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헤파이스토스의 결함과 장애, 결핍이 강변하는교훈이 선명해진다. 삶이 불완전하듯 우리가 하는 시도 또한모두 불완전한 것일지라도, 그 불완전한 시도 끝에 놀라움과기쁨이 태어난다. 예술품이 예술가가 자신을 말하는 방식이라면, 궁극적이며 진정한 예술은 결국 자신을 빚어내는 예술이 아닌가 한다.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의 장애와 결핍과 추함에 온 힘을 다해 헌신했다. 그 사이,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천공이 탄생했다. - P94
제우스는 대단히 유연한 사고를 지녔다. 그러니 우라노스나 크로노스가 했던 대로 자신의 힘을 박제화할 필요가없다. 추상적인 이상을 만들어 매달릴 필요도 없다. 서로 다른 힘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하나로 통합된 세계가 올림포스다. 이 체제는 복잡하다. 하지만 결코 혼란하거나무질서하지 않다. 오히려 가변적이라 생명력이 있고, 공존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이다. - P66
태초의 아버지 우라노스와 크로노스가 드러내는 사악하고 어두운 아버지 이미지는 아버지라면 마땅히 자애로워야 하고 자녀를 지켜 주어야 하며 자녀에게 무조건 이로운존재여야 한다는 현대인의 신화가 잃어버린 반쪽이다. 자녀에게 아버지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런데 이런 편향된 신화는 우리를 현실성 없는 이상에 매달리게 하며 거듭 좌절하게만든다. 자녀가 자기 아버지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아버지가 성숙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도 온전한 아버지 이미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 P49
돌봄은 주의 깊은 사랑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역량이기도 하다. 기획 노동을 가시화한다는 것은 돌봄에서 역량의 차원을 복원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역량이라면, 특정 성별의 사람이본능적으로 떠맡을 일이 아니라 모두가 배우고 나눠야 하는 일이다. - 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