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이 타령

엊저녁, 가족들이랑 베토벤 바이러스를 봤다.
근데, 강마에더러 '늙은' 건우... '나이 40인 다 큰 어른' 운운 하는데... 생각해 보니,
그런 강마에도 나보다 어리다. ㅡ,ㅡ
옆에 있던 남편, 내 푸념을 듣더니... 오바마도 자기보다 어리다고 푸념.
나이 먹는다는 것이 그런 것 같다.
나는 그대로인데, 주위 사람들이 점점 어려지는 것.

2. 근조

노트북이 사망했다.
사인은 커피에 의한 익사.
커피잔이 자판위로 넘어지는 장면이 모 보험의 광고처럼 슬로우모션으로 눈앞에서 벌어졌다.

블랙 커피라서 말리면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전원도 켜지지 않고 먹통이 되었다.
그 안에 있던 자료들이랑 B군 사진들.... 다 함께 먹통이 되었다. 
 

AS 센터에 보내면 살릴 수 있을까? 

2년 넘게 동고동락한 내 첫 노트북인데....

3. origami tessellation 이불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

시간을 삼키는 블랙홀이기 때문일 것이다.
블랙홀을 빠져나오는 빛이 없듯이, 이불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무한대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지난 주말도 아낌없이 투자했건만, 종이에 그렸던 도안 두 개를 천에 옮겨 그리는 데 그쳤다. 반나절은 팔각형을 기반으로 한 도안을 응용하는 데 보내다가 결국은 실패했다.

밑그림을 그리고 나서 접으려고 하니 축축 늘어져서 모양이 잡히지 않는다.
풀을 먹인다고 먹였는데도 약했던 듯. 그래서 와이셔츠 깃 다리는 데 사용하는 스프레이 풀을 다시 먹였는데, 그래도 실패.

오늘 아침에는 천조각 몇 개로 실험을 했다.
1번: 쌀풀 강하게 먹이기.
2번: 문방구에서 파는 물풀 원액으로 바르기
3번: 물풀을 2배 희석해서 바르기. 
 

어느 것이 가장 빳빳한지 저녁에 결과를 볼 예정이다.  


4. buddy랑 지구전

근 10년 만에 첨 있는 설전인 듯.
사건의 발단은 2월달의 머쥐모임.
buddy 한 사람이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우주의 구조'를 주제로 잡았다.
특수 상대성, 일반 상대성 이론과 그에 따른 시공간의 변화, 빅뱅, 최근의 우주론 등이 주제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주제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분야였기에 관련 서적을 읽고 기대에 차서 모임에 갔다. buddy도 관련 서적을 무려 6권이나 읽고 내용을 정리해서 왔다.
그날 나온 이야기 중 최근 10년간의 물리학적인 발전은 내게도 새로웠다. membrane 이론이니 11차원의 시공간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문제가 된 것은 그 기본이 되는 '차원의 개념'이었다. 
 

3차원 공간이 중력에 의해 구부러진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구부러진 3차원 공간 구조는 그 3차원 공간 내의 존재는 인식할 수가 없고 (단, 아주 특수한 경우에 공간이 굽었다는 '증거'를 관측할 수는 있다) 4차원적인 공간구조의 의미로 굽은 것이라는 나의 의견을 buddy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차원이란, 시간을 배제한 공간만의 차원이다.)
그런 말은 자기가 읽은 책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buddy는 이런 개념과, '이런 기본적인 insight 없이 굽은 공간에 대해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나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나는 나대로 buddy가 읽은 책에 그런 설명이 없다고 해서 나의 말을 근거 없다고 하는 것, 그리고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을 '근거'가 없어서 믿지 못하는 buddy의 태도가 갑갑했다.

결국, 그날 내내 의견이 평행선을 달렸다.

그 후 몇 주 사이에 공간과 차원에 관한 최근작인 리사 랜들의 책 '숨겨진 우주'를 각자 읽은 상태에서(membrane 및 차원 이론의 최신 해설서로 강추!), 서울서 열린 회의에 참가하고 buddy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내려올 기회가 있었다. 내려오는 두 시간 내내 이 문제를 가지고 설전을 벌였고, 역시 의견이 평행을 달렸다.

내려와서는 지회 게시판에 마지막으로 각자 의견을 정리해서 올렸다.

그의 글에 대한 나의 반응은... 무반응이었고, (왜냐, 그 개념을 제외한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기 때문)
나의 글에 대한 그의 반응은... '아, 4차원이 아니라 4차원'적'이군요.' 였다. 그럼에도 동의는 못하는 눈치.
오래 끄는 것 못 참는 내가 더 이상 이것에 관해 이야기하지 말자고 함. 
 

오늘 운영위에서 buddy를 만난다. 과연?  


5. 나사 조이기

다락방서 나와서 코에 바람 좀 넣어야겠다.

오늘은 운영위
내일은 진료당번
모레는 TRIPS 스터디
토요일은 전환기의 사회운동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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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4-07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은 차원은 더 높은 차원에서 인지된다는 말 .. 어디서 읽어본거 같은뎅;;;;
암튼 이기세요~!1 ㅋㅋㅋ 가을산님..

가을산 2009-04-07 18:22   좋아요 0 | URL
오오.. 라주미힌님 응원 믿고 갑니다.. ^^

물만두 2009-04-07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는 생각날때마다 헉하고 놀라게 만들어요.
그게 참 서글프더라구요^^:;;

가을산 2009-04-08 09:18   좋아요 0 | URL
물만두님, 나이는 숫자일 뿐이래요. ^^

마립간 2009-04-0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겨진 우주> thanks to를 할 수가 없네요.

가을산 2009-04-08 09:19   좋아요 0 | URL
이 댓글이 땡스투나 마찬가지네요.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이 책이 마립간님의 관심권에 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2009-04-07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9-04-08 09:21   좋아요 0 | URL
앗, 님도 그런 경우를 보셨어요?
'커피를 쏟았을 때의 응급처치법' 이런걸 알아 두어야 할 것 같아요.

2009-04-11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