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 이정록 청춘 시집
이정록 지음, 최보윤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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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춘은 텃새가 철새로 날아오르는 때'라고 시인은 말한다. 텃새가 철새로 날아오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경계를 지우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할까. 미지를 향한 짙은 목마름과 지금 여기를 넘어서기 위해 얼마나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청춘은. 시인은 그런 청춘들의 생각과 고민을 찬찬히 듣고 진지하게 때론 명랑하게 말을 건넨다.

 

시집에서 여러 불빛들이 다가왔다. 가장 먼저 시인의 웃음 코드가 깜빡인다. 돈은 내가 냈는데 나는 오뎅 하나만 짝꿍은 양손으로 먹고 있으니 오뎅 더하기 오뎅은 십뎅이(「별명의 탄생」)라며 웃음이 터지고, 과자 봉지를 뜯으면 어느새 날아가는 소 질소를 향해 오라질(「빵빵한 소」) 하며 목청을 높이고, 배가 산으로 가면 레스토랑이 된다(「융합」)는 융합적 사고로 웃음을 보낸다. 

 

그런가 하면 진지한 초록불이 깜빡이기도 한다. 너는 내가 실내화처럼 편하다고 했지만 나에게 넌 처음으로 매듭을 묶는 하얀 운동화 같아(「사랑해」)라고 고백을, 운동화 속 발가락이 만들어 놓은 열 개의 달을 보며 먹구름을 잘 씻어 주기로 마음먹는(「열 개의 달」)가 하면, 스물네 시간 중에 네 시간은 오로지 네 시간(「네 시간」)이니까 아직 오지 않은 나(자신)에게 선물하라고 한다.

 

그리고 미지의 파란불이 지속적으로 깜빡인다. 미술 시간에 배운 원근법이 틀렸다는 것. 멀어질수록 커지는 것도 있다(「원근법」)고,

 

 

낙타가 새끼를 업지 않는 이유는 새끼는 짐이 아니기(「낙타」) 때문이란다. 「쌍자음 속에는」에서 'ㄲ' 'ㄸ' 'ㅃ' 'ㅉ' 'ㅆ'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 어떤 존재들이 꿈틀거리고 있는지, 미처 가늠하지 못한 것들을 꺼내어 보여준다. 

 

 

 

시인이 켜놓은 불빛들이 시집 속에서 여전히 깜빡인다. 목마른 청춘에게 따스한 위로와 웃음으로 다가가는 시집이었으면 좋겠다.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는 시인이 보낸 청춘과 지금의 청춘들을 위한 연가이자 응원가일지도 모르겠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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