍을 겸하겠죠. 그리고 전자책 다운로드도 제공할 겁니다. 전통적인 책은 전자책이 줄 수 없는 것을 제공해야죠. 저자의 사인이 들어 있거나 부록이 있거나 하는 식으로요.

 

요점은 서점이 도서관과 함께 계속 살아남으리라는 겁니다. 벽돌 건물처럼 살아남을 겁니다. 오늘날 우리 삶의 씨줄과 날줄에서 서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한 만큼 미래 세대에게도 서점은 중요할 겁니다. 우리는 주위 것들에서 배움을 얻고 또 호기심도 느낍니다. 그렇지 않다면 책은 그저 컴퓨터 게임, 다운로드한 영화, 트위터나 페이스북(혹은 그 다음에 나올 무엇), 사람들이 자빠지는 인터넷 동영상 등의 일부가 되고 말겠죠. 그런 것들은 모두 표면만 스치고 지나가며 반짝이는 다음 싸구려 보석을 찾아서 빨리 흘러가죠.

   

  

  

 

독서는 그 반대입니다. 독서는 깊이 몰두해야 하는 일이죠. 제가 염려하는 것은 깊이 몰두하는 것과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의 출현입니다. 현재는 태블릿이 그런 테크놀로지라고 할 수 있고 이런 테크놀로지를 경험하다 보면 결국 그냥 훑고 지나가는 것이 승리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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