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름다운 사람들 - 1

   몇년 전부터 심한 당뇨병과 신부전으로 고생하는 젊은 여대생이 있었다. 
   신학대학에 다니는데,  자신의 몸이 아프면서도 노숙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었다.
   최근에는 상황이 상당히 악화되어서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신장 이식이 필요했는데, 가족 중에는 마땅한 공여자가 없었다. 

   보다못해 같은 교회의 교인이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나타났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조직이 맞지 않아서 기증받지 못했다.
   이 교인의 신장은 다른 환자에게 이식하게 되었고,
   그 대신 이 여대생은 대기자 명단의 상위권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몇개월을 기다린 끝에, 지난 주에 드디어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말 좋은 소식이다. 
   어제 문병가려고 했는데, 아직 무균실에 있어서 면회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아.... 다음에 만날때면 이제는 부어오르지 않은 얼굴로, 숨차지 않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겠지!  ^-^
  

2. 아름다운 사람들 - 2

  7년째 노숙자들을 상담하고 여성쉼터에서 같이 숙식을 하고 계신 여자 목사님이 계시다.
  눈코입이 동그랗고, 체격도 동그랗고, 나이는 꽤 되는.....  노처녀였다. 
  어려운 가운데도 늘 여유를 잃지 않고 귀여운..... 그리고 있어야 할 자리에 늘 계셔주시는 분.....

  몇년 전에는 어떤 아저씨에게 턱을 칼로 찔려서 여러 바늘 꼬매고 꽁꽁 싸매고서도 
  "그 아저씨는 제가 너무 좋으셨나봐요"....... 라고 오히려 감싸셨던 분..

  또 여러 해 전부터 노숙자들의 저녁 식사 배식을 돕는 신학생이 있었다.
  최근에는 남자 노숙자 쉼터에서 상근을 하는, 
  키크고, 눈 부리부리하고, 선하게 생긴..... 실재로도 너무나 선한 젊은이이다.

  이번달 초에 이 두 사람이 결혼을 했다.
  주위에서는 모두들 이들을 축복을 해주었다.
  결혼식 끝나고 신랑신부 친구들 사진 찍을 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온 건 처음 보았다.  

  어제 저녁에 기차로 대전역에 내린 시간이 마침 배식 시간이었다.
  밥줄이 길게 서있다.  
  혹시나... 하고 찾아봤더니, 역시나.....
  두분이 같이 나와 계시다.  
  배식 봉사를 하시는 분들과 배식을 받는 아저씨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는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3.  아름다운 사람들 - 3

  어제 오후에 서울에서 회의가 있었다.
  의료 정책과 건강권에 관한 자리에는 늘 나타나는 그 두 사람이 있었다.
 
  조금 오바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두사람 중 한사람이라도 
  어떤 이유로든 활동을 접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국가적 비상사태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영향력 있는 감투를 쓰고 있다는건 아니다.
  그만큼 이들은 늘 그자리에 있고, 정말 지치지도 않고 일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이루어 나간다.

  나는 이들을 만나면 늘 부탁한다. 몸조심 하라고. 몸좀 아끼라고....
  다른 이는 이들에게 권했다. 활동 일지를 남기라고. 나중에 의료운동사의 자료로 필요할거라고.
  그런데 이들에게는 일지를 남길 시간조차 없다. 

 

4. 아름다운 사람들 - 4

  이 사람은 나보다 후배다. 
  하지만, 나보다도 훨씬 많은 열정과 일을 해내고 있는 친구다. 
  인턴 마치고 나서 그 가냘픈 몸으로 이라크전 직후의 이라크에서 한달여간 있었다.
  그것도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부모 모르게 가면서 뉴스에는 가명을 쓰도록 부탁했더랬다.

  어제 회의에 이 친구도 병원 당직을 마치고 나왔었다. 
  레지던트 근무하면서도 해외 NGO의 동향들을 모니터하고 영어 공부할 시간은 도대체 어디서 나는걸까? 
  
  누군가의 증언에 의하면, 
  불가피한 사정이 아닌 한, 중요한 자리에는 반드시 나타난다고 한다.  
  레지던트 1, 2년차의 스케쥴을 서로 아는 터라,
  아무도 권하거나 부탁하지 않는데도 그자리에 함께 있어준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거리행진을 하다가,  행진이 막혀 잠시 서게 되면 깃대를 붙잡고 기대서 눈을 감는단다. 
  서서 자는 것이다.
  잠시 후에 다시 움직이게 되면 눈뜨고 걷다가.... 서면 다시 깃대 붙잡고 자고....

  어지간한 활동가인 그 증인도 이 대목을 말하면서는 혀를 내둘렀다.
  " 나 이런 앤 첨봤어!"

  어제 회의 마치고, 아버지 생신이라 오랜만에 집에 가야 한다며 나서는데.....
  그 가녀린 뒷모습이 참 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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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5-06-2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뉘실까요? 흔적 없이 추천만 누르고 가신 분들은?

그루 2005-06-20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소설속에서나 나올만한 분들이 가을산님 주위에 존재하시는군요.. 멋있어요...

ceylontea 2005-06-20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이 세상이 굴러가는 원동력이라 생각해요.

난티나무 2005-06-20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적을 남기기는 뭣하나 감동을 만났을 때... 저도 꾹 누르고 도망갑니다...

sooninara 2005-06-20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분들은 인간을 도와주러 하늘에서 온 천사가 아닐까요??
추천합니다.

마냐 2005-06-21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나 영화보다 더 감동적인 건 역시 현실.....아마 누군가는 가을산님을 아름다운 분이라고 할검다. 오하하.

호랑녀 2005-06-2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감동적이네요.
제가 사는 걸 다시 한 번 되돌아봅니다. 한 때는 열정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그때를 기억하는 것조차 어색하네요.

세실 2005-06-2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아름다운 분들이시네요.
시간이 많다고, 돈이 많다고 봉사할 수 있는건 결코 아니라는 사실, 없는 시간 쪼개고, 없는 돈 쪼개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을산 2005-06-2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B군이 입원했는데, 최선을 다한 B군도 이쁘다면 돌 맞을라나? ^^

ceylontea 2005-06-2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가을산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