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시계를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겨울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빨간색 시계줄과 시계 몸체에, 신데렐라가 12시가 되어서 궁전으로부터 달려나오는 그림이 그려진 자판에, 빨간 색 바늘이 돌아가는 태엽시계였다.

이 시계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 시계가 내게 준 충격은 무척 큰 것이었다.
이 시계로 인해서 나는 이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거대한 비밀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경위를 이야기 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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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2월 어느 날, 엄마를 따라서 명동에 갔다. 
길을 가는데, 이 시계가 리어카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었다.
3학년이면 10살,  퍼질러 앉아 조르지 않을 정도의 체면을 아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계를 사달라고 엄마에게 조르고 조르고 또 졸랐다.

엄마는 결국 그날 사 주시지 않으셨다.
아빠에게 꼭 물어서 사기로 약속해 주셨을 뿐이다. 

몇일 지나서 늦된 10살 답게 시계에 대해서는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가 되었고,  
아침에 머리 맡에 놓인 선물을 풀어보니, 바로 그 시계였건 것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따져 물었다.
어떻게 엄마에게 사달라던 시계를 산타 할아버지가 아시고 가져오셨냐고! 
혹시 이거 엄마가 사놓은 거 아니냐고!

엄마는 "어어~~ 그게 말이지,  엄마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니가 그거 원한다고 말씀드렸거든?" 하셨는데,
그만 그 연기가 서툴러서 중간에 웃으시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나는 10살이 되어서야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고야 말았다.
그럼, 내가 다섯 살 때 백화점에서 정말정말 가슴 떨리게 만났던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도 가짜였던건가? 
이 비밀을 모른 채 부모님들의 '착한 아이 만들기' 전략에 놀아났던 것이었단 말인가?

아... 그때의 배신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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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9-20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바르게 사셨던거같아요.^^
75년도 일을 기억하시는군요.대단하시네요.

가을산 2006-09-20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줄여서 쓸 걸 그랬나.... ㅡㅡa

하늘바람 2006-09-2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엄마는 기쁘게 해주려고 그러셨을텐데요^^
그래도 참 멋진 어머니시네요

가을산 2006-09-2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음... 제대로 이야기하자면 배신감은 아니고 놀라움? 허탈함? 뭐 그런거였겠지요?

가을산 2006-09-2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새벽별님, 저때 저 시계가 무척 인기가 좋았나봐요.
진우맘님 글에도 저 비슷한 시계가 나오더라구요.

ceylontea 2006-09-21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저에게도 그런 쓰린(??) 기억이 있어요..--;
저도 10살에 산타 할아버지가 엄마, 아빠란 것을 알았어요...그 날 따라 나사렛 예수를 텔레비젼으로 엄마, 언니와 보고 있었어요. 당연히 아빠는 우리가 자고 있을 줄 아시고 우리에게 줄 선물을 사오셨어요.. 선물이라야 과자와 초코렛이었지만. 제 기억 속에는 그 해 선물이 제일 많았었어요.. ^^
초등2학년 때인가 한 집에 세 들어 살던 할머니들이 산타 할아버지가 아빠라 해도 정말 눈꼽만큼도 의심을 하지 않고 아니라고 우겼었지요... ^^ 8살... 그 나이 때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아빠라 해도 믿지 않을 정도로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었었나 봐요.. 그런데.. 10살의 나이에는 선물을 사 들고 오신 것만으로도 아빠가 산타 할아버지라는 의혹이 일었고, 정말 순식간에 알게 되어 버렸지요.
흐흐...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해부터였어요. 우린(언니와 나.. 동생들에게는 아직 산타의 존재를 믿게 해주고 싶었답니다. 저희가 늦게 알았던 것처럼.) 아빠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올해는 무슨 선물을 주실까, 어떤 선물이 받고 싶은데 하고 이야기 하고.. 아빠는 불경기라 산타 할아버지가 못오신다는 농담을 하셨어요.. 그것은 그것 나름 즐거웠어요.
그렇지만, 그때도 그랬지만..지금도 그냥 산타의 존재는 나중에 알 수록 좋은 것 같아요. ^^

그리고 제 경우는 시계는 중학교 입학하면서 선물로 아빠가 사주셨어요. 단순한 시계에 가죽줄이었지만, 내 손목시계가 너무 갖고 싶었던 저로서는 얼마나 아꼈었나 몰라요... 음.. 그 시계가 어떻게 하다 없어졌는지는 기억이 나지를 않네요.. ^^

가을산 2006-09-2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실론티님! 그쵸? 10 살에 알아도 괜찮은거죠?
저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어요. ^^

우리 애들은 다 알면서도 '산타 할아버지는 뭐 사주실까~~~?' 하고 시침 뚝 떼면서 이중으로 선물 받을 것을 노린답니다.

ceylontea 2006-09-2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살에 안 것도 억울했다니까요.. ^^

반딧불,, 2006-09-2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39090

그냥 지나가다가 함 잡아봤답니다.

오늘따라 저 이슬들이 참 탐나는군요.


가을산 2006-09-2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반딧불님 고맙습니다.
9자가 세 개라.... 주말에 좋은 일이 있었음 좋겠어요. ^^

반딧불,, 2006-09-2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좋은 일 꼭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