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기증
캐냐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속.
청바지에 양말은 이틀째 갈아신지 못한 것이고, 티셔츠 위에 입은 긴팔 남방은 4일간 낮에 걸쳤다 벗었다 해서 때가 꼬질꼬질하다.
가방에는 가지가지 구호의 뱃지들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그곳에서는 이게 일반적인 복장인데......
비행기 갈아타는 두바이 공항의 황금빛 불야성에 잠시 어리둥절 하다.
조명이 마치 금이 이글이글 타는 듯이 형상화 되어 있다.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혹여 내 몸에서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워진다.
가방에 달린 뱃지들이 도발적인지는 않은지 공연히 신경쓰이고....
이럴 때 잠시 현기증이 난다.
5일간의 행사 참가비가 아프리카 지역의 참가자에게는 1인당 7불이다.
( 비아프리카 참가자는 28불, 선진국은 110불이다.)
그런데도 행사장 밖에는 참가비를 내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빈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먼 나라에서 몇 개월 전서부터 동네를 대표해서 걸어서 걸어서 행사에 참가하러 온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7불이면 일주일치의 생활비에 맞먹는 돈이다.
이런 이들이니 행사장 안의 '공식' 식당에서 한끼 식사에 6000원 하는 밥값을 보고 기절할 듯 놀랐을 것이다.
오죽하면 밥값이 너무 비싸서 못사먹는다고, 이런 것이 어떻게 '사회 포럼'이냐고 시위했을까?
캐냐 당국이 결국은 포럼 기간의 마지막 이틀간은 모든 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그리고 더 싼 천막 식당을 추가로 설치했다.
그들이 기대했던 것을 그 포럼에서 볼 수 있었기를 바란다.
2. 전환?
세계사회포럼이 금년들어 7회째이다.
그동안은 세계 각국의 활동가들이 모여서 같은 관심사별로 문제를 고발하고 토론하는,
어떻게 보면 '카타르시스'의 장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선언적인 의미 외에 구체적인 대안 혹은 행동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그 대안이라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포럼과 세상 전반적인 면에서의 대안, 대안의 경쟁력, 대안의 지속성에 대해 갑갑함을 이야기 하자,
buddy가 다독여준다. "자본주의가 자리잡는 데도 200년이 걸렸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앞으로 200년.... 그동안 지구가 인간의 병폐를 잘 버텨 준다면.....
3. 첫 출근
오늘 오후 드디어 '임용장'이라는 것을 받고 정식 공무원이 되었다.
왜 그리 인사할 곳이 많은지, 구청의 임원들 한바퀴, 그리고 보건소의 모든 부서를 다 돌면서 인사를 했다.
다수 안에서 근무해 본지가 12년이나 된지라,
당분간은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는 것을 익혀야 될 듯 하다.
다행히 내 방의 컴에 인터넷이 된다. 시간 날 때 알라딘 구경 올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