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내 인생 반올림 2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송영미 그림,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글/ 정지현 옮김/ 낭기열라(2006) 
뚱보, 내 인생/ 미카엘 올리비에 글/ 조현실 옮김/ 바람의아이들(2004)

두 권의 책표지는 아래와 같다. 표지가 인상적이다. 

   

표지 그림 배치가 비슷하기도 하고 에바는 아예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벵자멩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 떨어뜨릴 것만 같다.
소재와 표지 구도까지 비슷해서 그런지 재미있게 느껴졌다.

'씁쓸한 초콜릿' 에바와 '뚱보, 내 인생' 벵자멩은 둘다 뚱보다.
뚱보, 뚱보, 이 낱말에는 약간의 비웃음이 섞여있다.
둔함, 자신감 없음, 뭔가를 마구 먹는 느낌마저 자리하고 있다.
그랬다. 에바와 벵자멩은 그저 그런 뚱뚱한 아이들과 달라 보일 게 없었다.

에바와 벵자멩에게는 먹는 것으로 자신을 학대했다.
하지만 인생에는 '그냥'이란 게 없다.
이유없이 살이 빠지거나 이유없이 살이 찌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에바와 벵자멩도 그랬다. 나는 에바와 벵자멩이 살이 찔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에바는 권위적이고 어릴 적 수시로 따귀를 때리는 아빠에게 불만이 있다.
아빠에게 따귀를 맞거나 혼났을 때 엄마는 안쓰러운 딸을 위해 먹을 것으로
에바의 불안한 마음을 채워 주었다. 에바는 그러면서 살이 찌기 시작했고
먹는 걸 좋아했다. 살이 쪘다. 엄마의 최대 서비스 초콜릿! 그래서 책제목이
씁쓸한 초콜릿이였구나, 싶었다.

벵자멩은 이혼한 엄마와 둘이 산다. 돈 많은 젊은 여자에게 가버린 아버지
때문에 서럽게 우는 엄마와 산다. 엄마는 일을 해야 했고 벵자멩은 먹을
음식을 책임졌다. 물론 벵자멩이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다. 남은 음식으로
맛좋고 멋진 음식을 할 줄 안다. 

벵자멩은 어릴 적에 남과 다르다는 것이 무조건 좋아서 남보다 자신이
뚱뚱하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자신이 뚱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여자 애들 때문이었다.
벵자멩도 자신이 뚱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끊임없이 먹게 돼서
살은 계속 찌고 있다. 

그러던 그들에게 이성 친구가 찾아 온다. 에바, 미첼. 벵자멩, 클레르.
미첼은 뚱뚱하지만 뭔가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는 에바를 좋아하고,
클레르는 뚱뚱하지만 순진한 벵자멩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성 친구가 생기면서 에바와 벵자멩은 자기 모습을 직시하게 됐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내 부족한 점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그 첫 단계로. 
에바와 벵자멩은 뚱뚱한 자기 몸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을 했다. 

미첼과 사귀는 것을 순수하게 보지 않는 아빠 때문에 더욱 먹게 되는 에바,
클레르에게 사랑을 고백했으나 받아주지 않아서 가학적으로 먹는 벵자멩.
학교 생활까지 엉망이 되어 가는 벵자멩. 즐거움이 없는 채움, 욕구불만 때문에 
채워 넣는 그들이 안쓰러웠다. 아프게 느껴졌다.

그러다 그들이 인정을 하게 됐다. 뚱뚱하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됐는 것이다.
그리고 살을 빼야 한다는 절망에 빠진 의무감 100%가 아니라, 
자기에게 찾아온 사랑 혹은 우정을 잘 가꾸기 위해서 살을 빼는 게 좋겠다는
자기 긍정이 생겼다.

에바는 가난하지만 가족애가 넘치는 미첼을 보면서 소원했던 아빠와 가까워지려
마음을 열었고, 벵자멩은 알콜중독자 같던 자신을 버리고 클레르와 다시 친구가
되어 생활에 활기를 찾는다. 그들에게 느껴졌던 안타까움이 벗겨지던 순간이다.

이제 에바와 벵자멩은 그저 그런 뚱뚱한 아이들과 다르다.
약간의 비웃음이 담긴 그저 그런 뚱보가 아니다.
그들은 부정덩어리였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열어 세상에 내 놓았다.
그 문으로 사랑이 우정이 희망이 들어찰 것이다. 그래서 예쁘다. 

누군가 그저 몸이 뚱뚱하다고 해서 막연히 그에 대한 둔하고 자신 없어 하는 사람이라고
단정짓는 편견은 지울 때가 되었다. 어쩌면 뚱뚱한 그들과 마른 사람들의 공통점은
뭔가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거다. 그 이유를 존중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에바 이야기 보다 벵자멩 이야기가 더 시원하게 읽힌 것은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이야기를 들려 주었기 때문이고, 속 마음을 터 놓고 얘기하고 멋진 음식점을 운영하는
요리사라는 꿈이 뚜렷해서 일까. 그리고 에바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 깊이 젖어드는
내 상념들을 들추기에도 좋은 책읽기였다. 그리고 에바와 벵자멩에게 찾아온 설레는
사랑의 느낌들이 내게도 전해졌다. 풋풋해지고 설레여지는 떨림으로.

뚱뚱함과 말랐음을 떠나 자아 존중에 대해 생각해 볼 즐거운 책읽기였다. 
그리고 지금 뭔가 문제가 있다면, 어린 시절부터 나를 괴롭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물음표를 던져 준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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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독후감입니다! 2010-06-2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독후감이 예쁘네요^^ 책을 정말 잘 이해하시고 느낌도 정말 예쁩니다^^ 두 책 비교하는 게 힘든데, 정말 딱 맞는 책 두 권을 비교해 주셔서..^^

미나리 2010-06-27 16: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두 권 비교해서 읽어보니 더욱 재미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