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추운 곳에서 오래 있었던 결과, 
아침부터 목이 깔깔하니 아프고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밤을 거기서 샌 사람들은 오늘 공연때까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공연은 오늘 저녁 7시부터였다는데...)
해서....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잠을 잤다.

점심이 다되어서 일어나서,  아이들은 친구들 만난다고 나가고,
집안은 다시 적막해졌다.  (남편은 학회에 갔다가 저녁에 왔다.)
날씨를 보니,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집안에 박혀있으면 절대로 안될 하늘이었고....
해서,  9월 중순에 만든 개구리 연필꽂이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공주로 넘어가는 국도는 참 경관이 아름답다.
아직 본격적인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계룡산의 산세에 서늘한 10월의 하늘이 걸려있는 모습은
역시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도예촌으로 들어가는 2차선 좁은 도로는 
막 수확한 벼 낱알을 말린다고 자리를 펴서 1차선으로 좁아졌고, 
농민들은 낱알을 붓기도 하고,  조금 말린 낱알을 가래로 뒤적이기도 하고,
다 말린 낱알을 모아 다시 담기도 하면서 바쁜 수확철을 보내고 있었다. 
 
도예촌에 도착해서 사부님(앞으로 이렇게 부르련다) 공방에 들어갔는데,
내가 만든 건 아직 구워지지 않았단다.  아직 가마에 하나 가득 찰 정도로 그릇을 만들지 못하셨기 때문이다.

오늘은 체험학습을 하러 온 사람도 없는데다, (요즘은 이런 사람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헛걸음을 한 것이 미안했는지, 차 한잔 하고 가라고 한다. 
안채에서 보이는 멋진 경관을 다시한번 보면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했다.

공예를 전공했는데,  그중에서 도예를 선택하게 된 동기...
작가의 의도대로 형태를 만든다 하더라도 불에서 구워지면서 또한번 변신하는 도기의 매력....
흙의 특징과 불의 온도, 유약의 종류 등을 다 감안해서 구울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
원하는 것을 만들다가 실패했을 때, 실망하지 않고 "아, 잘 놀았다", "잘 해봤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에 대한 이야기........

나도 음악에 비해 공예(혹은 미술)가 가진 미덕에 대해 평소에 생각하던 바를 말했다.
일단 가장 큰 것은 자기가 만들었던 것이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는 것. 
음악을 전공을 하려고 했을 때 부닥쳤던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따라서 만들기나 공예를 취미로는 하지만, 깊게 들어가는 것은 의식적으로 피한다는 이야기....
등을 했다.   

결국 모든 것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면 어려워진다는 것....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우리 나라 사람들의 공통된 조급증, 즉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칠 것.....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시간이 훌쩍 지났다.

2주 후에 다시 가기로 했다. 그때는 내 개구리가 구워질 예정이다. 
오늘 구워지지 않은 덕에 다시 한번 차를 얻어마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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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6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구리요? 으흐흐흐흐 구워진 개구리 사진으로 올려주세요. ^-^ 멋져요~~ 공예!!
근데 감기기운 있으세요? 저도 조금 있어서 오늘 약을 먹었지요. 조심하세요~~

가을산 2005-10-1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서재 정신이 투철하지 못하야 사진기를 가져가지 못했어요.
다음에 갈 때는 꼭 사진기 가져가서 찍어올게요. 작업장이랑.. 산이랑....
감기요? 지금 좀 괜찮아요. 어제 워낙 많이 잔 덕에.

ceylontea 2005-10-1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전 눈도 아프고... 약국 가서 물었더니.. 인후가 부어 염증이 있는 것 하더라구요..
환절기엔.. 감기조심하세요.. ^^

가을산 2005-10-17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감기 많아요... 조심하세요....

세실 2005-10-1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사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