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동생 생일
오늘은 남동생 생일이다.
나와 연년생으로 내가 기억하는 가장 까마득한 어린 시절부터 같이 커왔다.
나와는 성격이 상당히 달라서 활동적이고 리더십이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의 신임도 많이 받고.
대학 들어간 후에 엉뚱하게도 법학도에서 영화감독 지망생으로 바뀌더니,
나보다도 10여년 먼저 아버지와 의절하더니,
지금은 구체적으로는 뭐하고 사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영화판에서 일하면서 처자식(!) 먹여 살리고,
서울 근교에 집도 장만했다.
세상의 규범이나 종교에 얽메이지 않고, 3년 후, 5년 후에 먹고 살 대책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동생을 보면, (그렇다고 부도덕하다는 뜻이 아니다. )
대학생 때에 이미 해탈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해탈한 사람에게 이것 저것 범인의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남동생은 스스로 상당히 잘난 줄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뻐기거나 사치스럽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 조금 잘났다. 대책 없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그래도 동생에게 '너 잘난 놈이다' 라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다.
오히려 만날 때마다 혹시라도 잘났다는 생각을 할까봐 늘 잔소리만 해주고 온다.
그리고 혹시 오다가다 B군 만나면 꼭 싸인 받아 달라고 신신당부 하고.
남동생은 마음 넓게 누나의 주책에 대해 타박 하지 않는다. 그냥 아무말 없이 눈으로만 웃는다.
가는 세월은 막지 못하는 법, 동생이 벌써 40 줄에 들어서네.
하하, 어서 전화 해서 놀려 주어야지.
2. 해마다 가을이 되면
독감 백신 수급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올해는 독감 백신의 공급량이 줄고, 가격은 대폭 오르고, 그나마 보건소에 대부분 공급될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제약회사 직원들은 이른바 '수입 백신' 혹은 '생백신'이라 불리는 것을 접종하라고 권유한다.
일반 백신 공급을 줄여 생백신 접종을 조장하는 제약회사의 행태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고,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면 백신 수급 때문에 아주 불쾌해 진다.
수입백신이나 생백신은 내가 볼 때 효과가 비슷한데도 가격은 1인당 1만원 정도 더 비싸다.
이건 환자가 내는 값 뿐 아니라 병원에 들어오는 가격도 마찬가지이다.
작년 겨울에도 생백신이 효과가 있네 없네, 비싸네 안비싸네 하고 방송탔는데, 금년에도 또 쓰라고?
나는 그 '생백신'이라는 것은 한 해에 10 개 정도 쓸까 말까 한다.
본인이 '생백신 놓아주세요' 하는 사람 외에는 맞추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보다도 백신을 구하기 더 힘들게 되었으니, 어찌할꼬?
3. 오늘 하늘 정말 높고 파랗다.
이런 날 사방 5미터 방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다니, 너무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