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 우리나라 가장 먼저 사제 도토리숲 문고 6
김영 지음, 신슬기 그림 / 도토리숲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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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장 먼저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역사 책에서 처음 접한 천주교 신자들이 받은 박해를 기억한다. 철벽같은 신분제가 있던 시절에 천주를 믿는 사람은 자기 목숨을 걸어야 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형제자매이고 천주를 믿어야 구원과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말씀을 믿는 이가 점점 늘어났다. 조정에서는 그들을 막기 위해 천주를 믿는 신도를 잡아들여 대역 죄인으로 다스렸다. 잡힌 그들은 목숨을 잃어야 했다. 신분과 상관없이.

우리나라 처음 세례자 이승훈 베드로, 처음 신부 김대건 안드레아. 이승훈 세례자는 1801년 신유박해 때, 김대건 신부는 1846년 9월 나라 허가 없이 국경을 넘나들고 국가에서 금한 천주교를 포교한 죄명으로 군문효수형의 선고를 받았다. 두 사람은 참수형을 받아 순교했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역사적 지식일 뿐이지 그들이 겪은 고초를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김대건 신부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더욱이 잘 알려지지 않은 김대건 신부의 이야기라서 궁금증이 일었다.

그가 어떠한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떻게 신부의 길로 접어들었는지, 신부가 되기까지 겪었던 힘겨움들 그리고 신부가 된 뒤 이슬로 사라졌던 행적이 상세히 펼쳐진다. 책에 김대건 신부의 연보가 정리되어 있어 이야기를 읽고 난 뒤 다시 보니 그의 삶이 또렷이 그려졌다.

책에서 인상적인 몇 가지만 정리해 보자면.

김대건 신부의 어릴 적 이름은 재복이었으나 앞으로 조선 교회를 크게 일으켜 세울 인물이 되겠다는 뜻에서 이름을 '대건'으로 바꿨다. 프랑스 모방 신부의 눈에 띄어 최방제 프란치스코와 최양업 토마스와 함께 첫 신학생이자 유학생이 되어 나라밖으로 신학 공부를 위해 떠나게 된다. 그들의 나이 17세, 16세였다. 한성을 떠나 청나라를 거쳐 마카오에 도착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한 걸음걸음으로 찾아 나선 마카오에서 라틴어 기초와 중등 교육 과정 시작으로 철학, 수학, 음악 등 정식 교육을 받았다. 김대건은 외국어 학습 능력이 뛰어나 라틴어로 성경 해독이 가능하고, 중국어와 프랑스어 회화도 가능했고, 포르투갈어도 익혔다고 한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천주를 향한 신념이 있는 그. 그의 눈빛은 늘 반짝였을 것 같다. 그들이 사제가 될 조건은 충분했으나 딱 한 가지 음정이 전혀 맞지 않는 깨진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는 점. 그래서 그들을 위해 손풍금을 구하게 되는 일화에서 웃음이 번졌다. 아쉽게도 이런저런 일을 겪는 과정에 최방제 프란치스코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어 최양업 토마스와 김대건 안드레아의 슬픔이 컸다. 하나의 조선 신학생 별이 지고 두 별이 남은 것이다.

그의 집안은 증조부, 조부, 아버지, 김대건까지 4대가 순교하였다니...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다는데 당진을 가게 된다면 한번 들러보고 싶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4대가 모두 한마음으로 순교한 일은 생각할수록 먹먹하다.



신학 공부를 마친 김대건은 7년 만에 조선에 어렵게 들아왔다. 아버지도 이미 순교하여 어머니와 동생이 힘들게 사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천주에게 성직자로 바치기로 한 일에 전념하기 위해 알리지 않았다. 다시 상하이로 돌아가는 바닷길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그곳에서 한국인 첫 사제가 되었다. 몇 개월 뒤 다신 조선으로 들어와 10년 만에 드디어 어머니를 만났다. 사제가 되어 어머니와 함께 곰배마실 은이공소에서 신자들과 부활절 미사를 드렸다. 여전히 신분제인 사회에서 신분을 떠나 천주에 대한 믿음으로 하나 되어 소박하게 올리는 미사가 뭉클하게 다가왔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공식 미사가 되고 말았다.

김대건은 인천 순위도에서 관헌에게 체포되어 문초를 받았고, 군문효수형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조선의 교우들에게 고별사를 썼다. '주께서는 나보다도 훨씬 훌륭한 목자를 주실 것이 틀림없으니, 그리 슬퍼하지 마시고 큰 사랑으로 천주 섬기기에 힘쓰십시오'라는 문구가 절절하다.



그리고 최양업 토마스에게 어머니를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긴 채 한성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1984년 교황 바오로 2세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성인으로 시성하여 성인품에 올랐다. 2021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유네스코가 '2021년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했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가 신학생으로 유학시절을 보낸 마카오에서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동네 성당 그리고 어느 성당을 지날 때마다 안드레아 신부가 생각날 것 같다.

