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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작가정신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츠지무라 미즈키 님의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입니다.
츠디무라 미즈키님은 국내엔 그리 많이 알려진 작가분은 아닌데요.
2011년 <츠나구>로 제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그리고 결정적으로 <열쇠가 없는 꿈을 꾸다>로 올 상반기 제147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 이름을 한층 알리고 계신 작가분입니다.
이번 작품, <달의 뒷면은...>의 원작은 本日は大安なり(오늘은 만사 대길하게)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만사 대길이란 표현을 잘 사용하진 않아서 약간 번역이 이상한 듯도 하지만
드라마로 제작되어 1분기에 방영되었고 국내엔 "오늘은 만사 대길하게"로 소개된터라 다른 표현을 하긴 쫌..
어찌됐든 국내엔 원제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가진 뜬금없는 제목입니다.
"오늘은 만사 대길하게"에서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라니..두 제목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느껴집니다.
엄밀히 말해 조금은 촌스러운 듯한 제목의 "오늘은"보단 "달의 뒷면은.."이라는 제목이 상당히 멋들어진 제목이거니와
책의 분위기나 성격등을 잘 드러낸 제목이긴 하지만 원제 大安(여행·결혼·이사등 만사에 길하다는 날)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제목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달의 뒷면은...>은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11월 22일 大安日 호텔 아르마이티 웨딩홀에서 결혼을 하게 네 커플과 웨딩플래너 야마이 다카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네 커플의 숨겨진 뒷 이야기가 상당히 눈길을 끕니다.
먼저 첫번째 커플인 신랑 소마 에이치와 신부 가가야마 히미카의 스토리.
사실 이 이야기는 커플의 이야기라기 보단 쌍둥이 자매 가가야마 히미카와 가가야마 마리카 사이.
특별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 히미카와 마리카. 이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하고 존재로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지만 그 누구보다 가장 이기고 싶어하는 존재도 될 수 있기에 히미카와 마리카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다루고 있는 이 이야기는 히미카와 마리카의 시선을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면서 때로는 오싹한 느낌, 때로는 감동스러움까지
개인적으로 <달의 뒷면은...>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두번째 커플, 신랑 도쿠라와 신부 오사키 레이나의 스토리.
이 이야기도 첫번째 이야기처럼 커플이 주인공이 아닙니다. 이 커플 이야기 중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은 바로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웨딩플래너 야마이 다카코 입니다. 모든 웨딩플래너들이 꺼려하는 속된 말로 진상 손님인 오사키 레이나를
담당하게 된 야마이 다카코가 웨딩플래너로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낸 일종의 성장스토리.
웨딩플래너라는 조금은 이색적인 직업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 그리고 낯선 일본의 예식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 이야기도 재미있네요. 다만 야마이 다카코와 오사키 레이나의 지난 과거의 이야기는 억지스러운 면이 강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네요.
세번째 커플, 신랑 아즈마 마코토와 신부 시라스 리에의 스토리.
이 이야기도 실제 주인공은 시라스 리에의 조카 시라스 마소라. 사랑하는 이모인 리에짱이 데려온 신랑감 아즈마 군이 못마땅합니다.
결혼이 정해지고 마소라는 어느날 아즈마 군이 리에짱이 아닌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아즈마 군으로부터 입을 다물라는 협박을 받게 됩니다. 결혼식 당일 결혼식을 취소시키기 위한 마소라의 고군분투.
사실 다른 이야기들에 비하면 별 얘기는 아닌데요.
동화 "백설공주"라는 아이템, 그리고 마소라의 이야기는 순수함이 느껴져 웃음을 짓게 만들어주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네번째 커플, 신랑 스즈키 리쿠오와 신부 미타 아스카의 스토리.
이 이야기는 <달의 뒷면은...>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어처구니 없었던 이야기인데요..
신랑 스즈키 리쿠오의 악전고투가 참 안쓰럽기도 하고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읽다보면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인간이 등장하는 만큼
이야기를 결말 짓는 과정도 다른 이야기에 비하면 깔끔하지 않고 정말 소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 <달의 뒷면은...>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네 커플의 이야기가 한 커플 한 커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등장인물의 시선을 바꿔가면서 진행되는만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려나 싶으면 다른 인물로 넘어가고 또 다른 인물로 넘어가고..
참 감질맛나게 하는 재미가 있네요. 또한 네 커플의 이야기가 가지는 분위기들이 서로 달라서 책 몇권을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네요.
앞으로 주목해봐야 할 작가분이 한 분 더 늘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