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직 문화

   저녁에 직장 회식이 있었다.
    기관장이 새로 온 공보의들을 환영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새로 온 공보의 세 명 중 두 명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서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갈 곳을 잃은 술잔이 자꾸 내게로 왔다. 그거 마시느라 배불러 혼났다.
    이것이 세대 차이일까?

   그 기관장, 솔직하고 직선적인 성격 같다. 근데, 좀 지나치게 솔직하다. 
   "아부는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주장을 했다. 직원들은 거기에 충실하게 장단 맞춰주고 있고.
   모든 사업을 판단할 때 '자신의 일한 표시가 얼마나 잘 나느냐'가 기준이다. 
   가치관도 이쯤되면 걸작이다. 
   아... 이쪽 일을 하려면 이렇게 타고나야 하는구나. 아무나 할 수는 없겠구나. 감탄했다.

   나나 공보의들은 어느정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래서 감히 술을 안 마실 수도 있는데...)
   사무직 직원들은 조직사회의 위계질서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게다가 퇴출 운운하니까 더더욱.
   기관장은 공연히 "의사들은 다 그렇게 재미 없나" 고 타박하고.
   이건 보는 사람으로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2. 역시 경륜이야!

   작년에 작물을 키워 보니, 날이 더워지면 점점 벌레들이 기승을 부려서 
  농약을 치지 않는 우리 채소들은 거의 이파리가 남아나지 않는 경지까지 이르렀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벌레들이 많아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키울 욕심으로 
  부지런히 4월 중순부터 고추, 피망, 가지, 옥수수, 호박 등을 심었다. 
  결과는 ...... 그곳 기온이 도시지역보다 낮아서, '냉해'를 입었다 --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발육이 좋지 않다.
  어쩐지 그 동네의 어르신들이 아직 아무도 모종을 심지 않았더라니.....
  때로는 계산보다는 경륜이 훨씬 정확한 것 같다.

3. 번역팀 가동 2개월
  2개월이나 지났는데, 자신이 맡았은 부분을 완수한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는 L 밖에 없다. 
  그나마 가장 잘하는 분인데, 번역한 내용이 30%는 엉뚱하게 되어 있었다. 
  번역팀의 전체적인 결과물 제출률은 약 25%.
  그런데 L을 제외한 사람들의 결과물은..... 음.....   ㄱㅡ
  내가 '손보는' 게 아니라 다시 번역해야 하는 수준이다. 열 문장에 하나 정도만 뼈대를 남기는 정도.
  이걸 같이 기획한 buddy 들은 "팀원이 될 풀은 많다. 어쨌든 공부는 잘했던 사람들 아닌가?" 라고 느긋하게 생각하는데.... 그게 그걸로 된다면 우리 나라가 영어 때문에 그고생 할 일 없겠지.


4. FTA 2라운드
아무래도 돌아가는 모양새가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미국도 참 웃긴다. 속내는 자동차, 제조업, 서비스, 농업에서 더 얻어내자는 건데, 핑계는 환경과 노동 핑계를 댄다.
그래, 차라리 2라운드 열어서 판이 깨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5. 큰애가 경시대회 후보?

큰애가 반에서 수학/과학 부문의 경시대회 후보에 들었단다.
담임 선생님이 반에서 네댓명을 불러서는 그렇게 통고했다는 것.
특정 경시대회가 아니라 각종 대회의 상비군 정도란다. 

그 소식을 들은 나와 남편의 첫 반응 : "혹시 무슨 착오가 있었던 거 아니니?"
본인도 역시 담임선생님에게 그렇게 물었단다. "혹시 착오는 아닌지 다시한번 확인해 주실래요?"

나와 남편의 두번째 반응 : "이건 우리애를 공부하게 만들 하늘이 주신 기회다!!"
본인은...... "귀찮아. 선생님에게 빼달라고 하면 안될까?"

다른 애들 거의 다 하는 야자도 안하고, 배치고사나 중간 고사 성적도 신통치 않고,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서 인사드린 것도 아닌데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애 아이큐가 엄청 좋게 나오기라도 한 건 아닌가 생각했으니....