(*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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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진
이동은.정이용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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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만화책이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만화들은 대체로 어딘가 쓸쓸하고 낮고 서늘하다.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닿는 마음들이 이어져 따스한 빛을 발하는 힘이 있다. '진, 진'은 어떨까?

표지 그림은 두 남성인 듯 보이지만 20대와 40대의 두 여성, 진과 진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20대 진아는 무연고자인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사망신고를 할 수 없는 처지다. 죽은 아버지를 사망자로 올릴 수 없어 답답하다. 여동생을 특별 전형으로 대학에 보내려면 아버지의 사망신고서가 필요한데 말이다. 그리고 동생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한다. 40대 수진은 남편과 사별하여 홀로 아들을 키웠다. 언니와 함께 식당을 꾸려간다. 식당에 오는 단골손님과 사귀는 중에 임신을 한다. 아들의 애인도 임신을 하여 서둘러 아들의 결혼식을 치른다. 정작 본인은 병원에 찾아가 수술을 받는다.

두 여성의 삶은 다른 듯 보이지만 닮아 있다. 둘뿐인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자신보다는 동생을 아들을 우선으로 여긴다는 점. 그래서 젊은 진과 중년의 진은 열심히 일하지만 크게 달라질 것 없는 현실 앞에 있다.

젊은 진은 고시원 식구들을 챙기며 관계를 돈독히 이어간다. 옆방 아주머니의 죽음을 막아주었으나 결국 죽고 말아서 대신 사망 신고를 하러 갔다. 그러다 우연히 아버지의 사망 신고까지 하게 되었다.


중년의 진은 이번 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나선다. 처음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찾은 그녀가 붓으로 쓴 글자는 '다할 (진)' '나아갈 (진)' '진진'이다. 비둘기가 차나 사람을 안 피하는 모습은 겁이 없는 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시야가 좁아서 잘 못 본다는 사실. 그래서 한 치 앞을 못 보니 겁 없이 막 산다는 언니의 말에 진은 비둘기에게 안쓰러움을 느낀다. 자신이 비둘기 모습과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 누워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녀의 독백에 독자의 마음도 뭉근해졌으리라.


진아, 수진 두 여성의 이야기가 어찌 그녀들만의 이야기일까. 쓸쓸하고 서늘하고 아픈 이야기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촛불처럼 두 여성의 삶에서 꺼지지 않는 잔잔한 빛이 느껴졌다. 만화의 톤과 인물의 표정이 생생하게 이야기와 어우러져 진, 진과 함께 한 시기를 머무른 느낌이다.

두 사람 진, 진이 내게 말한다. 살아만 있다면 살고자 한다면, 삶은 노래처럼 흘러갈 것이라고.

*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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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 이정록 청춘 시집
이정록 지음, 최보윤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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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텃새가 철새로 날아오르는 때'라고 시인은 말한다. 텃새가 철새로 날아오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경계를 지우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할까. 미지를 향한 짙은 목마름과 지금 여기를 넘어서기 위해 얼마나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청춘은. 시인은 그런 청춘들의 생각과 고민을 찬찬히 듣고 진지하게 때론 명랑하게 말을 건넨다.

 

시집에서 여러 불빛들이 다가왔다. 가장 먼저 시인의 웃음 코드가 깜빡인다. 돈은 내가 냈는데 나는 오뎅 하나만 짝꿍은 양손으로 먹고 있으니 오뎅 더하기 오뎅은 십뎅이(「별명의 탄생」)라며 웃음이 터지고, 과자 봉지를 뜯으면 어느새 날아가는 소 질소를 향해 오라질(「빵빵한 소」) 하며 목청을 높이고, 배가 산으로 가면 레스토랑이 된다(「융합」)는 융합적 사고로 웃음을 보낸다. 

 

그런가 하면 진지한 초록불이 깜빡이기도 한다. 너는 내가 실내화처럼 편하다고 했지만 나에게 넌 처음으로 매듭을 묶는 하얀 운동화 같아(「사랑해」)라고 고백을, 운동화 속 발가락이 만들어 놓은 열 개의 달을 보며 먹구름을 잘 씻어 주기로 마음먹는(「열 개의 달」)가 하면, 스물네 시간 중에 네 시간은 오로지 네 시간(「네 시간」)이니까 아직 오지 않은 나(자신)에게 선물하라고 한다.

 

그리고 미지의 파란불이 지속적으로 깜빡인다. 미술 시간에 배운 원근법이 틀렸다는 것. 멀어질수록 커지는 것도 있다(「원근법」)고,

 

 

낙타가 새끼를 업지 않는 이유는 새끼는 짐이 아니기(「낙타」) 때문이란다. 「쌍자음 속에는」에서 'ㄲ' 'ㄸ' 'ㅃ' 'ㅉ' 'ㅆ'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 어떤 존재들이 꿈틀거리고 있는지, 미처 가늠하지 못한 것들을 꺼내어 보여준다. 

