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추

지난 주에 배추를 뽑으러 갔어야 했는데, 폭설이 오는 바람에 못 갔었다.
그랬더니 2주 전에 이랬던 배추가......




이렇게 되었다. ㅡㅡ;;  
그래도 덜 얼은 배추들을 골라서 마저 가져왔다.  이걸로 금년 농장 수확은 끝났다.





2. 보리

2주 전에 뿌렸던 보리가 싹이 나왔다. ^-------^




어제는 남은 부분을 마저 개간했다.
이번에는 낫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사용해서 조금은 더 수월했다.
왼쪽 부분은 보름 전에 개간해서 덮어놓은 짚이 얌전하게 가라앉은 밭,
오른쪽 부분이 어제 개간한 밭.  지금은 쑥대머리 풀어헤친 것 같지만, 얼마 후면 얌전하게 풀이 죽을거다.



보리를 뿌린 부분을 식별하기 위해서 밭의 네 귀퉁이에 파이프 기둥을 세웠다.
잡초가 자라나기 시작하면 어디가 밭인지 어디가 산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서.
잡초가 시든 것은 제거했지만, 뿌리가 튼튼한 풀들은 다 제거하지 못했다.
특히 쑥이라는 녀석들이 여러 해 묵어서 뿌리가 나무같이 단단하고 깊어졌다.
내년 봄 되어봐야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3.  복잡한 계산

1) 비닐 쓰레기 vs 하수 오염 vs 인건비
비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두 달 전부터 아랫집 한의원에서 한약 찌꺼기를 얻어다가 일요일에 농장에 가져다 쌓아두고 있다.
그런데, 한의원에서는 이 한약 찌꺼기를 30리터짜리 검정색 비닐에 두겹으로 싸서 준다. 한약이 새어나올 수 있고, 냄새를 막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왔다고 한다.  

한 주에도 10여 봉다리씩 나오는 한약 찌꺼기가 두 겹씩이니까 검정 비닐봉지 20개다.
이렇게 몇 주 모으니 금방 100장이 넘어 버렸다. 이걸 그냥 버리자니 너무 아깝고, 환경에도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어제는 비닐봉지를 다 씻어서, 말려서, 접어서 봉다리 하나에 담았다. 내년에 수확할 때 쓰기 위해서. 

이렇게 하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계산이 복잡했다.
비닐봉지를 물에 씻으면서는 '비닐이 오염이 심할까? 비닐 씻은 물의 하수도 오염이 심할까?'
비닐 봉지를 씻어서, 닦고, 말리고, 뒤집어서, 말리고, 다시 뒤집어서, 작은 크기로 접으면서
'비닐 값이 더 나갈까?  내 인건비와 시간값이 더 나갈까?' ... 하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2) 금산 오가는 교통비 vs 유기농 식품 구매

금산 오가는데 휘발유값이 10000원 가량 든다.  톨게이트비까지 하면 15000 정도.
할인점에서는 비싸다고 유기농 농산품에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휘발유나 대기오염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금산 왕복하지 말고 그 돈으로 유기농산품을 사먹는 게 낫지 않을까?

금산 가는 목적이 그냥 농작물 때문 만이라면 분명 그냥 유기농산품을 사먹는 것이 경제적일 것 같다.
유기농 생산 농가도 돕는 일이겠고...... 

아무래도 내가 금산 가는 이유는 순전히 '재미' 때문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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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2-2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리 맞아서 얼은 배추 . 쌈싸먹어도 맛나고, 초고추장에 무쳐도 맛나고..^^
봄까지 기다렸다가 김치 담아먹어도 맛난걸요^^
입맛만 다시고 있습니다. 연휴 잘 보내셨어요?

sooninara 2006-12-2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저것 생각하면 너무 복잡하죠?
금산에서 키우시니 무도 인삼처럼 크겠네요.(썰렁)
배추에 핀 서리인가요? 너무 이뻐요. 배추는 묶어 주는 거라고 하던데...
보리도 쑥쑥 잘 크기를..

가을산 2006-12-2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뿌리에 가까운 부분이 많이 얼었어요. 지난 주 눈만 아니었으면 좋았을텐데....
배추를 봄까지 저렇게 밭에 두나요? 아니면 수확해서 보관하나요?

수니님/
하하, 수니님도 보셨잖아요. 무는 몰라도 당근은 인삼처럼 크데요. ㅎㅎㅎ
무는 씨앗을 늦게 뿌려서 일반 무가 총각무 만큼밖에 안 컸어요.

sooninara 2006-12-2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당근이었나요?ㅎㅎ 사진을 본 생각은 나는데 무인지 당근인지는 기억이 안나서요. 배추를 묶어서 속이 꽉 차게 해서 수확하시던데요. 저렇게 두면 속이 안차죠.
지금은 조금 늦은거 아닌가요? 중간쯤 자랄때 끈으로 허리를 묶어 주시는거 같은데..

가을산 2006-12-26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추는 대부분 묶었는데, 저 한 줄만 안 묶어두었나봐요.
서리 앉은 배추랑 같은 모양의 배추를 맞추느라 묶지 않은 것을 올린거랍니다.
지금 묶기는 아주 많이 늦었지요 . ^^ 어제그제 다 수확해 왔어요.

날개 2006-12-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수확안한 배추가 있었군요.. 울 농장은 일찌감치 다 끝냈는데 말이죠..^^
근데, 그 많은 비닐을 씻어서 재활용....흐으음~ 역시 대단하십니다...ㅎㅎ

Mephistopheles 2006-12-26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의 경우...전 그냥 간편하게 생각하고 싶어질 것 같아요...^^
(저는 비닐을 재활용만 해도 용할 껍니다..^^)

파란여우 2006-12-2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알이 저절로 실하게 맺히는 배추재배가 이루어져
옛날처럼 일일이 묶지 않아요. 저 생기다가 만 것같은 여린 배추는 살짝 데쳐
양념고추장에 버무려 먹어도 맛있어요..
암튼, 가을산님은 일을 일부러 벌려 놓는 타입에요. '재미'를 벌써 터득하시다니..
배추는 살짝 삶아서 물기 꼭 짜갖고 한끼 먹을만큼씩 떼어 냉동실에 보관해 놓고
먹어도 돼요. 배추 된장국이나 나물도 좋고.

가을산 2006-12-2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저게 말이죠, 아무도 수확해 가지 않아서 여태 남아있는 배추랍니다.
저도 지난 주말에서야 시간이 나서 가져올 수 있었어요.

메피님/ 저도 그래요. 생각할수록 개인 차원에서는 '계량'이 되지 않는 문제라서요.

파란여우님/ 아아~ 그런 배추가 있었어요?
그리고 '저 생기다가 만 것 같은 배추'는 제게는 '상당히 잘 큰 배추'인데... ^^;;;
어쨌든... 여우님 코치대로 이리저리 잘 먹을게요.

반딧불,, 2006-12-2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이 자상하게 설명하셨네요.
제가 말씀드린 것은 그냥 밭에 두는 겁니다. 이왕 묶지 않은거니 그냥 뒀다가
쌈싸먹고 싶을 적에 뽑아다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얼었다녹았다해서 단맛이
강하거든요. 보통 봄동이라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