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영혼의 노래
어니스트 톰슨 시튼 & 줄리아 M. 시튼 지음, 정영서 옮김 / 책과삶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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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처럼 잔인한 말도 없다. 때로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철저하게 승자의 입장에서 왜곡 혹은 축소되어지니 말이다. 우리나라나 인디언, 유태인들의 역사는 그런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유태인이나 인디언들의 경우에는 그나마 여러 자료나 영화, 소설 등을 통해 그들의 고통스런 역사가 많이 알려졌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겠다.

 

사실 인디언의 경우에도 객관적인 시각이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가 어릴 적 보았던 영화에만도 인디언은 무지하고, 난폭하고, 잔인한 종족으로 묘사되는 헐리웃 영화들이 다수 있었으니까.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했던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 1990)"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도 그런 이유다. 이 영화에는 ‘친밀하고, 자부심 강하며, 평화롭고, 현명한’ 인디언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인디언 영혼의 노래> 이 책은 동물학자로 유명한 A.T. 시튼과 그의 아내 줄리아 M. 시튼이 쓴 책이다. 1905년, 그들이 순회 강연차 LA에 갔을 때 신비한 어느 여인은 시튼이 인디언 추장의 환생임을 알려준다. 이후 시튼이 수년간의 연구를 거쳐 내놓은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종교지도자들은 종교를 막론하고 모두 그들 종교의 근본 교리와 일치함을 얘기한다. 내 경우에는 읽는 내내, 불교와 선(禪)에 대한 이야기가 연상되었다. “모든 진리는 하나로 통한다”는 말을 또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시튼은 우리가 흔히 <시이튼 동물기>를 통해 알고 있는 바로 그 시튼이다. <동물기>의 저자로만 알고 있던 그가 인디언에 대한 책을 썼다니, 책을 읽기 전부터 그의 치밀한 관찰력과 섬세한 묘사가 기대되었다. 과연 기대대로 저자는 인디언의 영혼과 삶의 방식, 선조의 지혜와 선지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간다.

 

인디언 부족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울린다. 그들은 신성하고 영적인 믿음을 유지하며, 언제나 어린아이나 과부 같은 약자를 먼저 배려하고, 경험자인 노인을 우대하며 평화로운 삶을 이어간다. 몇몇 백인들은 그들의 맑은 영혼과 교류하며 지내지만, 대부분의 백인들은 그런 인디언의 영혼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종교적 기준을 강요하고 지배하려 한다. 다음의 글들은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는 한 선교사가 주일에 수레를 몬다고 어떤 인디언을 심하게 질책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인디언은 어리둥절해 하는 것 같았다. 그는 단지 자신의 일을 하고 자신의 가족을 돌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교사는 그날이 주일이라는 사실을 계속 강조했다. 그 인디언은 그제서야 뭔가를 알아챈 것 같았따. 그는 눈을 반짝이며 선교사에게 대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당신의 신은 한 주에 한번씩 오시는군요. 저의 신은 매일 매 순간 저와 함께 있는데.”

 

심지어 탐욕에 눈멀고 이방 종족에 대한 경멸과 미신으로 영혼이 오염돼 있던 콜럼버스조차 그의 범죄에 공범이었던 스페인 국왕과 왕비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 세상에 이들보다 더 다정하고 상냥하고 온유한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을 아끼듯 이웃을 아끼며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얘기를 합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런 부분은 우리가 인디언들을 어떻게 상대했는지 기록된 부분일 것이다. 이 종족과 우리 정부의 교섭의 역사는 끊이지 않는 불법과 사기와 약탈의 기록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재임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인디언에 대한 이런 수치스런 약탈 제도와 부끄러운 처우는 고치고 말 것이다.”

 

이 책에 나타난 인디언 부족의 순수하고 순박한 모습을 보면 우리 민족의 옛 모습이 그대로 겹쳐진다. 인디언 선지자의 이야기는 옛 선사(禪師)의 말씀과도 일맥상통한다. “돈에 대한 광기로 인해 백인 문명은 실패작”이라는 인디언의 메시지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디언의 영혼에 대해 읽으며, 현재 우리의 영혼은 어디쯤에 와있을까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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