 

 

 

시인이 켜놓은 불빛들이 시집 속에서 여전히 깜빡인다. 목마른 청춘에게 따스한 위로와 웃음으로 다가가는 시집이었으면 좋겠다.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는 시인이 보낸 청춘과 지금의 청춘들을 위한 연가이자 응원가일지도 모르겠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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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오드리 추리는 코끝에서부터 사계절 중학년문고 35
정은숙 지음, 이주희 그림 / 사계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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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는 재미가 가득한 사계절 중학년문고 35

 

 

 

범이네 가족이 처음부터 오드리를 '오드리'라고 부르지는 않았어요. 범이는 '핑구'로, 아빠 승태 씨는 '광복이'로, 엄마 미옥 씨는 '해피'로 불렀지요. 오드리의 마음을 몰랐던 가족들이 '휘리릭'으로 부르기도 했지만 명탐견으로서 사건을 해결하다 보니 바라던 이름까지 얻었지 뭐예요.

 

 

 

AI 급 후각을 지닌 오드리, 멋지지요. 출생의 비밀까지 있다네요. 소개에서 오드리의 친구인 '준'이 빠졌어요.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친구거든요.

오드리는 범이네 집 보물인 고서화를 훔쳐 간 범인을 찾아내고, 옆집 채림 씨네 할머니의 다이아몬드 반지도 찾아내고, 범이를 좋아하는 소정이와 길고양이 학대범을 잡아냈어요. 명탐정 오드리의 1인칭 독백으로 펼쳐지는 추리 이야기가 유쾌합니다.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한 요즘,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이 책에는 오드리의 추리 퀴즈 세 개가 만화 형식으로 나와요. 풀어보는 재미가 있답니다.

 

 

 

 

 

추리를 잘하려면 사소한 것부터 잘 살펴야겠어요. 명탐견 오드리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사소한 것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걸 알려 주네요. 유머스러운 문장이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추리 동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권해 주고 싶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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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장폴 뒤부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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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폴 한센이 지내는 교도소 풍경으로 시작한다. 

 

 

캐나다 몬트리올 교도소에서 폴은 한 사람 반만 한 몸집의 패트릭 호턴과 방을 쓰고 있다. 교도소가 주된 배경이라서 폴은 어떤 죄를 짓게 된 걸까, 내내 궁금했다. 그의 고뇌와 깊은 슬픔에 동화될 즈음 이야기는 끝을 맺었고, 자신의 행동(죄)에 대해 상대에게 사과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독자로서) 이해할 수 있었다.
 

 

 

교회 목사로서 설교 중에 생을 마감한 폴의 아버지.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책 제목이기도 한,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는다'는 것. 주님이 여러분을 보았을 때 축복해 주기를 바란다는 말은, 결국 자신 또한 축복받고 싶은 인정욕구를 내비친 것은 아니었을까.

 

 

 

폴은 은퇴한 노인들이 거주하는 렉셀시오르 아파트 관리인으로 오랫동안 일했다. 그들을 보살폈던 시간이 자신에게 각별했으며, 그들을 사랑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사건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위노나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폴. 그러나 위노나가 경비행기 운전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폴의 삶도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자신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슬픔의 늪으로.

 

 

그럼에도 주어진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던 폴. 그를 견딜 수 없게 한 어떤 사람의 태도. 결국 폴의 삶은 어긋나고 말았다.

 

 

 

태어남과 동시에 다르게 주어진 세상, 그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꾸리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교도소에 있던 폴이 '눈을 감는다. 잠이 든다. 잠은 여기서, 쥐들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 사랑한 세 망자(아버지, 아내 위노나, 개 누크)를 떠올리며 몹시 추운 밤을 견디는 것처럼, 누군가가 깊은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이런 말을 건넬 수도 있겠다.

 

"인생은 원래 형편없는 말과 같은 거래, 그 인생이라는 말이 우리를 떨어뜨리거든 입 다물고 얼른 다시 올라타라던데."라고.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는 방법은 책에 나온 누군가의 대사(문장) 하나를 건네는 몸짓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똑같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 나에게도 위로를 건넨 장폴 뒤부아의 소설.

* (창비 사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하였습니다.)

 

가끔 셀리그먼 씨 생각이 났다. 골프나 테니스를 잘 치게 해주는 유대교회당처럼 홀아비 생활을 견딜 만하게 해주는 유대교회당도 이 도시에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회당이 있다면 그곳의 랍비는 내 친구 호턴의 기본 철학과 다르지 않은 말을 해줄 것 같다. "인생은 형편없는 말馬 같은 거야, 이 사람아. 그 말이 자네를 떨어뜨리거든 입 다물고 얼른 다시 올라타야지."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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