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다시 병원을 시작할 때 신문 보급소에서 와서 '신문 배달하는 아이들 기운이라도 내라는 뜻에서' 신문 구독을 해달라고 했다.
'세계일보'라는, 잘 모르는 신문이었는데, '배달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구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작년 쯤, 고혈압으로 한 달에 한 번 오시는 환자 한분이 '통일교 다니십니까?' 하고 묻는 거다.
왜 그러시냐고 물으니
'대기실에 있는 세계일보는 통일교 관련 재단에서 발행하는 건데, 모르고 보셔으면 바꾸시죠.' 그런다.
알았노라고 하고는 그냥 지냈는데,
그 다음달에 와서 '아직도 안바꾸다니' 하며, 자기 말을 안 들어주어서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마침 보지도 않는 신문, 끊으려고 보급소에 전화하니, 보급소 관계자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세계일보 말고, 조, 중, 동, 한겨레 다 있으니 그중에 하나만 봐달란다.
또 맘이 약해져서, 그리고 집에서는 남편 취향으로 '중앙'을 보는데, 병원에서라도 한겨레를 보자 해서 한겨레로 신청해서 지금까지 봐 오고 있다.
지난 번의 그 환자분은 만족해 했고, 오늘까지 평온했는데....
오늘은 전직 기자라고 하는 어르신이 와서 '한겨레를 보십니까?' 하고 묻는거다.
'한겨레를 오래 보면 사람도 못알아본대요. 그런 거 읽으면 사람이 바뀐대요. 읽지 마세요.' 라고 한다.
'선생님은 어떤 신문을 보시나요?' 하고 물었더니 자기는 조중동 다 본단다.
'저희 집에서는 중앙을 보는데, 중앙은 어떻던가요?' 하고 물으니,
'거, 중앙은 요즘 맥이 다 빠져서 맛이 없어요. 맛이.' 라고 한다.
참 이거, 동네에서 신문도 맘대로 못 보나?
한겨레를 가지고 마치 빨갱이 기관지나 광신교파의 경전 취급을 한다.
다음 달에 오셔서 또 뭐라고 하시려나?
그런데 이게 진짜 많은 어르신들의 사고방식이다.
지난 3월에,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는 순간에 진료받으러 왔다가 그 장면을 같이 보신 한 어르신은
'이제 세상이 바뀔 거에요.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거에요.'라고 안도하셨고,
촛불 집회하는 사람들을 욕하는 다른 환자분은, 나의 의견에 역정을 내시고는 아직까지도 안오신다.
아까 그분, 다음 달에도 한겨레를 보고 또 뭐라고 하시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