경위야 어찌 되었든.... 공부에 취미 좀 붙인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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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6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05-1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마시느라 배불러 혼났다."
전 가을산님의 오늘 페이퍼에 이 부분을 가장 주목했습니다...^^
취했다가 아니라 배불러라니요...허걱...^^

가을산 2007-05-1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그날 '소맥(소주+맥주)'를 마셨거든요. 폭탄주처럼 바로 잔을 비우고 돌려주어야 해서 배가 불렀어요. 소주라면 배불리 못마시지요.... ^^;;

2007-05-16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root 2007-05-16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 선생님 ㅠㅠㅠ 근데 여기 일이 엄청 많아서리... 왠 구치소에 아픈사람 천지인지...일에 치여 지금 난리도 아니예요...

sooninara 2007-05-1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마지막의 반전...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뽑으신건가요?
축하드려요.
조직의 쓴맛인가요? 그래도 가을산님은 잘 이겨내시고 있으신듯..
소맥이라니..그것도 폭탄주네요. 전 소콜(소주+콜라) 먹고 취해서 혼났어요.
재협상이라니 그들의 생떼인지. 두고 봐야겠어요.
냉해피해 어쩐데요??? 올해도 열심히 키우셔서..많으면 좀 나눠주세요.호호

가을산 2007-05-1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oot님/ 전 어제 예방접종'만' 300명 이상에 지진대피훈련까지 차출되었었답니다.
그 틈틈이 번역과 지회 회지 발송 준비... 인터넷도....
그리고 저녁에는 머쥐모임 발제. 12시 귀가. ^^

수니님/ 안그래도 은영이의 동물원을 보고 오는 길입니다.
잘 지내시죠?

홍수맘 2007-05-16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 키우는 엄마라 그런가 전 5번 문항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님 가족의 반응에 ㅋㅋㅋ 웃고 갑니다. 그리고 오늘 경향신문에 나온 FTA관련한 정태인님 칼럼을 보면서도 씁쓸했었는데.........

2007-05-16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7-05-1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글쎄 왠만하면 '당연하지' 내지는 '아이구 장하다' 소리가 나와야 할텐데 말이죠.... 에휴..... ^^;;

속닥님/ 네...

ceylontea 2007-05-17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탄주에 배부르시다니.. ^^;; 그동네 조직문화도 엄청 이상하군요... --;
큰아이는 무엇인가 자신의 목표가 생기면 정말 열심히 하지 않을까요? 좀더 지켜봐주셔야 겠네요.. ^^

2007-05-17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7-05-1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직생활이란게...ㅎㅎ 여튼 소폭 배부르다는데 동의는 합니다만...취하더라보다 배부르더라가 먼저 나오는건 일반적 반응은 아닌거 같슴다. ㅎㅎ
근데 FTA 2라운드여? 어찌된게 제 담당 아니라고 관심없이 지내다가 가을산님 서재에서 뉴스를 접함다...--;;

가을산 2007-05-1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도 배부르시군요. 제가 볼 때는 마냐님이 훨씬 더 술 잘 드실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7-05-18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法元在世間 : 법은 원래가 세간 속에 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저는 무슨 뜻인지도 몰랐을 꺼야요~~

가을산 2007-05-1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직역을 하면 그런 뜻이 되네요. ^^
저와 세상을 연결시켜주는 말이기도 해요.

메피님 글을 읽고 갑자기 法元在認打內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Mephistopheles 2007-05-20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法元在認打內 이건 검색해도 안나와요 무슨 뜻이죠..^^
그리고 서재 지붕의 저 무사는..무사시...인가요??

가을산 2007-05-20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法元在인타내'입니다. 당연히 검색에 안나옵니다. 제가 만든 글이니까요. ㅎㅎ
(인타내 -> 인터넷)
그리고 저 무사는..... 아마 짐작하신대로... B군의 새 캐릭터입니다.

瑚璉 2007-05-22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그 분들을 위한 책제목을 정해주시면 제가 따로 구매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그 분들이 어떤 책을 원하는 지 추측할 수가 없군요.

2007-05-27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